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프로배구 V리그 정규리그 1위 팀 대한항공이 2위 팀 우리카드와 챔피언결정 5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사상 첫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대한항공은 17일 오후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배구 도드람 2020-2021 V리그 남자부 우리카드와 챔피언결정 5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1(24-26 28-26 27-25 25-17)로 승리했다. 정규리그 1위로 봄 배구에 나섰던 대한항공은 이날 승리로 마침내 구단 사상 첫 통합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V리그 남자부에서 통합 우승팀이 나오기는 2013-2014시즌 삼성화재 이래 7년 만이다.

20점을 올린 정지석(26)은 기자단 투표 결과 31표 중 16표를 획득해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정지석은 상금 500만 원을 손에 넣었다. 요스바니(27점)와 곽승석(10점)의 활약도 빛났다.

반면 정규리그 2위 우리카드는 사상 첫 챔프전 우승을 노렸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하며 아쉬움이 남았다. 알렉스(30)가 26점 등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고 나경복(27)이 16점을 보탰지만, 준우승에 그치며 빛이 바랬다. V리그는 여자부가 이미 모든 일정을 끝내 이날 남자부 경기를 끝으로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시리즈가 박빙으로 전개된 만큼 5차전 경기를 앞두고도 양팀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신영철(57) 우리카드 감독이 알렉스로부터 15일 로베르토 산틸리(56) 대한항공 감독과 나눈 대화 내용을 알게 된 게 발단이었다.

15일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 4차전을 앞두고 사전 인터뷰를 끝낸 신영철 감독은 알렉스가 산틸리 감독에게 인사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신영철 감독은 5차전을 앞두고 그 장면이 생각나 알렉스에게 대화 내용을 물었고, 당시 산틸리 감독이 “너(알렉스) 경기하는 거 두고 보겠다”라고 말한 사실을 확인하고 분노했다.

신영철 감독은 “제가 봤을 땐 그 상황에서 상대 선수의 인사는 좋게 받아줘야 하는데 감독의 자질에 대한 문제다”라며 “경기는 이겨야 하겠지만 한국 정서상엔 기본과 예의는 지키면서 이기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몇 년 간 챔프전에 여러 차례 오른 명문 구단인데 선수들도, 코칭스태프도 거기에 맞는 행동을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대한항공의 정지석. /임민환 기자

경기는 초반부터 과열 양상이었다. 선수들은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를 마다하지 않았다. 1, 2, 3세트 모두 듀스 상황에 의한 2점 차 살얼음판 승부였다.

대한항공이 1세트에서 요스바니(7점)를 내세웠다면 우리카드는 알렉스(8점)로 맞섰다. 대한항공(10개)은 우리카드(4개)보다 6개나 많은 범실로 1세트를 내줬지만 2세트 26-27 듀스 상황에선 상대팀 최석기(35)의 속공 범실로 세트 승부를 1-1 원점으로 되돌렸다.

승부의 분수령은 3세트였다. 3세트 25-25 듀스 상황에서 대한항공은 정지석의 퀵오픈 성공으로 1점을 따냈고, 이후 상대팀 알렉스의 백어택 공격 범실로 세트를 가져갔다.

3세트를 따낸 대한항공은 4세트마저 승리하며 목표하던 통합 우승의 결실을 맺었다. 대한항공은 4세트 12-9 리드 직후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곽승석(33)이 오픈 공격에 성공한 후 상대 범실까지 이어지면서 스코어를 14-9로 5점 차로 벌렸다. 대한항공은 이후 역전을 허용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끝냈다.

인천=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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