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누가 두 여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30일 막을 올린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미씽)는 중국인 보모 한매(공효진)가 지선(엄지원)의 딸 다은을 납치하면서 밝혀지는 진실을 그린 스릴러다. 100분의 러닝타임 동안 사건을 추적하는 재미가 있고, 매 장면마다 긴장감이 넘친다.

이 같은 스릴러의 충분한 흥미요소에도 가슴이 자꾸 먹먹해지는 이유는 바로 한매와 지선 때문이다. 영화에는 한국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가는 지선과 중국 여인 한매의 아픈 사연이 사실적으로 담겨 있다.

지선은 ‘극한직업’으로 불리는 드라마 외주 홍보사 직원이다. 남편의 외도로 이혼을 하고 혼자 아이를 키울 수 없어 한매를 고용한다. 지선은 아이를 참 따뜻하게 보살피는 한매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된다. 그런 한매가 돌연 다은이와 함께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간다. 이때부터 딸을 찾기 위한 지선의 외롭고 긴 싸움이 시작된다.

지선은 아이를 잃고 난 후 초반에는 신뢰했던 한매를 의심하지 않는다. 오히려 걱정이 앞설 정도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도 한매가 돌아오지 않자 점점 분노하게 되고, 직접 다은이 찾기에 나선다. 그런데 사건을 추적하면 할수록, 모든 게 거짓이었던 한매의 진실과 마주하면서 연민과 깊은 슬픔을 느낀다.

영화는 가히 한국정서와 잘 맞아떨어진다. ‘일도 잘해야 되고, 아이도 잘 돌봐야 하는’ 워킹맘의 힘겨운 삶, 그리고 그런 ‘워킹맘’을 차갑게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담겨 있어 가슴이 아프다. 게다가 아직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남아 선호사상과 이주 여성을 향한 사회적 편견이 과하지 않게 영화에 녹아 들어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영화가 사회적 경각심이나 공포심을 조성하지는 않는다. 다만 사회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을 담담하게 다루면서 내 주변을 돌아보게 만든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영화다.

여성감독 이언희의 연출력 역시 탁월하다. 제작 여건상 환경이 녹록치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감성을 더한 ‘감성 스릴러’를 만들어냈다. 또 지선의 회상과 한매의 과거는 플래시백(과거 회상)으로 그려내며, 사건을 차근차근 쫓는 재미를 유발한다. 영화의 긴장감을 최고조로 끌어올리는 음향 효과 역시 흠 잡을 데가 없다. 또 ‘소원’에 이어 절절한 모성애 연기를 보여준 엄지원,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는 미스터리한 여인 공효진의 열연이 ‘미씽’과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낸다.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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