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지가 숫자 '4'를 표현하고 있다. /KLPGA 제공

[한스경제=박종민 기자] 박민지(23)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사상 최초 단일 시즌 10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박민지는 올 시즌 KLPGA 투어 9개 대회 만에 4승을 수확했다. 앞서 롯데 오픈(3~6일)에 불참한 터라 출전 기준으론 8개 대회 만에 4승을 올렸다. KLPGA 사상 최초 한 시즌 두 자릿수 승수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 자기 관리의 달인

KLPGA 역대 시즌 최다 승 기록은 신지애(33)가 보유한 2007시즌 9승이다. 신지애는 2007년 12월 열린 차이나 레이디스오픈에서도 정상에 올랐지만, 대회가 2008시즌 대회로 기록되면서 2007시즌 공식 승수는 9가 됐다. 2007시즌 신지애는 독보적인 선수였다. 다승왕을 비롯해 대상(397점)과 상금왕(6억7454만1667원), 평균최저타수상(70.02타)을 싹쓸이했다. 그는 시즌 초반 출전한 4개 대회에서 ‘준우승-우승-3위-3위’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올렸다.

시즌 최다 승 2위 기록 역시 신지애가 갖고 있다. 그는 2008시즌 7승을 올렸다. 시즌 막판 출전한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 한 골프 관계자는 “신지애와 서희경(35) 등이 전성기였던 2000년대 후반이 KLPGA의 중흥기였다”며 “당시 그들의 지배력은 대단했다. 과장 조금 보태서 출전했다 하면 우승하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다. 2016시즌 박성현(28) 역시 같은 승수를 올려 시즌 최다 승 공동 2위에 포진해 있다. 박민지는 2019시즌 최혜진(5승) 이후 한 시즌 4승 이상을 올린 첫 선수다.

박민지는 13일 KLPGA 셀트리온 퀸즈 마스터즈 우승 후 “전반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벌써 4승을 기록했다. 시즌이 끝날 때까지 제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알고 싶다. 만약 전반기에 5승을 한다면 그 이후에는 마치 폭포 쏟아지듯이 최대한 많은 우승을 하고 싶다”고 각오를 나타냈다.

2017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4년 연속 시즌 1승씩을 올릴 때와 달라진 점에 대해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달라진 게 없다. 최근에 시즌 5승, 7승했던 언니들보다 지금 저의 페이스가 좋다는 사람들의 말을 들었고, 큰 부담을 받았다. 그 기대에 부흥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또 다시 우승이 찾아 온 것 같다. 돌이켜 보니 그 부담이 우승의 원동력이 된 것 같아 앞으로 부담도 안고 살아가려 한다”고 말했다.

박민지는 자기 관리의 달인이다. 그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라면과 탄산음료를 1년 가까이 입에도 대지 않았다”며 “운동 선수로서 몸에 나쁠 음식은 먹지 않고 단백질 같은 영양상 좋은 음식만 먹으려 애쓴다”고 털어놨다. 신인 시절 근력이 적어 다소 왜소했던 신체는 지금은 ‘골프 병기’가 됐다.

박민지가 주력하는 부분은 ‘신체 밸런스’다. 지난 겨울 전지훈련은 집 근처 용인시에서 했는데, 단순히 골프에 좋은 운동만 한 게 아니라 신체 밸런스를 키울 수 있는 것들을 골고루 소화했다. 그는 “턱걸이와 웨이트트레이닝, 유산소 및 밸런스 운동, 무게 이용한 운동, 순발력 운동, 스트레칭, 마사지 등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박민지. /KLPGA 제공

◆ 골프 밸런스도 특급

골프에서도 박민지의 밸런스는 남다르다. 단점이 없는 특급 골퍼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51.7801야드(14위·약 230미터))에 달하고, 그린적중률은 79.0404%로 1위에 올라 있다. 페어웨이 안착률은 83.1169%로 10위에 포진해 있다. 드라이버 비거리와 아이언 샷, 퍼트까지 3박자의 연결이 좋다 보니 ‘톱10’ 피니시율도 4위(62.5%ㆍ5/8)로 높다.

물론 타고난 운동 신경도 빼놓을 수 없다. 박민지의 모친은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핸드볼 은메달리스트 김옥화(62) 씨다. 김옥화 씨는 딸이 신인이던 때부터 대회장에서 뒷바라지를 했다. 매니저부터 운전기사, 트레이너 코치 역까지 도맡았다. 은행원 출신인 부친 박재기(62) 씨는 박민지를 골프에 입문시켰다.

박민지는 “저의 골프를 위해 청춘을 바치신 부모님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다. 어머니의 훈련 하에 힘들게 지금까지 성장했다. 사실 미움의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골프 외 목표가 있다. 저로 인해 인생을 제대로 살지 못하신 부모님의 노년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드리고 싶다. 상금을 재테크해서 모두 부모님을 위해 쓰려 한다. 골프 선수의 부모님들 모두 존경스럽고 감사 드린다”고 효심을 드러냈다.

박민지는 17일부터 나흘간 충북 음성군 레인보우힐스 컨트리클럽 남ㆍ동 코스(파72)에서 열리는 DB그룹 제35회 한국여자오픈골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대회 우승 상금은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대회 중 최고액인 3억 원에 달한다. 박민지는 “여태 이룬 8승 중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다. 메이저대회인만큼 코스가 까다롭고 어렵다. 아직 실력이 부족해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는 것 같다. 메이저대회 우승을 하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지만 욕심내지 않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그러나 이 대회 우승 후보 1순위는 역시 박민지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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