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지난해 글로벌 시장서 녹색채권 1752억 달러 발행
올해 2월 국내 시장 녹색채권 규모, 5조7000억원 수준
현대차 등 녹책채권과 환경보호 실천 노력하는 기업 있어
지난해 글로벌 ESG채권 시장에서 1752억 달러 규모의 녹색채권이 발행됐다./픽사베이

[한스경제=조성진 기자]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세계경제가 유례없는 경기 침체를 겪고 있다. 1929년부터 시작된 대공황(Depression of 1929)을 겪은지 91년만이다.

세계 주요국과 각 기업은 ESG 투자를 통한 침체기 극복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ESG 투자는 2020년 40조5000만 달러에서, 2030년 130조 달러로 연평균 12.4%의 높은 성장세가 예상된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비재무적 정보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제고, 양호한 ESG 투자 성과, 기존 상품의 ESG 리브랜딩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국내 기업도 ESG 관련 투자환경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

ESG채권 규모, 글로벌 시장에선 녹색채권이 다수

ESG채권은 크게 ▲녹색채권 ▲사회적채권 ▲지속가능채권으로 구분된다.

녹색채권이란 기후변화, 신재생 에너지, 전기자동차, 고효율 에너지 등 환경 보존 및 개선 등 친환경 프로젝트나 사회기반시설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다.

이를 위해 ▲조달 자금의 사용 ▲프로젝트 평가와 선정 과정 ▲조달자금 관리 ▲사후보고 등 네 가지 핵심 요소의 의무사항을 충족해야 한다. 최근 기후 재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환경이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글로벌 녹색채권 시장이 급성장하는 추세다.

사회적채권은 사회 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한다. 중소 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 취약 계층 지원, 사회 인프라 구축 등 사회문제 해결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발행되는 목적으로, 2010년 영국의 피터버러 시에서 범죄자의 재범률을 경감시킬 목적으로 사회적 채권을 최초로 발행했다.

최근에는 정부 공공기관 이외에 금융회사 및 일반기업도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자금을 조달하고자 발행한다.

지속가능채권은 환경 친화적이고 사회가치를 창출하는 사업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으로, 녹색채권과 사회적채권을 합친 개념이다.

지속가능채권의 경우 녹색채권이나 사회적채권보다 조달 자금을 다양한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으나, 발행사가 조달한 자금을 발행목적에 어긋나게 사용할 위험이 높다는 단점이 있다.

ESG채권의 핵심은 녹색채권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 글로벌 시장에선 기본적으로 녹색채권이 가장 큰 규모로 발행된다. 블룸버그와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녹색채권 발행 규모는 1752억 달러로 전체 ESG채권 시장의 63%를 차지했다. 2018년 1527억 달러에서 225억 달러 증가한 수치다.

각국 정부 역시 녹색채권 발행에 적극나섰다. 독일의 경우, 지난해 9월 65억 유로 상당의 연방녹색채권을 발행했다.

프랑스는 녹색회복플랜(Green Recovery Plans)을 강화해 녹색 인프라 프로젝트와 배출가스 감축 프로그램을 위한 자금으로 수십억유로를 배정할 예정이다.

프랑스는 기후 행동과 청정 기술(Climate Action And Clean Technology)이 새로운 플랜의 핵심임을 확인하며 산업플랜트, 건물, 교통망 등 폭넓은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그린 업그레이드를 계획 중이다.

 

국내 ESG채권 시장에선 사회적채권 발행 집중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해 발표한 한국판 뉴딜정책 중 하나에 ‘그린뉴딜’을 포함하고,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로 만들겠다고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의 ESG채권 시장은 글로벌 트랜드와 다른 양상이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ESG채권 전체 453개 종목(69조6000억원)중 사회적채권이 405개 종목(63조2000억원)으로 전체 90.8% 비중을 차지했다.

