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년간 구조조정-밴더교체 없어

[한국스포츠경제 채준]

에스폴리텍의 성공은 경영자와 직원들이 합작으로 만들어낸 기적이다. 그런데 이들이 만들어낸 기적은 '필연'이다. 에스폴리텍의 성공에는 '가족'이라는, 피를 나눈 '혈맹'이라는 끈끈한 믿음이 있다.

에스폴리텍은 창업된 지 20년 된 기업이다. 짧다면 짧은 기간이지만 긴 시간이기도 하다. 20년간 에스폴리텍은 벤더(1차·2차 하청)들과 단 한번도 결별하지 않았다. 이익에 따라 벤더들을 쉽게 바꾸는 일반적인 기업과는 다르다. 이혁렬 대표의 모토 덕분이었다. 그는 "내가 이 사람들이 어려울 때 도와주면 나중에 이 사람들이 날 도와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이 도와 주었으니 내가 먹고 살 수 있는 것이다"고 밝혔다.

또 같은 기간 동안 단 한번의 구조조정도 없었다. 한 두 번 정도 위기가 있었지만 슬기롭게 해쳐 나왔다. 만약 구조조정을 했다면 직원은 물론 가족들도 함께 위기에 몰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에스폴리텍은 사람을 정리하는 대신 고통을 분담했다.

이대표는 "사람을 줄인다고 해서 회사에 큰 이익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정리하는 것은 경영에서 가장 쉬운 방법이지만 나중에 지울 수 없는 실책이 될 수 있다. 더 부가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현명하다"고 말했다.

에스폴리텍은 직원들과 교감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운영하고 있다. 직원 자녀들 중 초·중·고·대학생이 있으면 매년 책 두 권을 선물한다. 그리고 독후감을 받는다. 독후감은 외부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통해 시상자를 선정하고 연말에 시상식을 한다. 또 연말 가족이 참석하는 송년행사가 열린다. 이 송년행사에는 가족은 물론 친가·처가 부모님을 모두 모셔오도록 한다. 사원 장기자랑과 가족 장기자랑도 한다. 각 팀 별로 장기자랑 준비금도 지급 한다. 5월 어버이날에는 친가 처가 부모님에게 효도금을 준다. 직접 친가·처가 부모님들의 개인 계좌로 효도금을 집행한다. 창립 기념일에도 고가의 선물을 제대로 신경 써서 준다. 이대표가 독후감을 받는 이유는 학생들에게 스토리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부모님들에게 효도금을 전달하는 것은 자녀들이 좋은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올해부터는 새로운 이벤트를 만들었다. 입학 축하금과 출산 축하금이다. 이혁렬 대표는 "아직 우리회사가 커가는 단계라 대기업처럼 학자금을 줄 형편은 못한다. 더 열심히 해서 학자금을 줄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며 "직원과 내가 가족의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회사가 잘 돼야 한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말이 있다. 더 큰 회사로 키우겠다"고 말했다.

에스폴리텍에는 노조가 없다. 노조는 노동자들의 최후의 보루다. 하지만 에스폴리텍 직원들은 노조를 만들 생각도 없다. 에스폴리텍의 조직원들은 이미 가족이기 때문에 노조가 필요 없다고 믿는 것 같다.

 

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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