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윤겸 강원FC 감독/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탄천=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변화보다 안정을 꾀한 최윤겸(54ㆍ강원FC) 감독의 뚝심이 빛났다. 강원이 K리그 클래식의 명가 성남FC를 누르고 2013년 이후 4년만의 클래식 승격에 성공했다. 반면 안방에서 ‘블랙 네버 다이’를 외치던 6,000여 성남 팬들의 바람은 끝내 이뤄지지 않았다.

강원은 2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6 승강 플레이오프(PO) 성남과 원정 2차전에서 전ㆍ후반 각각 한 골씩 주고받으며 1-1로 비겼다. 앞선 1차전 0-0에 이은 2경기 무승부다. 양 팀은 1,2차전 합계 스코어에서도 1-1로 같았으나 원정다득점 원칙에 따라 강원이 승격 티켓을 거머쥐었다.

2008년 4월 15번째 시민구단으로 창단한 강원은 2013년 클래식 12위에 그치며 이듬해인 2014년부터 K리그 챌린지로 내려갔다. 2014년 4위, 2015년 7위에 그쳤던 강원은 올 시즌 부활의 나래를 펴며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뒤 PO에서 부천FC 1995을 꺾고 승강 PO에 올랐다. 강원은 이날 승리로 지난 2013년 도입된 승강 PO에서 챌린지 팀의 불패 신화를 이어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안정을 추구한 최 감독의 전략이 적중했다. 상당한 변화를 준 성남과 달리 1차전 멤버가 그대로 출전했다. 경기 뒤 최 감독은 “내용보다 무조건 결과를 가져야 된다는 선수들과 약속이 잘 지켜진 것 같아 기분이 너무 좋다”며 “강원에 300만 도민이 계신데 챌린지로 떨어져 3년여의 힘든 시간을 보냈다. 클래식을 향한 염원이 이뤄졌다”고 감격했다. 개인적으로는 2007년 대전 시티즌 이후 무려 10년 만에 클래식 구단 감독으로 컴백하게 된다.

반면 K리그 우승 7회ㆍ준우승 3회에 빛나는 전통의 성남은 2010년 시민구단으로 재창단한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지난 시즌 리그 5위의 기세를 앞세워 내심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노렸던 터줏대감이 사상 첫 챌린지로 강등된다. 시즌 중반 김학범 전 감독의 사퇴가 결정적이었다. 성남은 지난 10경기 동안 3무 7패로 몰락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승강 PO 1차전을 앞두고는 구상범 대행마저 건강상의 이유로 물러나 변성환(37) 코치가 급작스럽게 사령탑을 맡아야 했다.

이날 경기장에는 바람이 제법 불었지만 햇볕이 내리쬐는 포근한 초겨울 날씨를 맞아 올 시즌 성남의 마지막 경기를 보기 위해 6,548명의 관중이 운집했다. 구장 입구에는 성남의 필승을 바라는 ‘블랙 네버 다이’라는 문구가 내걸렸다. 블랙은 성남의 상징색깔이다.

비장한 선수들의 표정이 말해주듯 지면 끝이라는 각오 속에 치러진 전반은 초반부터 경고를 두 장이나 받는 등 몸을 사리지 않는 거친 플레이로 상대를 위축시킨 성남의 일방적인 페이스였다. 그러나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조금씩 공격 강도를 높여가던 강원은 전반 43분 한석종(24)의 골로 먼저 리드를 잡았다. 허범산의 로빙 패스를 받은 한석종이 골키퍼 김근배를 앞에 두고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한석종의 2호 골이다. 전반 선제골의 의미는 컸다. 남은 45분 동안 2골 이상만 내주지 않으면 되는 심리적 안정을 얻었다.

후반 들어서도 강원은 성남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성남은 후반 32분 얻은 프리킥 찬스를 황진성이 그림 같은 왼발 감아 차기로 골망을 때렸다. 황진성의 골에 구장은 떠나갈 듯 함성이 터졌지만 끝내 추가골이 터지지 않으며 그대로 종료됐다.

탄천=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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