녹색채권 및 지속가능채권은 각각 27개 종목(2조6000억원), 21개 종목(3조8000억원)으로 시장점유율은 3.8%, 5.4% 수준에 불과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전체 63%를 차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내 ESG채권 시장에 사회적책임채권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키움증권 리서치센터

이 기조는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졌다. 키움증권 리서치센터 등에 따르면, 올해 2월 기준, 국내 ESG채권 시장에서 사회적채권 규모는 71조6000억원인 반면 녹색채권은 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국내 ESG채권 시장에서 사회책임투자는 그 규모면에서 연기금 등 공적 기관투자자가 주도하는 추세다. 실제 지난 2월 상장 발행된 ESG채권 중 약 78%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서민금융지원 목적으로 발행한 주택저당증권(MBS·Mortgage Backed Securities)이다.

향후 국내에서도 ESG 투자 자산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업이 녹색채권을 발행하면 이를 시행하기 위해 무거운 책임감이 동반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황영기 전 KB금융회장(ESG행복경제연구소 자문위원)은 지난 6일 법무법인 ‘세종’이 BNP파리바 증권과 공동으로 주최한 ‘ESG 투자·파이낸싱 세미나’ 모두발언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평가기준이 주관적이지만, 특히 환경오염에 대한 측정과 지표의 객관화를 국제규범에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곧 유동성 확보를 목적으로 ESG채권 발행을 하는 기업이 객관적인 환경 요소의 지표를 지키지 못했을 경우, 그린워싱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린워싱이란 녹색채권 발행기업이 실질적으로 친환경 경영을 하지 않으면서 친환경 기업으로 홍보하거나, 채권발행 목적으로 호도하는 경우를 일컫는 표현이다. 기업이 ESG채권 발행시 약속한 목적사업을 영위하지 않고, 친환경적이지 않은 사업에 투자하거나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 그린워싱에 해당한다.

황 전 회장은 “한국은 세계9위의 탄소배출국이고, 우리 사회는 그동안 재벌 중심의 경제성장이 있었지만, 환경 등에 대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지배구조는 중요하게 논의되지 않았던 게 현실”이라며 “기업이 ESG투자를 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포스코, 녹책채권 발행·환경보호 실천 노력

오늘날 국내기업에게 환경보호 실천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사업활동에 있어 환경보호 실천은 기존에 탄소를 많이 배출한 기업 등에게도 해당한다. 현대자동차와 포스코는 녹색채권을 발행하며 환경보호 경영이념도 실천하는 대표 기업이다.

현대자동차가 지난 2월 녹색채권 발행과 함께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했다./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지난 2월 4000억원 규모의 ESG 채권을 발행했다. 같은 달 전기차 ‘아이오닉5’를 출시하며 환경보호를 시행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5는 전용 플랫폼 'E-GMP'가 적용돼 1회 충전으로 450km를 주행할 수 있다. 이 모델은 사전계약 하루 만에 2만3760대 전기차 최초로 내연기관 자동차의 사전 계약 대수를 뛰어넘은 수치를 기록했다.

포스코는 2019년7월 전세계 철강사 최초로 5억 달러 규모의 ESG채권을 발행했다. 여기에는 녹색채권 등이 포함됐다. 또 ESG 실천을 위해 2019년 ‘기업시민 헌장’을 만들었다. 이는 포스코만의 독특한 기업이념과 나침판으로 사회와의 조화, 동반성장, 환경, 안정, 다양성 등을 담았다.

포스코는 환경보호를 실천하기 위해 철강을 제조공정하는 과정에서 환원제로 사용하는 석탄 원료를 수소로 바꾸는 기술과 경쟁력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차와 포스코의 사례와 같이 모든 기업이 자발적으로 나서 환경보호 실천에 적극 동참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황 전 회장은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이 있는 기업은 ESG 시행에 무리가 없을 수 있지만, 모든 기업이 ESG경영을 잘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며 “ESG경영 실천에 따른 실적 마이너스 등 리스크를 겪는 기업이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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