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이의리. /KIA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KBO리그에서 손꼽히는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던지는 투수가 나타났다. KIA 타이거즈의 괴물 신인 이의리(19) 얘기다.

이의리는 28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와 홈 경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KIA가 4-0으로 완승하면서 이의리는 올해 신인 투수 중 가장 먼저 선발승을 올렸다.

이의리는 이날 최고 구속 시속 149㎞의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을 위주로 슬라이더와 커브도 구사하면서 한화 타선을 꽁꽁 묶었다. 투구수는 85개였는데 이중 스트라이크가 59개일 정도로 공격적인 투구를 했다. 1회초 2사 후 노시환(20)부터 3회초 2사 박정현(20)까지 6타자 연속 삼진을 기록한 것이 압권이었다. 이는 2002년 SK 와이번스 윤길현(은퇴)과 함께 역대 고졸신인 연속타자 탈삼진 공동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1위는 현대 김수경(현 NC 코치)이 1998년 6월 15일 해태 타이거즈와 더블헤더 2차전에서 기록한 7타자 연속 탈삼진이다. 만 18세 투수가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탈삼진을 기록한 건 이의리가 태어나기도 전인 1998년 6월 19일 현대 김수경(10탈삼진) 이후 23년 만이다.

이의리는 최고 시속 150km에 이르는 빠른 공을 던지는 왼손 파이어볼러다. 패스트볼 궤적으로 날아오다 홈플레이트 좌우로 가라앉는 위력적인 체인지업도 갖췄다. 야구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에 따르면 이의리의 체인지업 구종 가치는 리그 왼손 선발 투수 중 1위다. 

그는 올 시즌 초반 힘 있는 속구에 예리한 체인지업을 앞세워 리그 정상급 성적을 올리고 있다. 피안타율이 0.158에 그칠 만큼 뛰어난 구위를 보여주고 있다. 이의리의 피안타율은 리그에서 앤드류 수아레즈(0.128ㆍLG 트윈스)에 이어 두 번째로 낮다. 이닝당출루허용률(WHIP)도 0.94로 수아레즈(0.78), 박종훈(0.90ㆍSSG 랜더스)에 이어 당당히 전체 3위에 올라 있다. 9이닝당 삼진 역시 10.08로 전체 3위다.

28일 한화전 데이터를 살펴보면 이의리가 던지는 속구와 체인지업의 위력을 알 수 있다. 빅데이터 업체 스포츠데이터에볼루션의 레이더 측정 장비 플라이트 스코프로 측정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이의리의 구종별 구사율은 포심 패스트볼이 52%(44구), 체인지업이 39%(33구)다. 사실상 속구-체인지업 투피치 투수였다. 이전 등판에서 패스트볼 위주의 투구를 했던 그는 이날 경기에서 체인지업 구사율을 높였다. 2스트라이크 이후 체인지업 구사율이 53.3%에 이르렀다. 10개의 삼진 중 8개를 체인지업으로 잡았다. 체인지업 헛스윙률은 75%를 찍었다. 이의리는 체인지업을 포심과 같은 투구폼으로 던져 타자를 농락한다.

맷 윌리엄스(56) KIA 감독은 “이의리는 경기 초반에 직구 커맨드가 잡히면 체인지업이 더 잘 먹히는 유형이다”라며 “사실 어린 투수들은 변화구를 던질 때 특유의 습관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의리는 속구나 체인지업이나 팔이 나오는 속도가 똑같아서 좋은 투수가 될 수 있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의리의 포심 패스트볼 구속도 인상적이다. 이날 이의리의 속구 평균 구속은 시속 145.8km를 기록했는데 1회부터 6회까지 꾸준히 시속 140km 중반대를 유지했다. 오히려 마지막 이닝인 6회에 이날 최고 구속인 시속 146.9km를 찍었다.

이의리의 속구는 단순히 빠르기만 한 것이 아니다. 패스트볼 평균 분당 회전수(RPM)가 2395로 리그 왼손투수 중 상위권이다. 타자 입장에서 공이 떠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인 '수직 무브먼트' 역시 리그 정상급 수준이다. 속구의 '수직 무브먼트'가 크면 타자가 공 밑으로 헛스윙할 확률이 높아진다.

‘돌직구’와 체인지업의 절묘한 조합은 이의리를 리그 최고 투수로 만들어줄 수 있다. ‘으리으리’한 잠재력을 보여준 이의리가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ㆍ토론토 블루제이스)과 어깨를 견줄 만한 데뷔 시즌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광주=이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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