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운 교수.

[한스경제=글렌다박 기자]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영상의학과 이로운 교수가 이번 달 초, ‘임상 상황에서 영상의학 검사의 판독소요시간(RTAT; Report Turnaround Time)을 예측하기 위한 장치 및 그 방법’을 국내 최초로 발명 및 특허를 취득하여 국내 영상의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로운 교수는 아산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과정을 거쳐 현재 인하대학교 영상의학과 근골격계 진료 교수이자 의국장이다. 그는 30대의 나이에 전문 분야에서 업적을 이룬 인물을 선정하여 인명사전을 발간하는 ‘Marquis Who’s Who’ (세계인명사전)에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연속으로 등재된 젊은 석학이기도 하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는 임상에서 다양한 영상을 판독한 후, 의학적 소견을 뒷받침하여 ‘판독소견서’를 작성하게 되며, ‘판독소견서’를 작성할 수준에 도달하기까지 영상의학과 전공의의 수련과정은 매우 전문적이고 엄격하며, 다른 전공과는 차별화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영상의학 검사에서 ‘판독소견서’는 영상의학과만이 지닌 특화적인 수련과정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물이자 검사를 의뢰한 의사 및 환자에게 정확한 소견과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라고 할 수 있다. 환자의 신속한 치료 계획 수립과 적합한 치료과정 수행을 위해서는 최대한 이른 시간 안에 환자의 상태에 대해 영상의학적 소견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건강진단을 해본 환자라면 한 번쯤은 경험해봤을 법한 초음파, X-Ray, CT, MRI 등 영상의학 검사의 빈도가 월등히 잦아지고 의료기술이 발달하면서 영상의학 검사 수준도 고속 성장하였다. 앞서 언급했듯, 영상의학 검사 결과는 임상적 진단에서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에 신속하고 적절한 판독소요시간은 임상의(주치의)와 환자에게 최상의 치료 방향을 제시 할 수 있으나, 판독소요시간이 지연 또는 미판독이 발생할 경우, 그 불이익은 환자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이는 민원, 한 발 더하여 법적 분쟁의 소지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여느 환자가 오랜 예약의 기다림 끝에 대학병원 외래 진료를 보게 되었는데, 담당 교수나 직원이 ‘영상 판독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더 기다려야 한다’라고 하거나, ‘영상 판독 결과를 위해 다음에 다시 내원하라’라고 공지한다면 불쾌감이 들 수도 있지만, 문득 치료와 진단이 지연되기에 걱정이 앞설 것이다.

“저의 이번 특허는 이러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환자와 임상의가, 그리고 임상 의사와 영상의학과 의사 간에 효율적인 진료과정 수행을 위해 생각해 낸 아이디어입니다.”

현 국내 영상의학 검사에서 판독소요시간에 대해 국가 및 학회에서 확정한 지침은 없다. 그와 대조되게 미국방사선의학회(American College of Radiology)에서는 영상의학과의 영상검사소견의 소통과 판독소견서 작성 및 판독 소요 시간 준수를 위한 실천지침(ACR practice guideline)을 발간하고 있으며 지속해서 갱신하고 있다. 다만, 국내 병원에서는 각 병원에서 진료의 질 향상, 환자의 만족 증진을 위해 개별적으로 상급병원에서 응급실 및 병동검사의 경우, 검사 시점을 기준으로 24시간 이내, 외래 진료의 경우 7일 이내 또는 외래 방문 전으로 판독소요시간의 한계를 설정하여 이를 준수하기 위해 노력한다. 비록 법이나 규정으로 정례화되어 있지는 않으나 영상의학 검사의 판독소요시간은 각 병원의 자체 병원 평가 및 병원 인증 평가 등의 평가 척도 및 참고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병원 OCS(Order Communication System, 처방전달시스템)에서 영상검사 처방을 내리는 장면. 본 특허 기술을 이용하면 임상의사가 영상의학 검사를 처방할 때 어느 시점에 판독이 이루어질지 알고리즘으로 사전에 제시 받은 데이터를 추정하여 환자의 적절한 다음 내원 시점을 설정하고 불필요한 재내원을 방지할 수 있다.

영상의학 검사의 판독소요시간은 대기 중인 해당 검사 건수, 병원 내 전문의 인력 현황, 검사 종류, 난이도 등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기에 현재 병원에서 수집 가능한 다양한 변수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유연하게 결정할 필요성이 있다.

“이번 특허 '영상의학 검사의 판독 요소 시간을 예측하는 장치와 방법'은 과거 동종의 영상 검사에 대응하여 수집된 복수의 독립 변수와 해당 검사의 실제 판독 소요 시간에 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독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분석하고, 이를 머신 러닝 모델에 적용하여 대략적인 영상의학 검사의 판독시간을 예측할 수 있게 해주는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이로운 교수는 과거 '팔꿈치 골화 중심의 단순 방사선 사진을 통한 골 연령 진단 프로그램' 외 2건의 특허를 출원하였고, 이번이 그의 네 번째 특허이다. 이외에도 그는 1건의 영상의학 관련 프로그램인 ‘Elbow bone age’를 개발하였다. 본디, 어린이의 성장을 판별하기 위한 골 연령은 팔꿈치 방사선 촬영 사진을 판독하여 분석하게 된다. 해당 촬영 사진을 기준 도표 사진과 비교하여 점수를 매기고, 그 점수를 합산하여 나이를 추정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가 발명한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상에서 가장 방사선 사진과 유사한 상태를 클릭하면 자동으로 점수가 합산, 점수에 맞는 나이를 산출하여 판독문으로 제공된다. 수동으로 하면 평균적으로 2분 이상 걸리는 과정을 15초 이내로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이로운 교수가 발명한 것들은 대부분 임상에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

“필요에 의해 아이디어를 발상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현 가능한 수준까지 ‘현실화’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또한, 특허라는 것은 독창성(novelty)을 가져야 하고, 그렇기에 기존에 없던 새롭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구상해 내야 한다는 창작의 고통 또한 따르기 마련입니다.”

