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환/사진=연합뉴스

[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회유'와 '협박' 앞에서도 박태환(27)은 흔들리지 않았다. 다시 선수로 올림픽에 나서고 싶다는 생각으로 그 모든 어려운 순간도 이겨냈다.

박태환은 올해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꼽자면 지난 5월 말이었을 지도 모른다. 박태환은 지난 5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으로부터 리우 올림픽에 출전하지 말라는 회유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박태환은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받은 18개월간 선수 자격정지 징계가 3월로 종료된 시점이었다. 하지만 대한체육회는 '금지약물로 징계 만료된 날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를 국가대표로 선발 할 수 없다는 규정을 내세워 그의 올림픽 출전을 허가하지 않고 있던 시점이었다.

이때 김종 전 차관 측은 박태환에게 올림픽에 나가지 않으면 기업 스폰서를 받게 해주겠다는 회유와 함께 올림픽 출전을 강행할 경우 (박태환 모교인) 단국대가 부담을 안 가질 것 같나라며 출전 포기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간 이러한 사실을 밝힐 수도 없었던 박태환도 마침내 입을 열었다. 박태환은 21일 일본 도쿄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종 전 차관과의 만남을 회상하며 "너무 높으신 분이라서 무서웠지만 올림픽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털어놨다.

외압에도 그를 버티게 한 건 오직 선수로서의 진심 때문이었다. 박태환은 "기업 후원이나 대학 교수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왔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수만가지 생각을 했다. 무게, 책임, 무거움을 많이 느끼긴 했지만 그런 것보다 내가 선수로서 출전할 수 있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지난 20일 막 내린 제10회 아시아수영서수권대회에서 건재함을 보여준 그였기에 안타까움은 더 크다. 박태환은 이번 대회에서 금메달 4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훈련'에만 집중할 수 있을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스스로 증명해냈다. 하지만 그를 흔드는 '외압'과의 싸움까지 벌이고 나서야 했던 리우 올림픽에서는 전종목 예선 탈락의 쓴맛을 봤다. 박태환은 "핑계를 대고 싶지는 않다"면서도 "올리픽이라는 무대는 전세계에서 자신의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여 레이스에만 집중하는 자리다. 최고의 컨디션을 발휘해야만 하는데 여러가지 수영 외에 생각할 게 많았다"고 고백했다.

김주희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