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베테랑 장하나가 미소를 짓고 있다. /임민환 기자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장하나(29)의 카카오톡 프로필 대화명에는 ‘긍정적이게 살려고 한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장너자이저(장하나+에너자이저)’와 ‘장심청(장하나+심청이)’은 그의 별명이다.

장하나는 골퍼로서, 인간으로서 삶의 균형을 추구한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 필드에서 일부 갤러리의 카메라 셔터 자제를 직접 요청하고 경기에 다시 집중하는 승부사였다. 그러나 ‘인간 장하나’는 ‘장심청’일만큼 효녀이며 따뜻한 면모를 지녔다.

◆ 골프와 삶의 균형

그는 지난 2017년 5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국내로 복귀할 때 “어머니와 시간을 많이 보내고 싶어서다”라고 이유를 털어놨다. 당시 제주에서 본지와 단독으로 만난 장하나는 "골프에서 1등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가 실제 느끼는 기분과 생각들이 더 중요한 것 같다"며 “저와 가족, 가정의 행복이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이 아닌가 한다. 가정에서 행복하지 않으면 사회에 나와서도 티가 나게 마련이다. 가정이 화목해야 모든 게 편하고 잘 이뤄진다"고 강조했다.

한국여자골프의 전설 박세리(44)도 후배들에게 늘 골프와 삶의 균형을 강조한다. 골프에만 매몰되지 않는 삶은 장하나가 오히려 골프를 더 오래 잘하게 된 비결이 됐다. 올해 데뷔 11년 차를 맞은 그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10년째 최소 1승씩을 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KLPGA에서 8승을 올렸고, 2016년과 2017년 LPGA에서 4승을 수확했다. 이후 2018년부터 현재까지 다시 KLPGA에서 4승을 따냈다. KLPGA 통산 14승이자 LPGA 통산 4승을 올린 여자골프 전설이다.

타고난 신체조건(키 164cmㆍ체중 65kg)과 재능, 노력, 긍정적인 멘탈 등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아버지 장창호(69) 씨는 스케이트 선수 출신이고, 어머니 김연숙(69) 씨는 농구 선수 출신이다. 외동딸인 장하나는 그런 DNA를 물려 받아 타고난 힘과 운동 신경을 보유했다. 비거리 300야드 가까이를 치던 아버지를 닮아 장하나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300야드를 때린 괴력의 골프 유망주였다.

장하나는 검도와 수영, 승마, 스키 등 여러 스포츠를 즐겼던 떡잎부터 다른 운동 선수다. 아버지가 사업을 해 형편이 부족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에서 고깃집을 운영했던 터라 고기도 많이 먹으며 체력을 기를 수 있었다. 코로나19 시대 이전까지만 해도 부녀는 대회장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했다. 딸의 퍼트를 곁에서 유심히 지켜보는 아버지 장 씨의 모습은 대회장에서 흔히 볼 수 있었다. 장하나는 오랜 시간 퍼트 연습을 하는 노력파의 면모를 보였다.

장하나가 과거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박종민 기자

◆ 흠잡을 데 없는 기록

어느덧 투어 고참 대열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각종 부문에서 정상급 기량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올 시즌 대상 포인트 1위(226점), 평균최저타수 1위(69.6316타), 상금 2위(3억8070만원)에 올라 있다. ‘톱10’ 피니시율은 무려 85.7143%(6/7)에 이르고 있다. 고덕호 SBS 골프 해설위원은 “매 출전 대회마다 ‘톱10’에 드는 건 엄청난 것이다. 올 시즌 박민지(23)가 출전 대회들에서 높은 우승 확률을 보이는데 박민지와 함께 가장 주목해야 하는 선수다. 전성기 시절의 타이거 우즈(46)를 보는 듯하다”고 칭찬했다.

벙커세이브율은 66.6667%로 정희원(30)과 함께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장하나는 6일 끝난 롯데 오픈에서 ‘벙커 여신’다운 면모를 선보였다. 18번홀(파4)에서 벌인 연장전에서 놀라운 벙커샷으로 공을 홀 1m 옆에 붙였고 결국 파퍼트에 성공하면서 유해란(20)을 제치고 정상에 올랐다. 박시현(33) SBS 골프 미디어 프로는 “내리막에서 쉽지 않은 벙커인데 거리 조절까지 완벽했다”고 표현했다.

장하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민환 기자

장하나는 247.5652야드(22위)라는 만만치 않은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를 내면서도 그린적중률은 무려 2위(78.0556%)를 기록하고 있다. 60타대 라운드 획득률은 박민지와 함께 공동 2위(42.1053%)다. 흠잡을 데 없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

장하나는 11일부터 사흘간 경기도 파주시 서서울 컨트리클럽(파72ㆍ6536야드)에서 열리는 KLPGA 투어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스(총상금 8억 원)에 나서 시즌 2승째를 노린다. 그는 "페어웨이가 좁아 어려운 코스라고 들었는데 제가 선호하는 코스 스타일이다"라며 "지난주 우승으로 10년 연속 우승에 대한 부담을 덜었기 때문에 앞으로 골프가 더 재미있을 것 같다"고 여유를 나타냈다.

박종민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