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제2의 박보검’이라 불러도 되겠다. 곽동연은 종영드라마 ‘구르미 그린 달빛’(구르미)에서 박보검을 유난히 따르더니 성격까지 닮은 듯 했다. 스무 살인데 진중하면서 속이 깊었다. ‘구르미’를 통해 아역배우에서 성인 연기자로 한 걸음 더 도약했다. 곽동연은 4개월간의 촬영이 “꿈만 같았다”며 인터뷰 내내 행복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이어 여진구, 김소현과 작업 하고 싶은 소망을 드러냈다. 
 
-많이 야위었다.
“여름에 가발 분장을 하고 촬영을 해 힘든 점이 없지 않았다. 또 지방 촬영이 많았다. 촬영 끝난 뒤 (포상 휴가로) 세부 갔다가 곧바로 인터뷰 하면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
 
-호위무사를 연기했다. 촬영 전 어떤걸 준비했나.
“기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매일 액션스쿨에 가서 3~4시간씩 트레이닝을 받았다. 처음엔 검을 지니고 생활한다는 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 검을 계속 가지고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보이려고 노력했다.”
 
-대사가 많지 않았다.
“대사 외의 요소들로 감정, 상황 등을 전달하는 게 부담스러웠다. 촬영이 진행되면서 감정이 점점 쌓이니까 대사가 없는 게 오히려 편했다.”
 
-모니터링 일지를 쓴다던데.
“오늘은 무슨 신을 찍었고 컨디션은 어땠고 촬영 진행사항이나 특이점 등을 적는다. 촬영이 무난하게 진행되면 안 적는 날도 있다. 유난히 발음이 꼬였다거나 감정이 좋았으면 적고 그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본다.”
 
-소속사에서 시켰나.
“그런 건 아니다. 연습생 때 쓰는 연습일지와 다르다. 연습일지는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거라면 모니터링일지는 나 혼자 보기 위해 쓴다. 연기 선생님한테 배웠는데 일기 형식으로 내가 보기 편하게 적고 있다.”
 
-모니터링 일지에 적은 베스트ㆍ워스트 장면은.
“라온(김유정)이를 구하는 장면에서 대역을 쓰지 않고 액션을 했다. 원래 대역 형들이 항상 준비하고 있는데 그날은 스스로 할 수 있다고 판단해서 액션을 모두 소화했다. 이영(박보검)이 백운회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하는 신이 있었다. 놀라거나 놀라는 걸 감추는 표정을 좀 더 디테일하게 표현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
 
-김유정이 형이라고 부르던데.
“극중에서 라온이가 ‘김 형’이라고 불렀는데 어느 순간 ‘동연이 형’이라고 불렀다. 그때 아무렇지 않게 ‘어 그래’라고 대답했다. 사실 오빠 소리 듣는 게 좀 어색하다. 형 소리가 더 편한 것 같다.”
 
-박보검, 김유정과 호흡은 어땠나.
“보검이 형이 정말 좋아서 잘 따랐다. 배우 혹은 인간으로서든 내가 지향하는 모습에 굉장히 가깝다. 정말 좋은 사람인 동시에 좋은 배우다. 난 말하고 상대방을 웃기는 게 좋은데 형은 듣는 걸 좋아한다. 잘 맞는 조합이었다. 유정이는 매력이 정말 다양하다. 촬영에 임하거나 리허설 할 때 프로다. 일상에서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라디오스타’에서 김소현이 이상형이라고 했다.
“오해가 있었다. 전화 인터뷰 때 ‘김소현, 김유정, 김새론 중 누가 제일 좋냐’고 했다. 셋 중 좋아하는 사람이 없어서 ‘한지민 선배’라고 답했다. 사실 누굴 꼽으면 구설수가 생길 것 같았다. 김새론은 유정이, 소현이보다 한 살 어려 제외했다. 유정이를 뽑으면 현장에서 많이 엮일 것 같았다. 20분 정도 실랑이를 하다가 ‘그럼 김소현 할게요’라고 했는데 ‘곽동연, 김소현이 이상형’이라고 나갔다. 유정이한테 정말 미안했다. 상처 많이 받았다.”
 
