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KLPGA 투어 시즌 3승 박민지 인터뷰
박민지가 미소를 짓고 있다.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배고프면 생각 날 정도로 좋아하는 음식인데 골프 잘하고 싶어서 매일 참고 있어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뛰는 박민지(23)는 라면과 탄산음료를 1년 가까이 입에도 대지 않고 있다. 그는 최근 춘천에서 진행한 본지와 인터뷰에서 “운동 선수로서 몸에 나쁠 음식은 먹지 않고 단백질 같은 영양상 좋은 음식만 먹으려 애쓴다”고 밝혔다. 대수롭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이러한 절제는 시즌 3승(1위)의 출발점이 됐다.

◆한층 성장한 체력과 정신력

박민지는 2017년 삼천리 투게더 오픈 우승 이후 지난해까지 매년 1승씩 총 4승을 올렸다. 그러다 올해 처음 다승을 기록 중이다. 이전과 올해는 뭐가 달라졌는지 궁금했다. 겨울 전지훈련 프로그램을 묻자 “용인 집 근처에서 운동했다. 골프보단 체력 운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턱걸이와 웨이트트레이닝, 유산소 및 밸런스 운동, 무게 이용한 운동, 순발력 운동, 스트레칭, 마사지 등 골고루 매일 했다”고 답했다.

신인 시절이던 2017년 본지와 인터뷰 당시 박민지는 체격이 여느 골퍼들에 비해 왜소했으며 수줍음이 많아 목소리에도 미세한 떨림이 있었다. 그는 “첫 해 땐 몸에 근육이 적고 왜소했는데 2, 3년 차 땐 체중이 불었다. 그땐 식단 관리하지 않고 기름진 곱창 같은 걸 많이 먹었다”며 “지금은 몸에 필요한 것만 생각하고 먹어서 체중은 빠졌지만, 근육량이 많아져서 몸이 탄탄해지고 강해졌다”고 털어놨다.

또한 “신인 땐 수줍음을 많이 탔는데 지금은 더 강해졌다. 이제는 장애물이 와도 물리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웃었다. 확실히 말투에서부터 ‘정상급 골퍼’다운 자신감과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23일 춘천 라데나 골프클럽(파72ㆍ6333야드)에서 열린 KLPGA 투어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에서 정교한 중거리 퍼트를 수 차례 성공시키며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7번홀(파3)과 13번홀(파3)에서 버디 퍼트를 성공시켰고 승부처였던 15번홀(파4)에선 6m 거리 퍼트를 넣으며 우승을 예감했다. 이를 본 고덕호 SBS 골프 해설위원은 “정말 대단하다. ‘대단하다’라는 말밖에 안 나온다. 중거리 퍼트 등 박민지의 퍼트를 보면 정말 빈틈이 없다”며 “작지만 탄탄한 체격을 갖췄고, 정신력도 대단하다. 스윙은 경쾌하다”고 놀라워했다.

박민지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있다. /임민환 기자

◆통산 20승과 미국 진출의 꿈

박민지는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샷 기술적으로 많이 달라진 점은 없는데 이젠 공이 좌우로 갈 것 같은 기분은 안 들더라. 원하는 대로 플레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공을 친다”며 “작년에는 어드레스를 하면 미스 샷이 나올 것 같아 불안해했는데 올해는 첫 승이 일찍 나오다 보니 자신감이 생겨서 좋은 성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그는 “지난해까지 1승씩을 올렸을 땐 우승을 하고 한 해 목표를 다 이뤄서 더 욕심을 부리지 않은 것 같다. 지금은 우승을 더 많이 하고 싶다는 욕심과 의지를 갖고 경기에 임한다. 그러다 보니 상위권에 있을 때가 많더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다수의 골퍼들은 승부처 순간 우승 욕심을 낼 경우 오히려 실수를 범하곤 한다. 관련 질문을 하자 “우승 하고 싶은 욕심은 있는데 최대한 티를 내지 않는 게 중요하다. 머리는 이성적으로 플레이를 하지만 우승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공을 치면 훨씬 결과가 좋았다”고 답변했다.

박민지는 골프 외적으론 맛집 탐방과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영락없는 20대 여성이다. 그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땐 발라드를 듣고 기분이 좋을 땐 신나는 음악을 듣는다. 음악을 정말 좋아해서 그거 없이는 하루도 못살 것 같다”고 미소를 지었다.

박민지가 스윙을 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다만 본업인 골프에서 만큼은 강한 승부욕을 지닌 ‘프로’다. 그가 가장 감명 깊게 본 영상은 ‘농구황제’ 마이클 조던(58)의 농구 인생을 다룬 다큐 ‘더 라스트 댄스’다. 박민지는 “최고의 위치에 있던 선수인데 끊임없이 동기부여를 하더라. 자신을 따라잡을 선수가 없는 상황에서 안주하고 연습을 게을리 할 만한데도 새로운 기록 등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고 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더라. 그런 건 사람이 하기 힘든 일이라 생각한다. 굉장한 사람인 것 같다. 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떠올렸다.

조던을 롤 모델로 삼는 만큼 스스로에 대한 동기부여를 철저히 하는 편이다. 박민지는 “훗날 미국 진출도 해보고 싶다. 어느 나라에서든 은퇴하기 전까지 통산 20승을 달성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어떤 사람이 돼 있느냐다’라는 글귀를 가장 좋아한다. 그는 곧바로 “‘적어도 인성이 나쁜 사람은 되지 말자’,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자’라는 게 제 가치관이에요”라고 강조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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