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이현아]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광장을 쓸고 가는 세찬 바람도, 나뭇가지에 남아있던 눈 자락도 ‘상록수’의 푸른 기운을 꺾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5차 민중총궐기대회가 열린 26일 서울 광화문광장 무대에는 한 때는 부를 수도 없었던, 민중가요의 대표 노래들이 울려 퍼졌다. 양희은은 예고에도 없이 무대에 올라 1975년 금지곡으로 분류됐던 ‘아침이슬’과 ‘행복의 나라로’, ‘상록수’를 연달아 불렀다. 양희은은 당초 지방 일정 때문에 참여가 어려웠으나 촛불집회에 대한 공감으로 광화문광장을 깜짝 방문, 150만여 시민들을 위로했다. 첫 곡으로 부른 ‘아침이슬’의 엔딩에는 애국가로 편곡해 더욱 큰 울림을 줬다. 또한 ‘상록수’는 광화문광장에 집결한 모든 시민들이 떼창을 해 도심이 일순 공연장으로 변하기도 했다. 시민들은 한 손에는 반짝이는 초와 박근혜 퇴진 플래카드를 흔들어 목청껏 따라 불렀다.

양희은의 공연 앞뒤에는 안치환과 노브레인이 무대에 섰다. 안치환은 ‘자유’ ‘광야에서’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마른 잎 다시 살아나’까지 4곡을 열창했다. 안치환은 ‘자유’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를 시국에 맞게 개사하는 센스를 보여줬다. ‘자유’에서는 ‘자유여, 민주여, 통일 대박 외치면서 속으로 제 잇속만 차리네’라고 비판했도, ‘사람이’ 대신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라고 노래해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다. 안치환은 “음악 인생에서 가장 귀중하고 소중하고 아름답고 영광스러운 무대에 섰다. 어떤 바다보다 장엄하고 평화롭고 숭고한 엄격한 촛불의 바다가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다”고 말했다.

노브레인은 마지막 무대를 맡아 시민들의 추위를 잊게 했다. 노브레인은 본 집회가 시작된 지 3시간이 지난 오후 9시 25분께 무대를 꾸몄다. ‘아리랑 목동’ ‘아름다운 세상’ ‘비와 당신’ ‘젊은 그대’ 등 누구나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들을 선곡해 박수를 받았다. 또 뮤지컬 배우들이 뭉친 ‘시민과 함께하는 뮤지컬 배우들’도 민중가요를 잇달아 선곡해 촛불의 열기를 달궜다.

이날 집회에 참여한 가수들의 무대는 종편 채널과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서비스돼 전국으로 생중계됐다. 또 오후 8시에는 집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전국적으로 소등 운동도 벌어졌다. 광화문광장 역시 이 시간에 맞춰 양초와 LED초의 불을 끄는 ‘저항의 1분’ 퍼포먼스도 있었다.

무대에 오른 스타들만 광화문광장을 찾은 게 아니었다. 당초 공연이 예정됐던 DJ DOC는 시국을 비판하는 노래 ‘수취인분명’이 문제가 되자 무대가 아닌 거리에서 정권 퇴진을 주문했다. 멤버 이하늘은 “오늘은 마이크 대신 촛불 들러 나왔다”고 말했다.

배우 차인표도 광화문 집회에 나가 시민들과 함께 행동했다. 두툼한 패딩점퍼를 입은 차인표는 질서를 맞춰 행진하며 대통령의 퇴진에 목소리를 높였다. 뮤지컬 배우 정선아는 신작 ‘보디가드’의 준비 중 짬을 내 2주 연속으로 촛불을 들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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