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삭제 카톡 414건 포렌식 복원
“종일 굶겨봐” 양부, 학대 인지·가담 추측하게 해
16개월 된 입양 딸 정인 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의 결심 공판이 열린 14일 시민들이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허지형 기자]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양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양모 장모씨와 양부 안모씨가 주고받은 카카오톡 메신저 내용이 일부 공개됐다.

14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이상주) 심리로 14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장씨는 사형, 안씨는 7년 6개월을 구형받았다.

이날 검찰은 살인 고의성과 학대 인지 등을 부인해온 두 사람에게 중형을 구형한 데 카카오톡 메시지가 근거로 작용했다.

장씨는 지난해 아동학대 혐의를 받자 카카오톡 메시지 414건을 삭제했지만, 디지털 포렌식으로 복원됐다.

지난해 3월 4일 장씨는 남편 안씨에게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안아주면 안 운다”라고 하자 안씨는 “귀찮은 X”라고 답했다.

이어 이틀뒤에는 장씨가 안씨에게 “오늘 온종일 신경질. 사과 하나 줬어. 대신 오늘 폭력 안 썼다”고 보냈고, 이에 안씨는 “아침부터 그러더니 짜증이 갈수록 느는 거 같아”라고 답장했다.

안씨가 장씨의 학대 행위를 전혀 몰랐다고 했지만, 충분히 인지·가담하고 있었으며 폭력이 일상이었다는 것을 짐작게 했다.

시민들이 양모가 탑승한 것으로 보이는 호송차를 향해 팻말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8월 21일 대화에서는 장씨가 “내가 밥 준다고 할 때까지 얘 굶는다”라고 보냈고, 안씨는 “걔 진상이야? 귓가에 맴도네. 열 한 번 재봐요”라고 답했다.

9월 15일에는 장씨가 “얘 미쳤나 봄. 지금도 안 처먹네”라고 보내자 안씨는 “그냥 하루종일 굶겨봐요. 뭔가 식도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지”라고 했다.

장씨는 정인양이 사망한 다음 날에도 태연한 모습이었다. 정인양이 사망한 사실을 아는 지인에게 “감사합니다. 하나님이 천사 하나가 더 필요하신가 봐요”라고 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놀이터 가는 길”, “혹시 다른 일 없으면 놀 수 있냐” 등의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정인이 양언니의 진술도 공개됐다. “엄마가 아프게 한 적 있냐”는 물음에 “때린 적이 있고 동생도 때렸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메시지 내용은 학대와 방임의 정황 증거로 재판부에 제출됐다. 이를 토대로 검찰은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장씨와 안씨에게 각각 사형, 징역 7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양부모 측 변호인은 “예쁜 두 딸이 사랑스러워 감사하다는” 등 장씨가 육아일기를 쓰며 정인이에게 애정을 갖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 장씨는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집착이 됐다”, 안씨는 “평생 속죄하며 살겠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허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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