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네이버, 별점시스템을 없애고 정보를 제공하는 '태그 구름' 형태 전환
배달의민족, 악성리뷰 30일간 노출 제한 기능 확대
소비자 알권리가 침해된다는 우려 목소리도

[한스경제=변세영 기자] # 맛있게 드시려면 이 음식점은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중략) 이 음식점은 가이드라인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운영을 주먹구구식으로 한다는 거죠. 제가 만약 음식 장사를 하는데 이런식의 피드백이 있다면 주변 경쟁업체는 물론 하물며 배달대행 기사들 앞에서도 ‘쪽팔려서’ 얼굴 못 들고 가게 못 열 것 같습니다. ‘쪽팔려서’

자영업자 커뮤니티 캡처

최근 배달의민족에 임점해 야식을 판매하는 자영업자 A씨는 소위 ‘별점테러’와 악성리뷰로 골머리를 앓았다. 국내 최대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연에 의하면 고객 B씨는 음식 주문 후 한시간이 이상 지난 뒤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왔다며 환불을 요청했다. A씨는 음식을 수거해 환불을 진행하려 했지만 음식은 이미 거의 다 먹은 상태였고, 더군다나 머리카락도 나오지 않았다. 이에 A씨가 환불이 어렵다고 응답하자 B씨가 악성리뷰를 남겼다는 게 사건의 내용이다.

해당 리뷰를 본 자영업자들은 “저정도 리뷰면 명예훼손으로 고소 가능한 거 아니냐”, “저런 리뷰는 좀 우리가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장님 힘내라” 등의 댓글을 남겼다.

최근 한 소비자가 배달이 늦었다는 이유로 성적인 모욕을 포함한 악성리뷰를 남겨 논란이 된 바 있다.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을 통한 주문 및 예약이 늘고 이를 평가하는 ‘리뷰’ 문화가 활성화되자 덩달아 자영업자들이 이러한 별점테러 및 악성 리뷰에 고충을 토로하는 일이 많아졌다. 앞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치킨 배달이 ‘4분’ 늦었다는 이유로 성적인 인신공격성 리뷰를 남긴 고객을 향해 공분이 쏟아지기도 했다. 고객이 알바생의 외모 지적과 함께 XX라는 용어를 쓰며 모욕했기 때문. 해당 업체 사장은 “전화로도 거듭 사죄 드렸는데”라며 “배달 4분 늦은 건 죄송하지만 이런 글 쓰고 딸아이에 심한 욕설과 저급한 여성 취급한 것은 사과해달라”고 호소했다.

리뷰로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입는 등의 문제가 계속 불거지자 네이버는 지난 17일 업체를 향한 ‘별점 시스템’을 없앤다고 밝혔다. 네이버는 점수 평가 기반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방문객들의 리뷰를 바탕으로 해시태그 형식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게 골자다. 네이버 AI 기술이 방문객 리뷰를 참고해 업체의 개성을 소개하는 키워드를 추출해 ‘태그 구름’ 형태로 소개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네이버는 향후 고객이 가진 불만을 공개적인 리뷰로 표출하지 않고도 사업자에게 알릴 수 있도록 ‘사장님에게만 전할 이야기(가칭)’ 기능도 도입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양질의 리뷰가 증가하고 이유 없는 악성 리뷰는 감소해 오프라인 업체들과 사용자 모두에게 만족감을 선사하겠다는 목표다.

네이버 한성숙 대표는 이번 개편에 대해 “그 동안 오프라인 가게에 대한 리뷰가 별점과 짧은 코멘트 리뷰를 중심으로 한 ‘평가’의 수단이라 여겨졌다면, 앞으로 리뷰는 개인의 취향을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정의될 것”이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별점시스템을 없애고 '태그 구름' 형태로 정보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네이버 제공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도 지난달 전국가맹점주협의회와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가맹점이 요청할 경우 명예훼손성 '악성리뷰'를 30일 동안 게시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자영업자들이 악성 리뷰로 받는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특히 배민은 돈을 받고 허위로 작성하는 악의적 리뷰로 발생하는 피해를 막기 위해 2019년부터 리뷰 검수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리뷰 검수 기능을 도입하는 등 건전한 리뷰 정착에 노력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리뷰제한이 소비자의 알권리 및 선택권을 축소시킨 다는 우려 섞인 시선도 나온다. 물건에 대해 정당한 금액을 지불하는 소비자의 권리임과 동시에 리뷰를 통해 상대적으로 판매자에게 의존해 판단 능력이 부족한 구매자들이 이를 보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을 통해 선택의 범위는 넓어졌지만 업체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니 리뷰를 보는 것”이라면서 “소비자 평가는 다른 소비자들에게 정보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없애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이어 “(악성리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후기를 그대로 노출하는 것 보다는, 업체 평균 점수와 몇 명이 이를 평가했는지 인원수만 오픈하는 방식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변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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