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원FC 선수들/사진=프로축구연맹

[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K리그 클래식은 시민구단의 잔혹사가 어김없이 반복됐다. 강등권의 두 희생자는 수원FC와 성남FC다. 그러나 평가는 상반된다. 내셔널리그 구단으로는 사상 첫 K리그 클래식에 승격했던 수원FC가 예상외의 성적을 내며 시즌 내내 화제를 몰고 다닌 반면 전통의 터줏대감을 자처하던 성남은 감독 교체 이후 몰락을 거듭하며 사상 첫 챌린지 강등의 위기에 직면했다.

수원FC는 지난 5일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38라운드 최종전에서 0-1로 패하며 승점 39(10승 9무 19패)에 묶였다. 클래식 12개 구단 중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한 수원FC는 내년 시즌 챌린지로 강등 직행이 확정됐다. 이날 성남(승점 43)은 포항 스틸러스에게 0-1로 덜미를 잡히며 수원FC를 꺾은 인천(승점 45)에 10위 자리를 뺏기고 챌린지 구단 강원FC과 승강 플레이오프(PO)를 치르게 됐다.

◇ ‘미생’ 수원FC가 남긴 것들

상위 스플릿에 올라 최종 5,6위가 되는 전남 드래곤즈와 상주 상무는 최하위 수원FC와 승점 차가 별로 크지 않다. 어떤 의미에서 수원FC는 대혼전 시즌의 희생자였다. 수원은 2013년 승강제 도입 이후 2014년 11위 경남FC(승점 36)를 따돌리고 역대 강등 팀 최다 승점을 기록했다. 승점 39는 지난 시즌 최하위 대전 시티즌(승점 19)보다 두 배나 많다. 꼴찌 같지 않았던 꼴찌 수원FC의 선전은 K리그 경쟁력 향상과 저변 확대를 방증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다.

흥행 면에서도 무기력한 패배 속에 존재감 없이 사라지던 역대 꼴찌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수원FC는 명문 수원 삼성과 K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같은 지역 클럽의 맞대결 시대를 열었다. 성남과는 깃발 더비를 성사시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비록 챌린지로 돌아가지만 수원FC의 진화는 현재진행형이다. 구단 관계자는 ”2013년 프로(챌린지)에 올라오면서 중ㆍ장기적인 마스터플랜을 가지고 그 과정과 작업을 스텝 바이 스텝으로 해오고 있다“며 미래를 약속했다.

◇ 뜻밖의 몰락, 성남에 무슨 일이?

기적의 인천은 이기형(42) 감독 대행 체제 이후 10경기에서 승점 21(6승 3무 1패)을 쓸어 담았다. 비슷한 시기 성남도 감독을 교체했다. 그러나 김학범(56) 전 감독이 물러난 첫 경기에서 승리했을 뿐 나머지 8경기 동안 2무 6패로 몰락했다. 강등권을 놓고 인천과 성남의 자리가 뒤바뀐 주된 이유다. 감독 교체가 모두에게 능사는 아니었다. 성남으로선 섣부른 감독 교체의 후폭풍을 제대로 맞았다.

우승 7회ㆍ준우승 3회에 빛나는 전통의 성남이 2010년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한 이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시즌 리그 5위의 기세를 앞세워 내심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노렸던 터줏대감이 사상 첫 챌린지 강등을 걱정하고 있다.

성남은 거듭된 연패로 팀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강원과 극명하게 엇갈린다. 승강 PO의 역사도 성남 편이 아니다. 역대 챌린지 PO 진출 팀이 승격에 실패한 사례는 없다. 성남은 17일 강원과 원정 1차전을 치른 뒤 20일 홈 2차전에 임한다. 관건은 외국인 선수의 활약 여부다. 강원은 마테우스(리그 12골)ㆍ루이스(7골 4도움) 듀오가 건재한 반면 성남은 티아고 이적 뒤 득점력에 큰 공백이 발생했다. 성남은 스트라이커 실빙요(13경기 2골)가 부진을 털고 해줘야만 강원의 무서운 기세를 꺾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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