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가 샷을 날리고 있다. /K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에 빛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48)는 지난달 2일 끝난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군산CC 오픈에 출전해 화제를 모았다. ‘야구 전설’의 골프 선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도 박수 받을 만한 일이었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박찬호뿐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야구로 성공한 스타들이 놀라운 골프 실력을 뽐내며 눈길을 끌고 있다.

◆ 장타왕도 놀란 박찬호의 비거리

KPGA 코리안 투어 장타왕(2014년) 출신인 허인회(34)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확실히 피지컬(185cmㆍ95kg)에서 나오는 파워가 달랐다. 인정하는 데 인색한 저도 박찬호 선수의 비거리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순발력과 파워가 남달랐다”고 혀를 내둘렀다. 박찬호는 허인회에게 “보통은 반대로 생각하지만, 타자보다 투수 출신들의 비거리가 더 잘 나오는 편이다”라고 귀띔했다.

박찬호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바람을 조금 탈 경우 350야드(약 320m)까지 나온다. 그는 "몇 년 전 허인회 선수와 장타 대결을 했는데 저한테 못 미쳤다"며 "60% 정도 힘으로 쳐도 280야드(약 256m) 정도 나간다"고 자랑하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은퇴식을 치른 KIA 타이거즈 출신 투수 윤석민(35)은 드라이버로 300야드(약 274m)를 치며 선수 시절 메이저리그를 경험했던 서재응(44) KIA 타이거즈 퓨처스 투수코치 역시 270야드(약 247m) 이상 공을 보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타자 출신으로 장타를 기록하는 선수도 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340개의 홈런을 친 이대호(39ㆍ롯데 자이언츠)는 “내리막 도움을 받은 경우 드라이버로 350야드까지 보낸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골프계에선 야구 선수가 골프 선수로 전향했을 때 타자 출신보다는 투수 출신들의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 ‘딜레이 히트’에 탁월한 투수 출신들

미국프로골프(PGA) 클래스 A멤버이자 세계적인 골프 교습가인 고덕호 SBS 골프 해설위원은 1일 전화 통화에서 “야구의 투구 동작이 골프의 스윙 동작과 비슷한 부분들이 많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다운스윙 동작 중 상체를 꼬았다가 푸는 동작에서 발을 먼저 내딛고 허리를 돌리고 팔을 뿌리는 것이다. 그런 다운스윙 동작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상체가 먼저 덤비기가 쉬운데 투수 출신들은 하체가 먼저 리드해서 허리를 돌리고 팔을 밑으로 뿌리는 걸 잘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투수들은 공 던질 때 보면 팔꿈치가 손목을 리드해서 마지막에 스냅으로 던진다. 골프 스윙에서 사람들이 하기 힘든 딜레이 동작인데, 투수 출신들은 그런 동작들을 잘한다”고 덧붙였다. 몸을 잘 써야 하고 세부적으로는 ‘딜레이 히트’를 잘해야 방향도 거리도 좋다. 투수 출신들이 그런 부분에서 탁월하다는 게 고덕호 위원의 생각이다.

고덕호 위원은 “투수 출신들이 투구 동작을 응용하는 등 몸을 잘 쓴다. 투수 출신들이 장타에 방향성까지 더하는 등 골프를 잘 할 수 있는 요인들을 갖추고 있다. 타자 출신하고 투수 출신하고는 그 차이인 것 같다”고 짚었다.

선동열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 /KPGA 제공

◆ 쇼트 게임 시 과도한 손목 사용 지양

투수 출신인 선동열(58) 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과 양상문(60) SPOTV 야구 해설위원은 야구계에서 내로라하는 ‘골프 에이스’다. 약 30년 구력의 선동열 전 감독은 핸디캡 6에 이른다. 장타는 물론 현역 시절 송곳 제구력처럼 정교한 쇼트 게임까지 곧 잘한다. 프로 골퍼도 좀처럼 기록하기 힘든 앨버트로스(한 홀 기준 타수보다 3타 적게 치는 것)까지 달성한 적이 있다. 골프 입문 2년도 되지 않아 79타를 쳤고, 2000년 용인 레이크사이드 골프장에서 68타를 친 게 베스트 스코어다. 양상문 위원 역시 77타 안팎을 기록하는 고수다. 이들의 성적은 30대 윤석민이 지난해 기록한 베스트 스코어 74타와 비교해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

투수 출신들은 타자 출신들과 달리 과도한 스윙을 하지 않으며 야구 동작 메커니즘을 최대한 활용해 골프 스윙에 적용하곤 한다. 반면 타자 출신들은 자신이 수십 년간 해온 타격 습관을 골프 스윙에서도 그대로 적용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야구에서는 배트를 수평으로 눕혀 치는 레벨스윙, 골프에서는 밑에서 위로 쳐올리는 어퍼스윙이 이뤄진다. 타자 출신들은 야구에서 타격 습관이 워낙 강하게 몸에 배어 있어 새로운 스윙에 유연하게 적응하는 데 애를 먹곤 한다.

고덕호 위원은 야구 선수 출신이 골프 선수로 전향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언을 건넸다. 고덕호 위원은 “야구 선수들은 베팅을 할 때 골프 선수들보다 손목을 많이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감아 치고, 밀어 치고 그런 동작들이 있어서다. 그래서 야구 선수 출신들이 쇼트 게임을 할 때 필요 이상으로 손목을 많이 써서 실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투수 출신이든 타자 출신이든 골프를 할 때 그런 부분들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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