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그린뉴딜·탄소중립에 치명타...국내 ESS산업 살려야
홍성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 화재 현장.(연합)

[한스경제=양세훈 기자]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산업이 몰락하고 있다. ESS화재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해도 그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졌고, 안전조치 강화 등으로 업계부담만 증가했기 때문이다. 국내는 수주절벽으로 크게 위축된 상황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신재생에너지 확산에 따라 ESS 산업이 매년 30%이상 성장하고 있다. 국내 ESS 산업이 외산에 잠식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7일 충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홍성군 광천읍 한 주민 소유 태양광 ESS에서 불이 나 내부 에너지저장 배터리 140여개를 모두 태우고 소방서 추산 4억4000만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ESS시설 내부에서 발화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밝히기 위해 합동 감식을 할 예정이다.

이처럼 국내 ESS산업의 위기를 가져온 ESS화재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2017년 8월부터 2019년 10월까지만 해도 총 28건의 ESS 화재가 발생했다. 정부가 구성한 민관합동조사단이 1년 가까이 조사에 나서는 등 원인파악에 나서 ‘대부분 배터리의 결함’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배터리 업체는 해외와 달리 국내 ESS에서만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처럼 불명확한 원인 규명에 ESS화재가 계속 이어지자 국내 ESS산업은 크게 위축됐다. 가장 큰 문제는 신뢰도 하락이다. 한국 ESS협회에 따르면 ESS를 갖춘 태양광발전소는 매각이 어렵고 제대로 가동도 못하는 등 피해만 눈덩이처럼 늘고 있다. 더구나 정부에서 안전을 이유로 옥내 80%, 옥외 90% 등 충전율을 제한하고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와 한전 전기요금 할인제도 약관 개정 등으로 업계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전기산업진흥회에 따르면 ESS 신규사업장은 2018년 973개소에서 2019년 476개소, 2020년에는 405개로 절반 이상 줄었다. 신규설비 용량 역시 2018년 3.7GWh에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1.8GWh로 감소했다. 지난해 하반기 ESS 수주물량은 예상치보다 90% 이상 감소했다.

반면 해외 ESS시장은 매년 30% 이상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이 2018년 11.6GWh(기가와트시) 규모에서 2025년 86.9GWh로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연평균으로는 33% 성장에 달한다. IHS마켓도 올해만 전세계적으로 10GW의 ESS 설비가 새로 설치될 것으로 내다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ESS 시장을 외산이 잠식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국내 ESS 관련 중소기업들이 이 시기를 버티지 못하면 산업 생태계가 완전히 무너져 외국산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유지·보수 시장마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ESS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이 없는 국내 ESS 시장에 신규 투자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세계적으로는 성장하는데 우리나라만 역성장하는 상황에서 국내 ESS 생태계가 무너지면 향후 태양광처럼 값싼 외국산이 국내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시간문제로, 정부의 그린뉴딜이나 탄소중립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에 ESS협회는 △파산위기 사업자들을 위한 특별보상법을 제정 △중앙통제가 가능한 ESS의 특성을 고려해 발전소 용량요금(CP) 즉각 지급 △가격폭락으로 팔지 못하고 있는 ESS REC는 손익분기점 수준으로 국가 매수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협회는 최근 대정부 선언문에서 “우리를 파산위기로 몰아넣고 있는 산업부를 상대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저항해 나가겠다”며 “정부가 ESS우대정책으로 사업자를 유혹한 뒤 화재위험을 빌미로 찬밥 대우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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