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PSD2, 사실상 모든 전자금융업의 소비자 예치금 보호
전금법 개정안, 대금결제업자 50%만 예치·신탁 명시
무조건적인 규제 문턱 상향, 정답 아니란 목소리도 있어
전금법 개정안 내용 중 이용자 예치금 의무화를 절반 수준으로 명시한 부분이 논란이다./연합뉴스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전자금융업자의 영역범위 확대에 따라 금융소비자 보호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국회 정무위원장을 역임하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1월 말 대표발의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 시행시 소비자의 예탁금 보호가 유럽의 PSD2(Payment Services Directive2)수준으로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선불충전금 예탁금 비율 차등적용 논란
조혜경 정치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지난 23일 배진교 정의당 의원이 개최한 ‘전금법 개정안 쟁점과 대응과제’ 토론회에서 외부관리 의무 예탁금 비율 차등적용을 지적했다.

전금법 개정안의 모태가 된 PSD2를 보면, 지급계좌를 발급해 수신기반 지급서비스업을 영위하는 경우, 지급서비스 제공기관의 업종에 상관없이 소비자의 예치금 유지와 관리에 관한 엄격한 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한다.

또 최소자본금 규정과 별도로 결제대금 및 선불예치금 규모의 증가에 비례하는 준비금 적립 규정 도입했다.

실제 유럽은행감독청(EBA)에 명시된 PSD2 제10조를 보면, EU 회원국 또는 권한이 있는 당국은 결제 서비스 사용자 또는 다른 결제 서비스를 통해 받은 모든 자금의 보호를 위해 부록(ANNEX) I의 1~6항에 언급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결제 기관을 요구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PSD2 부록(ANNEX) I의 1~6항에 언급된 기관은 ▲결제 계정에 현금을 입금할 수 있는 서비스 및 결제 계정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작업을 하는 기관 ▲결제 계정에서 현금 인출이 가능하고 결제 계정 운영에 필요한 모든 작업이 가능한 서비스를 하는 기관이다. 

또 (일회성 자동 이체를 포함한 자동 이체 실행·결제 카드 또는 유사한 장치를 통한 결제 거래 실행·정기 주문을 포함한 신용 이전 실행 등)소비자의 결제 서비스 제공 업체 또는 다른 결제 서비스 제공 업체와의 결제 계정에서 자금 이체를 포함한 결제 거래를 실행하는 기관도 포함됐다.

특히 ▲(일회성 자동 이체를 포함한 자동 이체 실행·결제 카드 또는 유사한 장치를 통한 결제 거래 실행·정기 주문을 포함한 신용 이전 실행 등) 결제 서비스 사용자의 신용 한도로 자금이 충당되는 결제 거래 실행하는 기관 ▲결제 수단 발행 또는 결제 거래를 획득하는 기관 ▲자금을 송금하는 기관 등이 있어 사실상 전자금융거래를 하는 모든 기관에 해당된다.

반면 전금법 개정안 제26조를 보면, 자금이체업자는 소비자의 예탁금 전액을 관리기관을 통해 예치, 신탁해야 하지만 대금결제업자는 50%에 해당하는 금액만 하면 된다고 명시됐다.

자금이체업자와 대금결제업자는 각각 자금이체업과 대금결제업을 하는 사업자를 일컫는다.

여기서 말하는 자금이체업이란 전자자금이체를 영업으로 하는 것을 의미한다.

반면 대금결제업이란 선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 직불전자지급수단의 발행 및 관리 사업으로 페이앱의 페이머니 선불 충전·타 계좌와 연동한 직불 결제를 뜻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전금법 개정안 제26조가 수정없이 국회 문턱을 넘어 시행될 경우, 페이앱에 충전한 페이머니가 절반만 보호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A사의 페이앱에 페이머니를 100만원을 선불 충전했는데, 이 회사가 갑작스럽게 파산하는 경우 법적으로 50만원만 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다.

금융권에선 건전한 디지털금융 혁신을 위해 최소한 PSD2 수준의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형 전자금융 사고가 나면, 소비자를 완벽히 보호할 수 있는 대안책이 없는 실정”이라며 “전자금융을 이용하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PSD2 수준의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자금이체업과 대금결제업을 다른 잣대로 구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현재 핀테크업계에선 대금결제업의 외부기관 예치를 50%로 하는 것도 강력한 규제인데 이를 자금이체업과 똑같이 놓고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대금이체업은 타인의 송금으로 소비자 개인에 많은 예치금이 쌓일 수 있지만, 자금이체업에서 페이머니는 타인에 의한 선불 충전이 불가능하고 오직 소비자 본인의 승인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예치금 규모가 적은데, 제도적인 규제 문턱을 지나치게 높이는 건 오히려 디지털 혁신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관계자는 “자금이체업과 대금결제업의 규모와 이에 따른 리스크는 큰 차이가 있다”며 “50%만 외부 예치를 해도 지급분리사태 등 리스크를 충분히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선불충전 예치금 논란, 그마저도 규제공백 구멍
더 큰 문제는 소비자의 선불충전금을 관리기관에 예치해야 한다고 명시한 전금법 개정안이 언제 국회 문턱을 넘을지 가늠이 안된다는 것이다.

전금법 개정안 제26조를 보면, 전자금융업자의 허가·등록이 취소·말소되거나 파산선고를 받은 경우 등에 소비자는 본인 자금에 대한 우선변제권을 가지며 관리기관 등에 이용자예탁금을 직접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현재 전금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 이슈 등을 겪고 있어 언제 국회 문턱을 넘을지 미지수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9월 선불충전금 서비스를 운용하는 전자금융업자를 대상으로 외부예치를 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고 행정지도를 했지만,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에 대한 처벌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1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하이플러스카드 ▲티머니 ▲이베이코리아 ▲쿠팡페이 ▲SK커뮤니케이션즈는 선불충전금 외부예치를 이행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용우 의원은 “가이드라인 이행현황에 대해 미이행하는 업체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금융감독원은 무엇보다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측은 “개정안이 시행될 때까지 규제공백이 있기 때문에 전자금융업자가 가이드라인을 지키도록 유도는 계속하는 상황”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동일업무·동일규제 주장, 의견 분분
동일한 금융업무를 하는 사업자에겐 동일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같은 업무를 하더라도 핀테크와 금융사의 적용되는 잣대가 다르다는 것이다.

똑같이 모바일을 통한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봐도 기존 카드사의 페이앱은 여신전문금융업법 등을 추가로 적용받지만, 핀테크사의 페이앱은 전자금융거래법 등을 적용받는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핀테크도 금융이고 기존 금융사도 금융”이라며 “같은 금융업을 하는데 금융당국이 잣대를 다르게 내미는 건 매우 불합리면서도 금융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염려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일업무·동일규제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본질은 예대율이고 이에 따른 규제가 있는 것”이라며 “대출이 가능한 것도 아니고 수수료가 붙는 예적금이 되는 것도 아닌데 핀테크사가 고객의 돈을 예치한다고 해서 같은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은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업종간 영위하는 사업의 차등이 있기 때문에 규제에 차등이 있는 것”이라며 “이를 무조건 잘못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오히려 불공정한 주장”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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