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여자가 봐도 매력 있다. 남자가 보면 한눈에 반할지도 모르겠다. 서지혜는 종영드라마 ‘질투의 화신’에서 조정석에게 “XX 매력있네”라며 박력 넘치는 모습을 연기했다. 실제 성격도 홍혜원 그 자체였다. 그 동안 단아하고 차분한 이미지에 갇혀 답답하지 않았을까. 현실에서는 시원하게 욕 한 바가지 해줄 것 같았다. 
 
-‘걸크러시’ 홍혜원 캐릭터가 사랑 받을 줄 알았나.
“반응이 이렇게 좋을지 예상을 못했다. 감독, 작가가 이화신, 표나리 뿐만 아니라 이화신, 홍혜원 커플을 응원하는 사람들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화신이 중간에서 갈등할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였으면 해서 솔직히 부담스러웠다.”
 
-욕 대사가 화제였다.
“원래는 욕 대사가 없었다. 작가가 실제 성격을 반영해서 캐릭터를 만들더라. 내가 의외로 털털하고 남자답다고 했다. 감독은 상남자라고 하더라. 작가가 ‘상남자? 욕도 하냐?’고 해서 ‘아니 욕 안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 친구들끼리 X년 하기도 한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했다. 이렇게 얘기를 나누다가 홍혜원 캐릭터가 만들어졌다.”
 
-실제로는 어떨 때 욕하나.
“가끔 욱하거나 혼자서 분을 삭힐 때 욕한다. 그렇다고 욕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생기면 욱한다.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면 정확하게 얘기하는 편이다. 순간적인 감정은 10초 정도 참으면 괜찮아지더라. 그래도 분이 안 풀리면 그 사람을 불쌍히 여기면서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이화신이 많이 열 받게 했다. 욱해서 한 애드리브 있나.
“애드리브는 없었다. 다 대본에 있는 욕이었다. 감독이 너무 찰지게 욕하지 말라고 했다. 오히려 시크하면서 무표정한 얼굴로 욕을 하면 임팩트 있을 것 같았다.‘새끼 매력있네’는 감독의 아이디어였는데 반응이 좋아서 감사했다.”
 
-홍혜원은 금수저였다.
“난 전혀 금수저가 아니다. ‘잘 사는 집 딸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평범한 가정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때부터 잡지모델을 시작해서 용돈을 받아본 적이 없다. 은근 생활력이 있고 아낄 줄도 안다. 금수저로 태어나고 싶다. 홍혜원이 부럽다(웃음).”
 
-아나운서 역을 맡아서 힘들지 않았나.
“대기시간이 길었고 등장인물이 많아서 구도상 여러 번 촬영을 했다. 욕 대사는 처음에 입 떼기가 조금 힘들었다. 이화신한테 욕 할 때도 계속 고민하고 연습을 거듭했다. 촬영도 오래 걸렸다. 수십 번 욕을 하면서 감정이입이 잘 되긴 했지만 어떻게 나올까 궁금하면서 걱정이 됐다. 재미있게 잘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이미지가 망가질까 걱정됐나.
“망가지는 부담은 없었다. 캐릭터를 잘 풀 수 있을지 고민했다. 단아하고 차분한 이미지의 연기를 많이 하지 않았냐. 홍혜원의 캐릭터를 잘 표현하지 못 할까봐 걱정됐다.”
 
-아나운서 발음은 대사 톤과 많이 다르지 않냐.
“다르면서도 비슷하다. 촬영 전 각 방송사 뉴스를 다 챙겨봤다. 다들 특징이 있더라. 클로징 때 눈 한번 깜박이거나 손을 모으는 분도 있었다. 앉아있는 자세, 손동작, 멘트할 때 카메라와 대본 보는 것까지 신경을 많이 썼다.”
 
-아나운서 홍혜원의 특징은 뭐가 있었나.
“홍혜원은 항상 손에 팬을 들고 있었다. 멘트할 때 시크하면서도 도시적인 느낌을 주려고 했다. 뉴스 할 때 미소를 보이는 아나운서도 있는데 홍혜원은 웃지 않고 도도했다.”
 
