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조정석과 도경수의 연기는 훌륭했으나 뻔한 휴먼코미디 장르를 벗어나진 못했다. 영화 ‘형’의 이야기다.

‘형’은 사기전과 10범 형(조정석)과 잘 나가던 국가대표 동생(도경수), 남보다 못한 두 형제의 이야기를 그렸다. 코미디로 시작해 신파로 끝나는 영화다.

영화의 전반은 코미디에 충실했다. 무엇보다 영화 ‘건축학개론’으로 납득이 열풍을 일으킨 조정석의 공이 컸다. 욕설이 몸에 밴 고두식을 밉상이 아닌 ‘호감’으로 표현했다. 조정석의 맛깔나는 애드리브가 관객들의 웃음을 책임지는 절대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펄펄 활개를 치는 조정석의 옆에서 도경수는 한 층 차분한 내면 연기를 보여준다. 시력을 잃은 뒤 큰 상실감에 빠진 고두영을 내공 있는 연기력으로 표현했다.

이처럼 두 배우의 연기는 영화를 이끌어가는 핵심축으로 손색이 없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전형적인 한국영화의 퇴보를 보여주는 듯한 영화의 뻔한 구성이다.

서로 죽어라 티격태격했던 형제가 점차 마음을 열고 누구보다 돈독해진다. 이런 두 형제에게 또 하나의 시련이 닥친다. 이를 견뎌내는 형제의 모습과 상황은 여느 영화나 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 예상했던 그대로 흘러가는 전개가 아쉽다. 영화는 끝을 향해 갈수록 관객들의 눈물샘만을 자극하려 애쓰는데, 워낙 뻔한 구성이라 감동보다는 지루함을 더 크게 느낀다. 마치 ‘휴먼코미디’라는 타이틀에만 충실한 영화처럼 보이는 대목이다.

또한 고두영의 코치 캐릭터에 매력이 없다. 고두영을 끝까지 돕는 착한 코치지만, 입체적인 인물로 활약하진 않는다. 이런 캐릭터를 ‘피노키오‘ ‘닥터스‘로 배우로서 매력을 한껏 드러낸 박신혜가 맡았다는 점이 더욱 아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신혜는 맡은 캐릭터 이상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따뜻한 가족드라마인 것은 확실하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잘 나가는 세 배우들 앞에 차려진 밥상은 조촐했다. 23일 개봉. 사진= '형' 스틸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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