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 양지원] 배우 차엽은 그동안 독립영화 ‘18: 우리들의 성장 느와르’, tvN ‘응답하라 1988’을 통해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700만 관객 돌파를 눈 앞에 둔 ‘럭키’에서는 유해진(형욱 역)의 진가를 발견하는 조감독으로 비중 그 이상의 존재감을 발휘했다. 차엽 특유의 생동감 넘치는 연기가 코믹극의 활기를 더했다. 시원시원한 이목구비만큼이나 우렁찬 목소리가 돋보이는 차엽에게 속내를 들어봤다. 

-‘럭키’가 정말 잘 되고 있다.

“하루하루 주변 분들의 반응을 체크하는 게 너무 재미있다. 전화 오면 다들 똑같은 말을 하는데 ‘200만인데 뭐해?’‘300만인데 뭐해?’라고 농담조로 말하곤 한다. 그동안 참여했던 영화 중 가장 기억에 많이 남는다. 유해진 선배부터 다른 선배들까지 연기적인 애드리브도 많이 배웠다.”

-어떤 애드리브를 배웠나.

“따로 선배님들에게 배운 건 아니다(웃음). 내가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유해진 선배의 역할을 해보기도 했다. 촬영장에서 선배의 연기를 보면 내 예상대로가 아닌 다른 틀로 연기하셨다. 베테랑만이 할 수 있는 연기라고 해야 할까. 많이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기억에 남는 촬영 일화가 있다면.

“유해진 선배와 이동휘의 애드리브를 보는 게 정말 재미있었다. 예상치 못한 애드리브를 치는데 ‘와~’ 이런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감독에게서는 대본 리딩을 할 때부터 VIP 시사회에 이르는 내내 자신감과 확신을 볼 수 있었다. 촬영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유해진은 어떤 선배이자 배우였나.

“TV나 스크린으로만 봤으니 성격이 무서울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보니 웬걸~ 수줍음도 많이 타시고 점잖으셨다. 타인의 시선도 의식하지 않고 연기한다. 한 마디로 순수하고, 인간적이다. 대본에도 엄청나게 메모를 하셨다. 굉장한 노력파인 것 같다.”

-조감독 역할을 연기하며 참고한 실제 인물이 있나.

“내가 정말 많이 접할 수 있는 직업이다. 여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조감독들의 성격을 대충 파악한 것 같다. 조감독들은 대부분 말이 빠르고 목소리가 크다. 그리고 칭찬과 욕은 항상 살짝 오버하는 경향이 있다(웃음). 워낙 촬영장이 바쁘다 보니 외모에 신경 쓸 겨를도 없어 모자를 자주 쓴다. 그런 모습을 캐릭터에 반영했다. 실제로 내 비니를 쓰고, 수염도 좀 더 덥수룩하게 길렀다.”

- 조감독이 유해진의 진가를 알아본다. 실제로 자신의 진가를 알아본 사람은 누구였나.

“딱히 진가를 알아본 사람이라기보다 독립영화 ‘18:우리들의 성장느와르’를 찍고 나서 일이 꾸준히 들어왔다. 남성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많이 칭찬해주신 덕인 것 같다. 그 영화를 촬영할 당시에도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찍자’고 촬영에 임했다.”

-왜 포기하려고 했나.

“배우를 꿈꾸는 사람들이 대부분 다 그렇겠지만 참 힘들었다. 오디션 하나 보는 것도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앞이 캄캄한데 이걸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다 ‘18: 우리들의 성장느와르’ 한윤선 감독을 만나게 됐는데 처음에는 단역인 중국집 배달원이었다. 대본 리딩을 하면서 비중이 커졌고, 주연이 됐다.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했다.”

-어렸을 때 운동을 배웠다던데.

“원래 수영을 배웠는데 어깨 부상이 심해 그만두게 됐다. 그 때 갑자기 춤과 랩에 빠지기 시작했다. 그 당시 매니저가 연기를 한 번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연기를 하게 됐고 CF에 출연하게 됐다”

-운동이나 연기나 피나는‘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그렇다. 노력해도 잘 안 되는 것마저 비슷하다(웃음). 운과 자기관리가 필수다. ‘럭키’에서는 노력하면 다 되지만 실상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배우라는 직업 자체가 대기업 취업보다 더 어렵다. 작은 배역 하나 맡는 것도 정말 힘들어 좌절감을 크게 느낀다. 내가 그랬듯 지금도 주변에서 고생을 많이 하는 동료들이 많다.”

-고생한 만큼 많은 작품에 출연한 편이다. ‘더 킹’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운이 많이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사실 ‘더 킹’은 많이 나오는 작품은 아니다. 과거 회상 신에 잠깐 등장한다. 영화를 촬영하며 조인성 선배가 참 따뜻한 분이라는 걸 알게 됐다. 단역 배우들 이름도 다 외우고 늘 따뜻하게 대해주셨다. 선배가 그렇게 잘 대해 주니 연기를 할 때도 훨씬 편해졌다. 나도 언젠가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욕심나는 연기나 목표가 있다면.

“느와르를 너무 사랑한다. ‘18:우리들의 성장느와르’에서도 우직하고 듬직한 캐릭터였지만, 그것보다 한 층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고 싶다. 문근영이 ‘국민여동생’이었던 것처럼 나는 ‘만인의 형’으로 불리는 게 목표다. ‘차엽은 못생기고 뚱뚱한데 왜 저렇게 섹시하지’라는 말도 들어보고 싶다.” 사진=이호형 기자 leemario@sporbiz.co.kr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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