내용요약 코로나19 치료제 개발·백신 사업 박차
혈액제제·희귀의약품 등 글로벌 진출 속도
허은철 GC녹십자 대표. /GC녹십자 제공

 

[한스경제=이승훈 기자] 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사장)의 포스트 코로나시대 글로벌 리더십이 부각되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도 혈액제제와 희귀의약품의 글로벌 시장 진출뿐 아니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과 백신의 위탁생산(CMO) 기대감이 높아지는 등 사업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코로나 위기 돌파…제약사 역할 선봉

허은철 대표는 코로나19 세계적 유행(팬데믹)이 지속되는 가운데, 개발 중인 혈장 치료제의 무상공급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제약사로서 공익적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앞서 허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꼭 필요한 회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하고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는 회사가 되도록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GC녹십자는 현재 개발 중인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의 2상 결과를 이달 도출해 오는 4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조건부허가 신청을 할 계획이다. 코로나19 백신의 본격적 접종이 이뤄져 집단면역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코로나19 치료제의 역할이 중요한데, 혈장치료제 개발이 완료되면 국민 보건 안정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백신 사업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GC녹십자는 최근 모더나 코로나 백신의 국내 유통 사업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모더나 백신 ‘mRNA-1273’의 국내 허가 및 유통을 담당하게 된다. 사업금액은 342억원 규모다. GC녹십자가 유통할 백신은 정부가 계약한 2000만명분 전량으로 오는 2분기에 국내에 공급할 계획이다.

또한 GC녹십자는 감염병혁신연합(CEPI)과 충진 후 마감 공정(Fill & Finish) 계약 후, CEPI가 지원하는 코로나19 백신 개발사와의 본계약을 협의 중이다.

GC녹십자는 앞서 지난해 10월 CEPI의 코로나 백신 위탁생산 대상자로 선정됐다. 이에 따라 GC녹십자와 CEPI는 이달부터 내년 5월까지 코로나 백신 5억 도스를 위탁생산하기로 했지만 어떤 제조사의 백신을 얼마만큼 생산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이명선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백신 공급이 시급한 만큼, 1분기 내 본계약이 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진 후 마감 공정 생산능력(CAPA)은 10억 도즈 이상 가능하기 때문에 CEPI 외 추가 계약도 가능한 상황”이라며 “모더나 백신의 국내 인허가 및 유통에 대한 342억원 규모의 입찰에 성공하면서 백신 수주 계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희귀의약품 및 혈액제제 사업 글로벌 진출 속도

GC녹십자는 코로나19 치료제와 백신 사업 외에도 주력 사업의 글로벌 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다. 우선 ‘헌터라제’는 지난해 중국 내 첫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승인받은데 이어 최근 일본 시장 진출에도 성공했다.

일본에 진출한 ‘헌터라제 ICV’는 글로벌 최초 뇌실투여 방식 치료제로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는 이르면 2분기 내에 일본에서 헌터라제 ICV의 매출이 본격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에서도 현지 허가를 받은 유일한 치료제로 약 2000억원 규모 현지 시장을 독점하게 될 예정이다. 금융업계에서는 헌터라제가 GC녹십자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는 현재 일본과 중국에서 보험 약가 등재 절차를 밟고 있다.

허 대표는 이번 아시아시장 입지 확대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시장 공략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허 대표는 지난 2013년 녹십자 최고기술책임자(CTO) 부사장을 지낼 당시 헌터라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됐을 때 향후 세계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운바 있다.

세계적으로 품목허가를 받은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헌터라제와 다국적 제약사 사노피아벤티스의 엘라프라제 등 2종뿐이다. 엘라프라제는 미국과 유럽 등 70여 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는데 매년 매출 8000억원가량을 내고 있다.

GC녹십자는 이미 중남미와 북아프리카 등 10여개국에 헌터라제를 수출하고 있다.

GC녹십자는 지난해 헌터라제로 매출 467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14.8%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수출로 거둔 매출은 259억원으로 2019년과 비교해 17.7% 증가했다.

또한 GC녹십자는 혈액제제 사업의 글로벌 진출에도 힘쓰고 있다. 회사는 지난달 26일 면역글로불린제제 ‘GC5107(국내명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 10%)’에 대한 품목허가 신청서(BLA)를 FDA에 제출했다.

바이오 의약품의 통상 60일간의 예비심사, 그 이후 10개월 내 품목 허가 심사를 통해 FDA 승인 여부가 결정된다. 신청 결과는 1분기 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개발 혈액제제가 글로벌 상업화를 앞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규모 설비 투자와 고도화된 생산 경험이 필수적인 혈액제제는 전 세계적으로 생산자가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공급 부족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GC5107 허가 획득에 성공하면 세계에서 가장 큰 면역글로불린 시장인 미국(81억 달러, 약 9조원)에 진출하는 첫 사례가 된다.

허 대표는 지난해 7월 북미 혈액제제 계열사인 GCBT를 스페인 그리폴스에 4억6000만 달러(약 5500억원)에 매각했다. 이번 거래로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고, 그간 이원화돼 있던 북미 혈액제제 부문 생산구조를 GC녹십자로 일원화했다.

허 대표는 “이번 BLA 제출은 자국 바이오 의약품 사업의 미국 시장 진출이라는 목표를 향한 큰 도약을 의미한다”며 “세계 시장에서 이미 인정받은 제품력을 기반으로 미국 내 의료진과 환자들에게 의미 있는 치료 옵션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GC녹십자는 지난해 연결 재무제표 기준 매출 1조5040억원, 영업이익 5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9.8%, 영업이익은 24.8% 늘었다.

이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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