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호텔신라 이부진, 매일유업 김선희, 마켓컬리 김슬아 3人
호텔신라 이부진 대표이사 사장 / 호텔신라 제공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3월 8일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성의 날'이다. 이러한 가운데 코로나19 대격변 속에서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한 파워로 뉴노멀 시대를 준비하는 국내 유통업계 여성 대표이사 3인이 주목받고 있다.

8일 업계 및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상위 200개 상장사 중 여성을 대표이사로 두고 있는 회사는 단 4곳에 그친다. 이 같은 남성 중심 분위기 속 당당히 여풍을 주도하는 인물로 단연 호텔신라 이부진 대표이사 사장이 꼽힌다.

호텔신라의 대표 사업은 호텔과 면세점이다. 2011년 호텔신라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이 사장은 취임 후 지난 2013년 대대적인 호텔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1월부터 7월까지 영업을 전면중단하는 막대한 손실을 감수한 엄청난 투자로 평가 받는다. 재개관한 신라호텔은 각종 소비자 만족도 소자에서 1위를 차지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비즈니스호텔 ‘신라스테이’도 업적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특급호텔인 신라호텔이 가진 브랜드 가치가 낮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들은 자회사까지 만들면서 라인 확장에 열을 올렸다. 신라스테이는 출범 3년 만에 흑자를 달성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면세점 사업에서는 인천공항 영업 확대 및 HDC신라면세점을 오픈하는 등의 깜짝 행보를 보인 바 있다. 이 사장은 시내면세점 사업 확장을 위해 현대산업개발과 합작법인으로 용산 복합쇼핑몰 ‘아이파크’에 HDC신라면세점을 개관했다. 신라면세점의 바잉파워 및 운영노하우로 영업 2년 만에 흑자를 달성하는 쾌거를 얻었다. 2019년 해당지점 한 곳의 매출만 약 1조3000억원에 이른다.

역대 최고 성과를 구가하던 호텔신라가 뜻하지 않는 걸림돌을 만났다. 코로나19로 여행수요가 절단되자 창사 이래 첫 적자실적을 기록하며 위기를 겪게 된 것이다.

지난해 제 47기 호텔신라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발언하는 이부진 사장/ 호텔신라 제공

이와 관련 이부진 사장은 지난해 정기주총 당시 “대내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기본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새로운 사업기회를 적극 발굴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 호텔신라가 제시한 지속 가능 성장은 크게 3가지다. 온라인 면세점 같은 디지털 역량 강화, 고객경험 극대화, 코로나 시대 이후를 대비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다.

내실화를 위해 허리띠도 졸라맸다. 전년 대비 투자를 반절로 낮추며 업황을 고려해 숙원사업이었던 한옥호텔 건립도 1년간 보류했다. 당초 2023년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공사 기한을 2024년 5월로 연장했다. 임원도 대폭 감소했다. 이 사장은 임원의 20%를 감축하고 승진인사를 단행하지 않고 유임하는 등 긴축경영을 이어나가고 있다. 국제선 사업 정상화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되는 만큼, 올해도 ‘위드 코로나’에 걸 맞는 사업 효율화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이사 사장 / 매일유업 제공

200개 상장사 중 또다른 여성 대표이사는 매일유업 김선희 대표이사 사장이다. 김 사장은 2009년 매일유업에 전무로 입사해 경영기획본부장, 기획조정실 실장 등을 거쳤다. 그러다 2014년 국내 유업계 첫 여성 CEO에 자리했다.

김 사장은 출산율 하락 등으로 유업계가 하락하는 어려운 시기 속 수장으로 승선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국내 1인당 연간 우유 소비량은 지난 1997년 31.5kg으로 정점을 찍다 2018년 26kg으로 떨어지는 등 우유소비량은 급감하는 추세다.

김 사장은 어려움을 ‘품질우선경영’을 모토로 뚫고 나갔다. 특히 프리미엄화가 가장 두드러지는 분야는 ‘분유시장’이다. 이들은 2019년 국내 최초로 중국수출용 특수분유 2종의 배합비 등록에 성공해 그해 정식으로 중국에 무유당분유(푸얼지아), 조산아분유(천얼후이) 등 2종을 수출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매일유업은 국내업계 중 최다인 총 17품목의 특수분유를 운영하고 있다.

매일유업 단백질 영양식 셀렉스 시리즈 / 매일유업 제공

소위 ‘우유만 판다’는 고정관념에서 탈피해 단백질 등 영양식 사업에도 눈을 돌렸다. 3년간 투자를 거쳐 2018년 업계 최초 성인 영양식 브랜드 ‘셀렉스’를 출시했다. 멀티비타민, 프로틴바를 시작으로 음료와 분말까지 확대했다. 매일유업 셀렉스는 현재까지 누적 매출 800억을 돌파하며 1등 단백질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19년 ‘슬로우키친’을 통해 파스타 소스, 스프 등 가정간편식 부문 HMR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손을 뻗으며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김 사장 취임 후 매일유업은 2016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8002억원을 올리며 서울우유를 밀어내고 창사 이래 최초 업계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같은 파워를 인정받은 김 사장은 SK그룹의 첫 여성 사외이사 후보로 낙점되기도 했다. SK 측은 "김 대표는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매일유업의 기업 가치를 증대하는데 기여한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여성으로서 공감 능력과 동시대 여성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회사의 소통 능력을 더 강화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김선희 사장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컬리 김슬아 대표 / 연합뉴스

200대 상장사 기업은 아니지만, 가장 떠오르는 스타트업으로 일컬어지는 컬리의 김슬아 대표도 우먼파워 인물이다.

김 대표는 지난 2015년 국내 최초로 장보기 서비스 마켓컬리 새벽배송을 시작했다. 국내 최초 생산에서부터 입고, 분류, 배송까지 유통 전 과정을 적정 온도로 유지하는 풀콜드체인 시스템을 구축했다. 풀필먼트화를 통해 누구나 오후 11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7시 이전에 신선한 물건을 받아볼 수 있도록 했다. 2015년 매출 30억원으로 시작한 마켓컬리는 지난해 거래액만 1조원을 넘어섰다.

새벽배송은 신선식품을 집 앞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편리함을 가져다 줬지만, 동시에 쓰레기 배출이라는 사회적 문제에 직면했다. 김 대표는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2019년 100% 재활용 가능한 종이로 모든 포장재를 전환하는 '올페이퍼 챌린지’ 친환경 배송을 선포하며 업계를 선도했다.

마켓컬리는 올페이퍼 챌린지 도입 1년 동안 대한민국 연간 플라스틱 사용량의 0.8%에 달하는 (폐기물 비닐 831t, 스티로폼은 4000t) 총 4831t 폐기물을 절감했다.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폐비닐 발생량은 약 34만1000여 t이다. 종량제 봉투에 버려야 하는 젤 아이스팩의 내용물을 100% 물로 바꿔 1만4248t 일반 쓰레기를 줄였다.

김 대표는 뉴노멀 시대에 대응할 준비도 마쳤다. 컬리는 최근 8만2644㎡(2만5000여 평)에 이르는 김포물류센터를 오픈했다. 신선 물류센터로는 국내 최대 사이즈다. 지난해 기준 마켓컬리 누적 회원수는 약 700만명에 이른다. 이번 투자로 매년 2배 이상 이어지는 성장세에 대응하겠다는 각오다. 김포 물류센터를 가동하면 현재 일평균 주문 처리량 9만여건의 2배인 18만건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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