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23일 강원도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파72ㆍ6333야드)에서 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총상금 8억 원) 결승 15번홀(파4) 3번째 샷 상황. 박민지(23)가 6m 거리 퍼트를 성공하며 탄성을 자아냈다. 15번홀 버디 성공은 박주영(31)과 결승전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박민지는 결승에서 신들린 듯한 퍼트 감각을 뽐냈다. 7번홀(파3)과 13번홀(파3)에서도 정교한 퍼트로 버디를 낚았다. 현장 중계를 하던 고덕호 SBS 골프 해설위원은 “정말 대단하다. ‘대단하다’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중거리 퍼트 등 박민지의 퍼트를 보면 정말 빈틈이 없다”며 “이번 주 매치플레이에서 진 적이 없고, 끌려가던 매치도 다시 뒤집는 저력을 발휘했다. 결승전에서도 박주영에게 기울던 모멘텀을 다시 돌렸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민지는 15번홀에 이어 16번홀까지 따내며 사실상 승기를 잡았다.

박민지. /임민환 기자

◆ 36홀 강행군 이겨낸 체력과 정신력

박민지는 결국 박주영과 대회 결승전에서 3홀 차 승리를 거뒀다. 조별리그 3경기와 16강전, 8강전, 4강전에서 모두 상대를 꺾으며 6연승으로 결승에 오른 박민지는 끝까지 안정된 퍼트감을 선보이며 우승을 차지했다. 두산 장학생 출신인 그는 우승 상금 2억 원을 거머쥐며 투어 상금 부문 1위(4억8604만7500원)를 유지했다.

2주 연속 정상 정복이다. 그는 앞서 지난 달 넥센ㆍ세인트나인 마스터즈와 지난주 NH투자증권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시즌 6차례 대회에 나서 무려 3승째를 달성했다. 투어 통산으로는 7승째다.

박민지는 이번 대회에서 이틀 연속 36홀을 도는 강행군을 펼쳤다. 하루에 36홀을 돈 건 신인 시절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전날 “정말 힘들다는 것을 다시 깨달았다. 하루에 36홀 도는 건 보통이 아닌 일 같다”고 털어놨다. 결승전이 열린 23일 대회장 체감 온도는 영상 27도를 오르내렸다. 라데나 골프클럽의 코스는 언듈레이션이 많고 그린 스피드가 빠르다. 그러나 박민지는 결승전 내내 위력적인 쇼트 게임 능력을 선보이며 웃음을 잃지 않았다. 고덕호 위원은 “작지만 탄탄한 체격을 갖췄고, 정신력도 대단하다”며 “스윙은 경쾌하고 퍼트 감각은 아주 매서웠다”고 높이 평가했다.

박민지. /임민환 기자

◆ 조던처럼 끊임 없는 동기부여 목표

박주영은 16번홀 3퍼트 보기가 뼈아팠다. 박민지를 매섭게 추격하며 몇 차례 타이를 기록했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는 전날 16강 때 BOB 브랜드의 카키색 점프수트 패션으로 화제를 모았다. 기능성은 좋았지만, 다소 생소한 디자인 패션에 신경이 쓰인 그는 8강전부터 다른 의류를 착용하고 경기했다. 정규 투어 12년 차에 생애 첫 우승을 놓치며 아쉬움을 남겼다.

박민지는 우승 후 “매치플레이에서 7회를 이기면 우승한다는 생각을 했다. ‘내일도 이길 거야’라는 등 이기겠다는 생각만 가지고 경기했다. 36홀을 돌았는데 ‘코스 안에서 죽자’는 생각으로 공을 쳤다”고 소감을 전했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선 “당초 목표였던 시즌 3승을 벌써 이뤘다. 저도 생각지도 못하게 빨리 이뤄서 당황스럽다.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겠다. 전반기 끝나기 전에 1승을 더 올리는 걸 목표로 하겠다“고 말했다.

박주영. /임민환 기자

박민지는 자신의 롤 모델인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8)을 닮아 가려 한다. 그는 본지와 따로 가진 인터뷰에서 “조던은 최고에 있는 선수인데도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더라. 최고의 위치라 안주하고 연습을 덜 할만도 한데 끊임없이 노력하더라. 그건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놀라우면서도 닮고 싶다”고 밝혔다. 자신의 미래와 관련해선 “어느 나라에서든 투어에서 20승을 달성하고 싶다. 나중에 미국 진출도 해보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3위 결정전에서는 지한솔(25)이 정연주(29)를 2홀 차로 꺾었다.

춘천=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