-특정 아나운서를 벤치마킹 했나.
“한 사람에 꽂혀서 보지는 않았다. 거의 모든 뉴스를 챙겨봤다. 아침 7시부터 낮 12시, 3시, 7시, 9시 시간대별로 공중파뿐만 아니라 JTBC까지 봤다. 어떻게 대본을 넘기는지 까지 자세히 살폈다.”
 

-극중 뉴스 자막으로 대본 유출을 사과했다.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촬영 때 몰랐는데 나중에 자막으로 붙여줬더라. 기사 보고 알았다. 감독이 신경 쓰지 말라면서 응원해줬다.”
 
-이화신이 웃겨 중심잡기 힘들지 않았나.
“웃음 참는 게 제일 힘들었다. (조)정석 오빠가 애드리브를 정말 잘한다. 오빠한테 제발 애드리브 조금만 해달라고 했다. 아니면 사전에 좀 얘기해주면 안 되냐고 했다. 홍혜원이 눈을 까는 장면에서도 오빠 표정을 보면 안 웃을 수가 없었다.”
 
-이화신이냐, 고정원이냐.
“20대 때는 이화신 같은 마초남, 츤데레 스타일이 멋있었다. 나도 TV를 보면서 설레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나를 예뻐해 주고 다정다감한 스타일이 좋다. 지금은 고정원이다.”
 
-홍혜원이 사귄 남자는 100명쯤 됐다.
“더 많은 남자가 나왔어야 했는데 아쉬웠다. 이화신이‘너 도대체 이런 식으로 남자 몇 명쯤 만나봤니’라고 해서 ‘100명쯤?’이라고 한 대사가 있었다. 극중 다른 남자랑 차 안에서 키스하기도 했다. 홍혜원처럼 한번 살아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외롭고 약간 짠할 것 같다. 이화신이 대놓고 무시할 때 불쌍했다. 정석 오빠가 계속 장난쳐서 ‘그만해. 나 마음 아파. 불쌍하지 않아? 그러지 말라’고 했다.”
 
-조정석, 공효진, 고경표에 조금 가려진 느낌도 있었다.
“물론 아쉬움은 있다. 더 재미난 이야기를 보여줬으면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근데 속마음까지 보여줬으면 너무 지질했을 것 같다. 작가께서 마지막 장식을 멋있게 해줬다. 이 여자는 끝까지 멋있구나, 혼자 불쌍해하기로 했다. 한 두 장면 나와도 임팩트있게 중심을 잡아줘서 좋았다.”
 
-홍혜원은 이화신을 진심으로 사랑한 걸까.
“홍혜원은 싫으면 안 만난다. 이화신을 좋아하지 않았다면 파트너 제안도 하지 않았을 거다. 줄 서 있는 게 남자 아니냐. 마지막에 이화신한테 ‘나 이제 선배 포기할게요. 난 아직도 선배 가슴이 섹시하고 선배랑 오래 같이 진행하고 싶으니까 건강할 것’이라고 했다. 이 부분에서 이화신을 정말 좋아한 게 드러났다. 홍혜원은 츤데레, 여자 이화신 같다.”
 
-‘질투의 화신’과 ‘그래, 그런거야’ 반응이 극과 극이었다.
“작품이 매번 잘될 수는 없는 것 같다. 잘되건 안 되건 그 안에서 내가 얻어갈 수 있는 게 있느냐가 중요하다. 시청자 반응에 신경을 조금 덜 쓰게 됐다. 신경을 아예 안 쓸 수는 없지만 ‘열심히 하다 보면 되겠지?’라는 마음이다.”
 
-서숙향, 김수현 작가 스타일은.
“두 분 다 대본이 어렵다. 여러 번 생각하고 고민을 해야 했다. 기승전결이 확실해서 내가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안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두 작품을 하면서 연기 공부를 많이 했다. 캐릭터 분석과 대사 처리 방법 등을 자세히 배웠다.”
 
-SBS 작품을 유독 많이 했다.
“‘펀치’부터 연달아 세 작품을 했다. SBS 직원이라는 얘기도 많이 들었다. 이제 일산 탄현 세트장이 집보다 편하다.” 사진=OSEN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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