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혈전을 벌인 수원 삼성과 FC서울 선수들/사진=KFA

[서울월드컵경기장=한국스포츠경제 정재호] 역대 첫 슈퍼매치(FC서울-수원 삼성 라이벌전)으로 치러진 FA컵 결승전이 풍성한 화제를 낳으며 2016년 한국 프로축구의 대미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전체적으로 역대 가장 성공한 결승전 중 하나라는 평가지만 너무 승부에 매몰된 나머지 거친 플레이가 난무하며 경기의 질을 떨어뜨린 건 옥에 티로 지적된다.

◇ 첫 슈퍼매치 결승전이 남긴 유산

지난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2차전에서 서울이 수원을 2-1로 꺾었다. 1,2차전 합계 스코어 3-3(1차전 수원 2-1 승)이 된 양 팀은 연장전으로 돌입했고 득점 없이 마무리했다. 이어진 승부차기에서 10번째 키커로 골키퍼까지 나서는 진검 승부 끝에 수원이 10-9로 승리하며 2010년 이후 6년 만에 통산 4번째 FA컵 우승(2002ㆍ2009ㆍ2010ㆍ2016년)을 이룩했다. 이는 포항(1996, 2008, 2012, 2013)과 역대 최다우승 타이기록이다. 반면 서울은 2014년 성남FC에 당한 승부차기 패 이후 2년 만에 또 결승 승부차기로 준우승에 그쳤다.

수원은 FA컵 우승팀에게 걸려있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극적으로 거머쥐며 K리그 리딩 클럽의 자존심을 지켰다. 서정원(46) 감독은 2012년 12월 부임 후 첫 우승에 왈칵 눈물을 쏟기도 했다. 1차전 승리의 기운과 경기력을 믿고 그대로 밀고나간 서 감독은 부상에서 돌아온 박주영(31)과 고요한(28)을 선발 투입하는 초강수로 변화를 꾀한 황선홍(48) 감독과 지략 대결에서 판정승을 거뒀다.

역대 첫 슈퍼매치 결승전은 흥행에서도 새 이정표를 세웠다. 2차전 현장에는 경기 시작 악 2시간 전부터 많은 인파들이 모여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휴일을 맞아 자라나는 꿈나무들인 어린이 팬들이 많이 목격돼 의미를 더했다. FA컵 역대 최다 관중인 4만명에는 못 미쳤지만 9년 만에 홈앤어웨이를 채택해 벌어진 2경기 동안 약 7만명을 축구장으로 끌어 모았다. 수원에서 열린 1차전에 3만1,034명이 찾았고 2차전은 3만5,037명이 운집해 열띤 응원과 수준 높은 관전 문화를 보여줬다.

◇ '경고 15장' 남발한 과열된 승부욕

그러나 질적인 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겼다. 양 팀 선수들이 반드시 이기겠다는 승부욕에만 너무 매몰된 나머지 육탄전을 방불케 하는 거친 플레이로 볼썽사나운 장면들을 수 차례 연출했다. 평소와 비교가 되지 않을 강도의 저돌적인 태클과 몸싸움에 선수들은 공을 잡기가 두려웠다. 정상적인 플레이를 기대하기 힘들었고 그 결과 양 팀 도합 15장의 경고(서울 10개ㆍ수원 5개)와 경고 누적에 따른 퇴장 2명, 심지어 김치우(33ㆍFC서울)은 경기 도중 앰뷸런스에 실려 후송되는 불상사를 겪었다. 전반 막판에는 선수들이 한 데 엉겨 붙어 야구의 벤치 클리어링을 연상시키는 험악한 상황이 나오기도 했다.

유럽 빅리그를 대표하는 명문 라이벌전과는 동떨어진 경기 양상이었다. 특히 2차전은 어린이 팬들이 많았다. 이들이 보고 배울 만한 광경은 아니었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중요한 승부에서 마음이 너무 앞서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승부의 관건은 냉정함이라고 누누이 선수들에게 설명해왔다. 전반 시작하고 경고를 너무 많이 먹은 것이 우려스러울 정도로 그런 것들이 많이 나타났다”고 인정했다.

KBS 기자ㆍ앵커 출신인 스포츠 평론가 최동철(73) 박사는 “선수들은 FA컵 결승에 걸맞은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 관중들의 관전 수준 역시 매우 높았다”고 총평하면서도 “ACL 티켓과 자존심이 걸려있고 관중들도 많이 와서 엄청난 응원을 뿜어내다 보니 분위기적으로 조금 과열된 측면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약간은 아쉬움을 남겼다”고 말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정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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