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MZ세대들에게 영향력 높아지는 프로게이머, ‘공인’ 범주에 들어가다
대부분 10‧20대 선수들, 프로 선수 직업 교육 중요도 높아져
‘페이커’ 이상혁은 선수 생활 9년 동안 단 한 번의 논란이 없어 최고의 프로의식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 사진=라이엇게임즈

[한스경제=김재훈 기자]e스포츠는 종주국인 한국을 넘어 전 세계의 MZ세대(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자)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프로게이머들도 글로벌 팬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을 뿐 아니라 여느 전통 프로 선수만큼 높은 연봉을 자랑한다.

e스포츠 시장이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고 글로벌 콘텐츠로 발돋움하면서 프로게이머들의 사회적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어린 나이의 프로게이머들도 ‘프로’라는 직업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소양 교육이 중요해지고 있다.

승부조작으로 존폐 위기 겪었던 e스포츠…프로게이머, 어려도 ‘공인’이다

프로 야구, 프로 축구 등 국내 인기 스포츠에서도 선수들은 팬서비스, 승부조작, 도박 등 팬들의 아쉬움과 분노를 자아내는 사건이 발생하면 큰 비판에 휩싸인다. 팬들의 사랑과 높은 연봉을 받는 프로선수들인 만큼 사회적으로 큰 책임이 따르기 때문이다.

e스포츠도 2010년 승부조작 사건으로 큰 위기를 겪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간판선수였던 ‘마재윤’이 승부조작에 가담하면서 팬들은 물론 e스포츠 전체가 충격에 빠졌고 사회 전반으로까지 문제가 알려지며 프로리그는 물론 e스포츠 시장까지 존폐 위기에 빠졌다.

이후 e스포츠 업계는 선수들의 승부조작 예방 교육 등 소양 교육을 강화했다. 특히 청년층과 청소년이 e스포츠의 주된 소비 주체이기 때문에 프로게이머들의 직업의식 함양의 중요성이 매우 높아졌다.

교육부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 장래 희망 직업 3위가 유튜버·스트리머 등 크리에이터, 6위가 e스포츠 선수였다. 이중 남학생은 2위가 크리에이터, 3위가 e스포츠 선수였으며 프로게이머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현재까지 국내 법원이 가장 구체적으로 내놓은 공인의 정의에는 스포츠 선수가 포함된다. 2014년 10월 서울중앙지법이 '공직자, 정치인, 운동선수, 연예인, 범인 및 피의자' 등이 공인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체육계에서는 스포츠 선수가 공인으로서 책임감을 지녀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오래전부터 있었다. 또 고려대 연구진은 '운동선수는 왜 도덕적으로 보여야 하는가?'라는 논문에서 "스포츠 스타는 청소년에게 현대의 영웅"이라며 "청소년이 운동선수의 행동·태도를 모방하므로 선수는 공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도덕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전‧현직 프로게이머들이 온라인상과 게임상에서의 언행과 행동이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일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최근 모 게임단의 선수들과 전 프로게이머들이 아마추어 스트리머의 실력을 비하해 팬들의 비판을 받은 일이 있었다. 

팬들을 존중해야 할 프로선수가 아마추어의 실력을 비판하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비판이 이어지자 선수들이 해당 스트리머에게 직접 사과의 뜻을 전했고 소속팀도 선수들의 소양 교육을 진행한다고 밝히면서 마무리됐지만, 팬들은 '프로의식 결여'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지난 2일  LCK 승부 조작 방지 교육에 나선 장석왕 한국프로스포츠협회 전문강사. / 사진=라이엇 게임즈

e스포츠계, 프로게이머 대상 소양 교육 진행…“대부분 10‧20대 선수들…교육 중요”

e스포스 업계도 프로게이머들의 대상으로 한 프로의식 함양과 소양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10대 중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승부조작. 팬서비스 논란, 미디어 대응 등 공인으로서 프로의식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는 지난 2일 한국e스포츠협회와 함께 LCK 및 LCK CL 소속 선수 및 지도자 등 200여 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소양 교육을 진행했다. 

선수들의 권익 보호와 프로선수로서 갖춰야 할 소양 함양을 위해 한국e스포츠협회와 함께 진행된 이번 소양 교육은 LoL 표준 계약서와 승부조작 예방, 변경된 리그 규정 안내 등 세 가지 주제를 다뤘다.

이정훈 LCK 사무총장은 “표준계약서가 담고 있는 각 조항의 의미를 설명하고 선수들이 부당하게 권리를 침해당했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한편 승부 조작이 선수와 팀, 업계 전반에 얼마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 알리고 싶었다”라면서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부족한 점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LCK가 되겠다”라고 밝혔다.

배틀그라운드 리그를 운영 중인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프로선수들의 소양 함양을 위해 부적절한 언행 및 행동을 하지 않도록 교육하고 있다.

해당 교육에는 선수들의 불건전 언행, 승부 조작 및 공모, 대리게임, 비허가 선수 접촉 등 부정행위에 대한 주의 사항 안내를 비롯해 건강관리를 위한 운동법, 인터뷰 스킬 등 프로 스포츠 선수로서의 프로의식 함양을 위한 교육이 진행된다.

리그 주최 측뿐만 아니라 게임단 내에서도 선수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생명 e스포츠’는 팀 차원으로 연 2회의 교육을 진행한다. 교육에는 승부조작 등 프로선수로서 하지 말아야 할 것, 팬과 미디어와의 커뮤니티 방법, 위기 상황 시 대처법, 세무 등 폭넓게 구성돼 있다.

LOL뿐만 아니라 DOTA, 포트나이트, 배틀그라운 등 다양한 게임단을 운영하는 SKT T1 CC도 주기적으로 선수들뿐 아니라 소속 스트리머들에게도 미디어, 팬들에 대한 커뮤니케이션을 교육하고 있다.

e스포츠 관계자는 “프로게이머 대부분이 어린 나이이기 때문에 스스로 프로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할 때가 있다”며 “소속팀, 업계 차원의 주기적인 교육으로 프로의식을 함양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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