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디를 맡은 아내와 허인회(오른쪽). /GS칼텍스 매경오픈 조직위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국내 남자골프계 소문난 잉꼬부부인 허인회(34)-육은채(33) 씨가 한국프로골프(KLPGA) 코리안 투어 우승을 합작한 후 ‘마스크 뽀뽀’로 여전한 금슬을 자랑했다.

남다른 쇼맨십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괴짜 골퍼’라 불리기도 하는 허인회는 9일 경기도 성남시 남서울 컨트리클럽(파71ㆍ7057야드)에서 열린 KPGA 코리안 투어 GS칼텍스 매경오픈(총상금 12억 원) 최종 4라운드에서 4오버파 75타에 그쳤지만 최종 합계 5언더파 279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2위인 19세 김주형(3언더파 281타)을 2타 차 따돌리며 2015년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 우승 이후 6년 만에 다시 정상에 우뚝 섰다. 이번 우승으로 투어 통산 4승째를 신고했다.

메이저급 대회인 GS칼텍스 매경오픈의 우승 상금은 3억 원에 달한다. 허인회는 이번 우승으로 상금랭킹 1위로 도약했다. 메이저급 대회 우승자에게 주는 5년짜리 투어 카드도 획득했다.

6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허인회는 초반에 다소 흔들렸다. 2번홀(파4)에서 더블보기를 냈고, 이어진 3번홀(파3)에서도 1타를 더 잃었다. 5번홀(파4)에서 첫 버디를 잡은 그는 파 행진을 이어가다 13번홀(파4)에서 다시 1타를 더 줄이며 우승의 8부 능선을 넘었다.

마지막 2개 홀에선 진땀을 뺐다. 17번홀(파3)에서 보기를 냈고, 18번홀(파4)에서는 세컨드 샷이 카트 도로에 떨어져 공을 다시 그린 위로 올리는 데 애를 먹었다. 공을 간신히 그린 위로 보내고 30m 파 퍼트를 시도했지만 오르막 경사로 인해 공은 다시 허인회가 서 있는 지점으로 굴러 내려왔다. 보기 퍼트를 홀컵 부근에 붙인 뒤 결국 더블보기를 내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허인회. /GS칼텍스 매경오픈 조직위 제공

허인회는 우승 후 혼잣말로 “갤러리가 없어서 이상하다”고 웃었다. 대회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관중 없이 열렸기 때문이다. 우승 인터뷰에 나선 그는 “오늘 오버파 스코어를 내지 말자고 마음 먹고 경기를 계속 했는데 막판에 2위와 몇 타 차가 난다고 들으니 집중이 안되더라. 또한 마지막에 더블보기를 내서 우승한 기분이 아니었다. 제가 왜 이걸(우승 인터뷰) 하고 있나 그런 느낌이 든다”고 소감을 전했다.

우승의 숨은 조력자는 역시 캐디 임무를 수행한 아내 육은채 씨다. 허인회와 육 씨는 2014년 7월 1일부터 만남을 가져 2016년 5월 31일 혼인신고를 했다. 허인회는 “우승하면 결혼식을 올리겠다”고 공언했으나 번번이 실패하자 2019년 8월 결혼식을 올렸다. 결국 둘은 법적으로도, 결혼식으로도 온전한 부부가 되고 나서야 다시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게 됐다.

지난 2018년부터 남편의 전담 캐디를 맡고 있는 육 씨는 이날도 캐디 임무에 충실했다. 허인회는 곁을 든든히 지켜준 아내에게 “실감이 안 나긴 하지만 우리 우승한 거 맞다. 사랑하고 고맙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평소 수줍음을 타는 아내 육 씨는 “우승 축하해”라는 짧은 말로 남편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둘은 인터뷰가 끝나고 마스크를 쓴 채 뽀뽀를 하며 보는 이들의 미소를 짓게 했다.

10대 돌풍의 주인공인 김주형은 개막전 DB 동부화재 프로미 오픈에 이어 시즌 2번째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GS칼텍스 매경오픈에서 2차례 정상에 섰던 베테랑 박상현(38)은 2타를 줄여 3위(2언더파 282타)에 올랐다. 대회 사상 첫 3연패를 노린 이태희(37)는 6타를 잃고 공동 12위(4오버파 288타)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한편 18번홀 등 난 코스에 강풍까지 분 이날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는 김주형, 박상현, 양지호(32) 총 3명에 불과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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