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

부적격 장관 후보자 처리, 어떻게 해야 할까.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고민이 깊을 듯하다. 민심대로라면 강행은 무리다. 4.7 재보궐 선거가 끝난 지 겨우 한 달 지났다. 선거 참패는 민심과 동 떨어진 ‘내로남불’ 국정운영 때문임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여론을 외면한 채 임명을 강행한다면 역풍은 피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낙마를 건의하자니 레임덕과 국정동력 약화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강성 친문 지지층으로부터 반발도 예상된다.

리더십을 확보하면서 민심도 수렴하는 해법은 있을까. 7일 송영길 대표는 “일단 의원들 이야기를 쭉 듣겠다”고 했다. 원내 여론수렴이라는 점에서는 바람직하지만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당내 분위기는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로 모아지고 있다. 신현영 원내대변인은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는 있으나 낙마를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논의해 달라”고 했다.

다만, 설훈 의원은 “국민 정서에 비춰볼 때 함부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부정적 인식을 대변했다. 하지만 대부분 의원들은 ‘읍참마속’보다 ‘밀리면 끝이다’는 쪽에 기울어 있다. ‘에코챔버(반향실)’에 갇혀 확증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한 결과다. 그나마 닥치고 밀어붙이자는 목소리는 이전보다 수그러들었다. 처리 시한인 10일까지 야당과 계속해서 협의하겠다며 유연한 입장이다. 그만큼 4.7 재보궐 선거에서 참패 충격은 크다.

서울과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민주당은 싸늘한 민심을 확인했다. 여론은 ‘내로남불’과 무능을 질타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부정적 기류는 확인된다. 갤럽 여론조사(4월) 결과, 민주당 호감도는 역대 최저인(30%), 반면 비호감은 역대 최고(60%)’였다. 1년 전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당시는 코로나19 방역에 힘입어 비호감은 38% 수준이었다. 1년여 만에 정당 비호감도가 두 배 가까이 급증했으니 심상치 않다.

정권 심판 분위기도 점점 강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만 해도 ‘정권 유지론(44%)’과 ‘정권 교체론(41%)’은 오차범위 내에서 팽팽했다. 올 들어 정권 교체론 쪽으로 돌아섰다. 4월 조사에선 정권 교체론(55%)이 유지론(34%)을 20%p 이상 앞질렀다. 또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도 정권 출범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4월 다섯째 주 정례조사에서 긍정평가는 29%로,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알려진 30%선마저 첫 붕괴했다.

지도자는 위기상황에서 빛을 발한다. 인사청문보고서 제출시한은 10일까지다. 그날은 대통령 취임 4주년 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다. 문 대통령은 주말 내내 장관 후보자들 거취를 고심할 수밖에 없다. 송 대표는 대통령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지명철회를 건의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문 대통령은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해왔다. 역대 최고인 29명에 달한다. 민심이 이반된 상황에서 또 다시 강행한다면 자살골이나 다름없다.

야당은 김부겸 총리 후보까지 부적격 대상에 포함시켰다. 송 대표는 “민주당이 조국 사태, 박원순 시장 사건 등에서 ‘운동권 온정주의’로 일관했고, ‘무능한 개혁’을 했다”고 자성했다. 또 “‘내로남불’과 위선적인 태도를 더 이상 용서하지 않겠다는 게 민심”이라고 진단했다. 취임사에서도 “민심을 수렴해 당 중심으로 국정을 이끌겠다”고 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머뭇거릴 이유가 없다. 민심과 부합하는 결정에 답이 있다.

부적격 장관 후보자 3인에게 제기된 의혹은 ‘도덕적 흠결’ 수준을 넘어선다. 외교관 특권을 이용한 도자기 밀반입, 논문 표절, 가족 동반 출장, 관사 재테크 의혹은 국민 눈높이에서 한참 벗어났다. 그런데도 별 것 아니라며 감싼다면 아직도 국민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임명을 강행하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만약 임명을 강행한다면 또다시 ‘내로남불’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드러난 의혹만으로도 낙마 이유는 충분하다. 임 후보자는 자신이 지도한 대학원생 논문에 배우자를 공동 저자로 올린 횟수만 18차례에 달한다. 자녀를 해외출장에 동반한 것 역시 공사 구분을 못한 행위다. 부동산 정책을 총괄해야하는 국토부장관 후보자가 관사 재테크를 한 것도 부적절하다. 장관직에 적합한 도덕성과 공인의식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 관행이었다고 하지만 국민들 눈높이는 달라졌다.

여당 내부에서조차 장관으로서 능력은커녕 공직자로서 기본적인 소양도 부족하다는 인식이 있다.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을 강행한 장관급 인사는 이미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뛰어넘었다. 세 후보들은 청문회 내내 “사려 깊지 못했다” “죄송하다”를 반복했다. 국민들은 당당한 장관을 보고 싶다. 민심을 무시한 장관급 인사가 30명, 31명, 32명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송 대표 결단을 기대한다. 판단 기준은 국민이다.

임병식 정치전문 논설위원·서울시립대학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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