그는 이번 특허의 판독소요시간 예측 모델을 만들면서, 그는 어떤 독립, 종속 변수들이 영상의학 검사 판독시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고려하고 연구하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 이로운 교수는 그동안 영상의학과 전문의로서 쌓았던 경험을 기반으로 각각의 독립, 종속 변수에 가중치를 적용한 수식을 개발하여 인공지능 모델에 적용했다.

그가 판단한 영상의학 검사 판독시간에 영향을 주는 변수에는 해당 영상의학의 검사 종류, 판독 난이도, 현재 미판독된 잔여 대기 검사 건수, 최근 설정 기간 이내의 해당 검사의 판독소요시간 평균, 현재 가용한 전문인력의 숫자, 가용 전문인력들에 대한 종합적인 판독역량(예: 하루에 판독 가능한 양의 최근 통계) 등이 있었다.

“최대한의 변수 요소를 소집, 고려하고 최종적으로 수식화하여 실제 모델에 적용하는 점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이과생이어도, 공학자나 수학자가 아닌 평범한 대학병원의 영상의학과 전문의이니까요. (웃음)”

특허가 출원되고 최종 등록되어 권리를 보장받기까지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된다. 또한, 특허는 실물 모델을 제출하는 것이 아닌 ‘아이디어의 구현’이기 때문에 각 병원의 OCS에 적용 가능한 실제 알고리즘을 제작하는 시간은 수개월에서 1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 예상한다. 현재는 인공지능 학습 모델의 특성상 초기 버전으로 ‘완성’이라 보기는 어렵지만, 점점 수치와 경험을 쌓아 정확성을 높여 나가며 완성된 모델의 형태에 가까워지는 단계에 이르게 된다. 이로운 교수는 연구와 발명을 통해 개인의 영달이 아닌 ‘환자의 진료’에 이바지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는 본 특허를 통해 저나 본교가 경제적인 이득을 얻는 것보다, 병원의 임상 상황에 널리 활용됨으로 인해 진료의 효율을 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기에 산학 협력단에서 동의해준다면 저는 사실상 무상으로 기술을 이전할 생각을 지니고 있습니다.”

영상의학 판독은 어두운 암실에서 이루어진다. 판독 시간에 영향을 주는 것에는 여러 가지 요소가 있고, 영상 진단 장비의 발전과 더불어 진료과정에서 영상의학 검사 숫자는 급격히 증가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로운 교수가 과거 출원한 3건의 특허를 비롯해 이번 특허 역시 인하대 의과대학의 교수 신분으로 개발한 것임으로 발명자는 이로운 교수이지만 특허권, 즉, 경제적인 권리는 소속 대학 산하 협력단인 인하대학교 산학 협력단이 보유하게 된다.

이로운 교수는 인공지능 연구에서는 막 걸음마를 뗀 초심자(beginner)에 가깝지만, 점점 의료 영상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필요성과 중요성이 대두되는 현실에서 그는 연구자로서 환자들에게 도움도 되면서, 의료계 전반적으로도 의미있는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올해는 의료 영상 영역에 있어서 ‘인공지능’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물론, 이 연구는 이로운 교수 혼자만의 능력이 아니기에, 의과대학 외 전공과의 융합 연구와 소통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는 현재 인하대학교 인공지능융합연구센터 주관 AI확산연구회에서 인하대학교 공과대학 정보통신공학과의 홍성은 교수와 팀을 구성해 그의 전공 분야인 근골격 영상 부분에서의 인공지능 적용 가능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연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저의 전공 분야 연구로는, 근골격계에 대한 저선량(low-dose) CT 검사에서 일반 검사와 크게 다르지 않은 이미지 품질을 얻으면서 환자에게 노출되는 선량을 최대한 줄일 수 있는 프로토콜의 연구에 나설 생각입니다.”

모든 방사선을 사용하는 영상의학 검사는 이를 결정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피폭선량과 영상의 화질에 대한 최적화가 이루어져야 할 뿐만 아니라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의 원칙에 따라 최소의 방사선을 사용하여 최적의 임상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중, CT 검사는 방사선 검사 민감도가 높은 소아 환자에게는 매우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며, 성인 환자에게도 많은 피폭을 조사하는 검사이다. 임상 상황에서 CT 선량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적절한 저선량 프로토콜은 환자에게 불필요한 방사선 피폭을 줄이고 안전한 검사를 제공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적절한 영상 품질을 보장하는 저선량 검사의 도입은 검사를 필요로 하는 임상의와 방사선에 노출되는 환자 모두에게 매우 절실하고 필요하다. 그리고 그 연구에 이로운 교수가 앞장 서 있다.

“영상의학과 전문의로서 신속하고 정확한 판독과 더불어 환자에게 최소한의 방사선 위해를 주면서도 최선의 영상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프로토콜의 연구, 그리고 영상 진단 장비의 꾸준한 정도 관리를 통해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렌다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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