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4개월 만에 기준선 아래
상승폭 둔화 과정에 나타난 吳… 규제 완화 기대감↑
전문가 "규제 완화 필연적… 단기 변동성 감내해야"
오세훈 서울시장. /연합뉴스

[한스경제=김준희 기자] 서울 집값이 진정세로 향하는 가운데 ‘오세훈’이라는 불쏘시개가 등장했다. 정부와 오세훈 서울시장이 부동산 정책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조정 국면에 놓인 듯했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96.1로 기준선인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가 100 아래로 떨어진 건 지난해 11월 넷째 주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매매수급지수는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이 지수는 2월 둘째 주 111.9로 지난해 7월 이후 고점을 경신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2·4 주택 공급대책 발표 이후인 2월 셋째 주 110.6으로 떨어진 이후 8주 연속 하락곡선을 그렸다.

지역별로는 강북권이 95로 직전 주 99.4에 이어 2주 연속 100선 아래에 머물렀다. 강남권도 3월 마지막 주까지 102.7로 100선을 유지했으나 지난주 97.2로 하락했다.

부동산원 관계자는 “2·4 대책 발표 후 서울 인근에 공급이 충분히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면서 30대를 중심으로 번지던 ‘패닉바잉(공황구매)’이 잦아들었다”며 “금리 인상 움직임에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세금 인상 우려까지 더해지며 매수심리가 잦아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부동산원이 조사한 전국 주택가격동향 조사에 따르면 4월 첫째 주 서울 주간 아파트 매맷값은 0.05% 올라 지난주와 같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2월 첫째 주 0.10%를 기록한 이후 상승폭을 줄이고 있다.

압구정 아파트 단지 전경. /연합뉴스

◆ 오세훈 등장에 진정 국면 부동산 시장 '전환점'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뜨겁게 타올랐던 서울 부동산 시장이 조금씩 진정되는 모양새지만, 지난 7일 열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당선되면서 분위기가 또 묘하다.

오 시장은 선거 공약으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카드를 꺼내든 바 있다. 특히 ‘취임 후 일주일 안에 규제를 풀겠다’는 발언으로 서울 내 주요 재건축 단지를 들썩이게 하기도 했다.

오 시장의 당선이 확정되면서 서울에 대한 기대감과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부동산원 조사에 의하면 지난주 송파구 주간 아파트 매맷값은 0.10% 올라 서울 내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외에 강남·서초구(0.08%), 노원구(0.09%), 양천구(0.07%) 등이 상승세를 견인했다.

이들 지역 모두 목동 신시가지아파트, 압구정3구역 등 주요 재건축 단지가 몰려있는 곳이다. 규제 완화 기대감에 해당 단지에 대한 매수 문의도 꾸준히 이어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 서울시장’ 오세훈의 등장에 정부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오 시장 당선 이후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에 대해 가격 상승세가 조금씩 둔화하는 등 어렵게 시장 안정세가 자리 잡아가고 있다”며 “다만 보궐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공약 등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불안 조짐 등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 각별히 경계하며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공급은 후보지 선정, 지구 지정, 심의·인허가 등 일련의 행정 절차상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2·4 대책 등 주택 공급대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긴밀히 협력해 왔는 바 앞으로 이런 상호협력이 더욱 더 긴밀하고 견고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뼈 있는 한 마디를 전했다.

그러나 오 시장은 정부의 이런 메시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모양새다. 그는 지난 11일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부동산정책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서울시 집값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그렇게 안되게 할 것”이라며 “무슨 정책이든 부작용과 역기능이 있기 마련이고, (그것을) 최소화하는 게 노하우 아닌가. 그런 관점에서 신중하지만 신속하게, 신속하지만 신중하게 업무를 추진하겠다”고 기존 규제 완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연합뉴스

◆ "어차피 규제 완화는 불가피… 단기적 변동은 감안해야"
오세훈이라는 거대 변수 등장에 서울 집값이 어디로 향할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호가만 급상승했을 뿐 실제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을 두고 일부 부동산 세력의 작전이 아니겠느냐는 경계론도 제기되고 있다.

또 대단위 재건축이 광역자치단체장의 의지 만으로는 실행 불가능한 현실을 들어 결국 1년 뒤 대선 상황과 연계해 시장이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공급 확대 기조에서 규제 완화는 불가피하다"며 "단기적인 변동성은 감내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당장 서울 집 값에 미칠 여파는 공급확대 기조 속에서 하방 압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나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상승장을 지속할 양면성을 내포한 상태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사실 1분기도 상승폭 둔화였을 뿐이지 시장 안정이라고 평가하긴 어렵다”며 “조정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치긴 어렵고 다만 더 과열되지 않게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규제 완화 분기점이 돼있는 상황”이라며 “정부도 공공 주도로 규제 완화 신호를 보냈기 때문에 향후 대선이나 지방자치선거까지 고려했을 때 규제 강화 자체가 쉽지 않다. 결과적으로는 공급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게 단기간에 이뤄지는 게 아니다 보니 선행돼야 하는 건 규제 완화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윤 연구원은 “그러다보면 단기적인 상승폭 확대나 변동성은 일정 수준 감내를 해야 한다”며 “결국 방법론적인 부분인데 규제를 완화하더라도 상승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학회장(경인여자대학교 교수)은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규제 완화 기조를 보이면서 수요자들의 기대감으로 인해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정부도 공급 신호를 보낸 만큼 전반적으로는 안정 기조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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