-김소현과 김유정을 비교한다면.
“사실 소현이랑 많이 친하지 않다. 소현이는 조금 차분하다면 유정인 더 발랄한 면이 있다. 소현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겪은 바로는 그렇다. 다음에 소현이와 같이 작업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워낙 잘하니까 많이 배울 것 같다.”

-이영, 김윤성의 캐릭터가 탐나지 않았나.
“병연이와 제일 잘 맞았다. 작품 합류 전 우연히 시놉시스를 봤을 때 병연이를 하고 싶었다. 감독님과 미팅 할 때 병연이 대사를 읽어보라고 해서 놀랐다. 방송 초반에 지인이‘너도 이런 역할 해봐’ 하면서 병연이 사진을 캡처서 보냈다. ‘장난치는 건가?’생각했다. 가발 쓰고 분장하니까 못 알아봤다(웃음).”
 
-스무 살 되면서 달라진 점은 없나.
“연기적인 면에서는 항상 해오던 것에서 조금 발전한 정도다. 스무 살이라서 달라졌다기보다 ‘구르미’를 하면서 달라진 점이 많다. 어린 이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많이 사그라졌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배운 것도 많다.”
 
-아역배우 이미지를 벗고 싶었나.
“좀 떼고 싶었다. 시청자들이 ‘사춘기 메들리’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 ‘나 혼자 산다’를 보고 어리게 기억하는 경우가 많았다.‘구르미’를 보고 ‘잘 컸네요’라고 하니까 ‘이제 조금 달라졌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이 비디오가게를 운영했다고. 기억에 남는 영화는.
“어떤 영화나 배우를 좋아해서 골라보기 보다 손님들이 많이 빌려가면 ‘재미있나’ 하고 봤다. ‘공공의적’‘실미도’가 기억난다. 그때 영화를 많이 본 게 (배우가 되는데) 영향을 끼친 것 같다.”
 
-드라마만 찍었다. 영화 욕심은 없나.
“지금까지 영화 복이 없었다. 드라마, 영화 같이 하려다가 스케줄이 변경돼 영화에서 하차한 경우가 많았다. 나이가 애매해서 오디션 기회도 없었다. 영화를 많이 하고 싶다.”
 
-원래 가수 연습생이었다.
“밴드 준비를 했는데 메인 기타와 서브보컬을 맡았다. 이제 깔끔하게 접었다. 3년 정도 했는데 처음에 즐겁게 하던 음악도 강요 받고 압박감 속에서 하니까 잘 안 됐다. 슬럼프에 빠져 있을 때 우연히 오디션을 봤다.‘넝쿨당’이 첫 오디션이었는데 운 좋게 합류했다. 촬영 하면서 연습생 스트레스나 답답함이 많이 해소됐다.”
 
-진영이 곡을 선물하고 싶다는데.
“역시 로맨틱한 분이다. 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면 더 좋겠지만 노래 실력이 훌륭하지 않다. 형이 불러주면 항상 듣겠다. 부모님 생신 때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를 선물한 적이 있다. 주는 사람뿐만 아니라 받는 사람도 의미 있는 것 같다. 기회가 되면 OST에 참여해보고 싶다.”
 
-아역과 성인 배우의 경계선에 서 있다.
“더 이상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짧게 연기하는 건 솔직히 좀 불편하다. 새로운 캐릭터에 도전해보고 싶다. 정적이고 과묵한 인물을 연기했으니까 다음에 발랄한 역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 조금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하고 싶다.”
 
-눈여겨본 동갑내기 배우가 있나.
“한참 선배인데 여진구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영화 ‘화이’ ‘내 심장을 쏴라’ 드라마 ‘보고싶다’ 등 출연 작품은 거의 다 봤다. 볼 때마다 연기를 너무 잘하고 멋있었다. 동갑 같지 않다. 기회가 되면 같이 작품을 하고 싶다.”

사진=OSEN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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