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D파워는 매년 신차품질조사(IQS)와 내구품질조사(VDS)를 발표해 브랜드별 품질 순위를 제시한다. 신차품질조사에는 신차 구매 후 90일이 지난 고객을 대상으로 한 233개 항목 조사가, 내구품질조사에는 3년 자동차를 사용한 고객이 체험한 불만 177개 항목을 점수화하는 과정이 이뤄진다. JD파워의 소비자 만족도 조사가 세계적인 권위를 갖는 이유는 이처럼 고객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완성차 메이커도 브랜드 인지도에 영향력이 막강한 JD파워의 품질 순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또 이러한 품질 위주의 평가는 무명 브랜드에게도 품질만 좋으면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3년 후의 품질을 측정하는 내구품질조사는 ‘뛰어난 품질보다 불량이 없는 균일한 품질’에 후한 점수를 준다. 그래서 훌륭한 기업은 좋은 제품보다 나쁜 제품을 만들지 않는 것에 더욱 노력한다. 리콜(불량품 회수)과 같은 제품 결함은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고객 불신과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기 때문이다.

우수한 제품을 만드는 나라로는 일본이 으뜸이다. 미국의 수학자 데밍(Deming)의 통계적 공정관리와 품질향상 교육을 받은 일본은 패전 후, 형편없던 품질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데밍의 4단계 행동절차(계획, 실행, 확인, 조치)는 품질을 경영시스템의 한 부분으로 인식시켰다. 그리고 품질문제는 경영자 책임이 전체의 85%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데밍의 철학을 충실히 이행한 결과 GM, 포드 등이 따라 할 정도로 탁월한 품질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그러나 2010년, 50㎞/h로 달리던 렉서스가 120㎞/h까지 급발진하면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고가 미국 TV에 공개됐다. 토요타 1,000만 대 리콜 사태의 서막이었다. 성장 위주의 경영이 빚어낸 참사는 도요타에 많은 교훈을 남겼다. 위기극복은 창업주 3세인 ‘토요다 아키오’의 리더십 발휘에서 나왔다. 6개월 만에 전량 리콜을 완료하며 신뢰를 회복하고, 외형 위주 경영에서 고객 중심 경영을 선언했다. 그리고 2년 후, 2012년부터 지금까지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우리나라를 세계 5위의 자동차 강국으로 올려놓은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1976년 에콰도르에 ‘포니’ 수출을 시작으로 40년의 짧은 역사에 연간 800만 대 넘게 세계시장에 내놓는 원동력은 품질이다. “품질은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정몽구 회장의 확고한 철학이 지금의 현대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철학은 JD파워의 신차품질조사(IQS)에서 인정을 받으면서 인지도를 높이고, 시장 점유율을 늘려나가는 결과를 낳았다.

일찍이 다산 정약용 선생은 “백 마디가 모두 신뢰할만하더라도 한 마디 거짓이 있다면 도깨비장난이다.”라고 했다. 그만큼 신뢰는 얻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욱 힘들다. 소중한 생명을 이동하는 자동차의 품질은 최고경영자의 철학 없이 고객의 신뢰를 얻기란 쉽지 않다. 어렵게 얻은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선 최고의 품질과 그것을 지켜내기 위한 신뢰경영이 있어야 한다.

● 김홍근은 호서대학교 교수(창업보육 센터장)이자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드림텍 대표이사다.

[한국스포츠경제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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