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석 LG 단장. /LGTWINSTV 캡처구단 유튜브 채널에 출열한 차명석 LG 단장. /LGTWINSTV 캡처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바야흐로 유튜브 전성시대다. 1인 크리에이터들의 놀이터로 시작한 유튜브는 이제 명실상부한 사회 전반의 소통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문화가 일상이 되면서 유튜브의 영항력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이 코로나19 발생(2020년 1월 20일) 전후 약 1년간(2019년 7월~2020년 8월) 국민 일상생활과 관련된 누리소통망(SNS) 게시물 약 1400만 건의 거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유튜브 언급량이 코로나19 이전 대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정보기술(IT)을 활용한 비대면 문화콘텐츠가 코로나19 시대에 일상을 즐기는 중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다양한 비대면 콘텐츠를 실험해볼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이 이루어져야 할 때"라고 짚었다.

국민들의 일상 속에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잡은 프로야구에도 유튜브 열풍이 거세다. 야구장 밖에선 구단 간 치열한 ‘콘텐츠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10개 구단 모두 자체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경쟁적으로 야구 콘텐츠를 내놓고 있다. 코로나19가 콘텐츠 싸움을 부채질했다. 구단들은 관중 입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야구를 즐기는 팬 비율이 늘어나면서 온라인 마케팅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김성용 SSG 홍보팀장은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팬들의 소비 패턴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프로야구에도 유튜브는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가 됐다”고 설명했다.

프로야구단 유튜브의 선두 주자는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구독자(15만 명)를 보유한 두산 베어스의 유튜브 채널 베어스포티비다. 2015년 첫 영상을 게재한 베어스포티비는 지난해 2월 프로스포츠 구단 최초로 구독자수 10만 명을 넘겼다. 경기 전후 선수들의 모습을 담은 ‘잠실 직캠’, 2군 선수단의 일상을 담은 ‘이천일기’, 라커룸 출입구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무인퇴근길’ 등 팬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양질의 콘텐츠들을 지속적으로 내보내며 인기를 높였다.

다른 구단들도 참신한 콘텐츠로 ‘팬심’을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LG 트윈스는 지난해 7월부터 정기적으로 ‘월간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다. 팬들이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질문을 남기면 차명석 단장이 방송에서 궁금증을 해결해준다. 팬들과 직접 소통하고 싶다는 차 단장의 뜻이 반영된 콘텐츠다.

NC 다이노스 유튜브 영상에 출연한 김택진 구단주. /NC 다이노스 유튜브 캡처

NC 다이노스는 지난 5일 구단주 김택진 NC소프트 대표가 등장한 ‘공룡들의 팬 맞이 준비’ 영상을 공개했다. 팬들 사이에서 ‘택진이형’으로 불리는 김택진 대표는 영상에서 창원NC파크 관중석의 테이블을 걸레질하는 모습으로 등장해 웃음을 자아냈다.

롯데 자이언츠와 SSG 랜더스는 구단 전담 리포터를 뽑아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KT 위즈는 지난달15일 구단 유튜브 채널에서 20021시즌 언택트 출정식을 개최했다. 한화 이글스는 최근 ‘이글스TV’ 스튜디오를 선수단 동선과 겹치는 구장 중앙으로 옮기고 보이는 라디오 콘셉트의 개방형으로 바꾸며 콘텐츠 제작 지원을 강화했다. 

연습경기 자체 중계는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콘텐츠다. 몇 년 전 캠코더 딱 한 대로 시작한 구단 자체 중계방송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단편적인 경기 영상만 제공하는 것을 넘어 투구 수와 구속, 리플레이 화면까지 제공하며 방송사 중계에 뒤지지 않는 퀄리티를 보여준다. 선수, 단장, 팀 레전드 등이 특별 해설자로 나서 팬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기도 한다.

유튜브에 대한 선수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유튜브의 장점은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반응속도가 빠르다는 것이다. 선수들은 유튜브를 팬들과 소통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방준호 KIA 마케팅팀 사원은 “관중 입장이 제한적으로 가능한 상황에서 선수들이 영상으로나마 팬들을 만나고, 응원 댓글에서 힘을 받고 있다. 유튜브 영상 출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선수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한화 이글스 유튜브 채널 이글스 TV의 콘텐츠. /이글스 TV 캡처

프로야구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다. 팬들의 눈높이도 그만큼 높다. 수준 높은 콘텐츠로 팬들의 큰 호흥을 얻기도 하지만, 질타를 받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올 시즌 전 지방의 한 인기구단은 유튜브 콘텐츠 질이 떨어진다는 팬들의 항의가 쏟아지자 외주 업체를 전격 교체하기도 했다. 구단들은 높아진 팬들의 니즈(Needs)를 맞추기 위해 차별화된 콘텐츠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 디지털 콘텐츠 제작 담당 서우리 대리는 “이글스만의 컬러가 녹아 있는 기획물을 제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국인이 많은 팀 특성을 착안해 만든 야구 영어 콘텐츠, 하주석의 수비 시프트 강의 등이 대표적인 예다. 우리 팀만의 스토리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유튜브 콘텐츠 편성표를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밝혔다.

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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