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여‧야 게임 내 중국 역사왜곡 인지…김승수, 황운하 의원 발의
게임업계, 정치권 관심 반기면서도 ‘실효성’ 두고 우려 목소리
정치권에서 게임 동북공정 방지법을 잇따라 발의했다. 사진은 방지법을 발의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위),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재훈 기자] 최근 중국의 모바일게임 ‘황제라 칭하라’에서는 청나라 의복을 입은 여성 캐릭터가 가수 아이유가 출연한 드라마 속 한복과 흡사해 논란이 됐다. 또 중국 게임 ‘샤이닝니키’ 는 한복의 기원을 놓고 한국과 중국 이용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돌연 한국 서비스를 중단하기도 했다.

이처럼 중국의 게임 내 역사왜곡과 동북공정의 심각성이 논란이 됐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부족해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정치권이 ‘동북공정 방지법’을 발의하며 본격적인 법적 제재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여‧야 모두 동북공정 방지법 발의…“게임 내 역사 왜곡 등 선제적 대응 필요”

정치권에선 여‧야권 모두 중국의 게임 내 역사왜곡과 동북공정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중국이 국내 게임의 판호(서비스 허가) 발급을 중단 하고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논란이기 때문에 한국도 마찬가지로 법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김승수 국민의 힘 의원은 지난 12일 중국의 동북공정을 막을 수 있도록 ‘게임산업진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게임의 사전 검열이 아닌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게임물관리위원회(게임위) 위원 자격으로 ‘역사’분야를 추가하는 내용이 골자이다.

현행 게임진흥법 제32조에는 ‘반국가적 행동 묘사, 역사적 사실 왜곡’에 위반되는 게임에 대해서 등급분류 거부를 통해 규제할 수 있다. 다만 실제 게임위 내에는 역사적 사실의 왜곡 등을 판별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는 상황이다.

김 의원은 “최근 중국 게임 중 한복이 중국 청나라 의복으로 둔갑된 사례가 발생했다"며 "중국은 새로운 판호 발급기준으로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 부합 여부 등을 판단하고 있어 국내 게임들이 중국 버전에서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고 콘텐츠를 변경하고 있기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 4월 9일 게임위가 게임물 등급분류 시 사행성 여부뿐만 아니라 ▲역사 왜곡 ▲미풍양속 저해 ▲과도한 반국가적 행동 ▲범죄·폭력·음란 등의 여부에 대해서도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황 의원은 “최근 국내에 진출한 중국의 한 모바일게임이 역사·문화 왜곡 논란을 빚은 바 있어 해외 게임물의 사전심의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며 “게임위가 게임물 등급분류 시 사행성 여부뿐만 아니라 역사 왜곡 등에 대해서도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의원은 “중국 누리꾼들의 역사 왜곡과 더불어 김치와 한복 등 한국의 전통문화를 자국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른바 ‘문화공정’이 나날이 거세지는 상황"이라며 "대중문화를 통해 깊숙이 침투하는 외국의 역사 왜곡과 문화 침탈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유(왼) 한복 논란을 일으킨 '황제라 칭하라'. / 사진=SBS, 황제라 칭하라 캡처

기대 반 우려 반 게임업계…“정치권 관심은 환영하지만 실효성은 의문”

이처럼 정치권에서 동북공정 방지법 발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게임업계에선 개정안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모습이다. 중국 게임의 역사왜곡 문제에 정치권이 관심을 가지고 나서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정작 법안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는 것이다,

또한 역사왜곡의 기준점이 모호하고 자칫 개정안 실행으로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가 또 다시 발생해 국내 게임 업체들에게 더 큰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게임업계 일각에선 좀 더 다각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중국 게임의 역사왜곡 문제에 심각성을 인지하고 법적 대비책 마련에 나서는 것은 반가운 일로, 정치권이 나서서 역사왜곡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이번 개정안으로 실제 ‘역사왜곡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더 필요해 보인다”며 “역사왜곡의 문제는 단순히 법적 제재만으로 해결 되는 것이 아니다. 중국과의 외교 문제 등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도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또 “역사왜곡의 기준점도 모호한 상황”이라며 “게임 제작 시 역사 속 인물이나 배경을 손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역사왜곡의 정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차후 부작용이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의 판호 발급과 게임 내 역사왜곡으로 이용자들 사이에서 한국도 마찬가지로 중국 게임 수입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생성된 건 맞다”면서도 “정치권의 잇따른 법안 발의를 보면 여론에 따라 너무 급작스럽게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어 “이미 현행법상 역사적 사실을 왜곡함으로써 국가 정체성을 훼손시키는 게임에 대해 제작 및 국내 반입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지켜지지 못한 것”이라며 “이번에 발의된 개정안이 현행 제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역사왜곡은 게임 한 분야에서만 한정할 것이 아니라 문화계 전체로 확대해 바라봐야할 문제로, 법적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좀 더 큰 틀에서 근본적인 문제점이 무엇인지 다양한 방면에서 연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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