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임서아] “국민에게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로 불린다. 이 부회장이 이같이 공언한 만큼 앞으로 이뤄질 삼성 인사와 미래전략실의 조직 개편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사실상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했다./한국스포츠경제

■ 약 60년 가까이 명맥 유지한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

지난 6일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위한 ‘제1차 청문회’에 이재용 부회장이 증인으로 참석했다.

당시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들은 삼성이 정부로 하여금 국민연금을 동원해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하도록 했다고 본다. 삼성은 최순실씨 모녀에게 직접 송금하는 등 딜(거래)을 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비리 커넥션 의혹의 핵심인 미래전략실을 해체하라고 강력하게 말했다.

이에 이 부회장은 “선대 회장께서 만드신 것이고 회장께서도 유지해온 것이라 조심스럽다”며 만약 국민들에게 부정적 인식이 있다면 미래전략실을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지난 1959년 이병철 창업주 시절 회장 비서실에서 출발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그룹 구조조정본부(구조본), 2006년 전략기획실, 2010년 현재의 미래전략실로 명칭을 바꿔가며 60년 가까이 명맥을 유지해왔다.

미래전략실은 ▲전략팀 ▲기획팀 ▲인사지원팀 ▲법무팀 ▲커뮤니케이션팀 ▲경영진단팀 ▲금융일류화지원팀 등의 편제로 이뤄져 있다. 각 계열사에서 파견된 약 200~250명의 임원과 고참급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은 각 계열사에서 우수한 인사고과를 받은 ‘삼성맨’들만 모이는 조직이다. 파견된 인력은 약 5년 가량 근무한 이후 대부분 원래의 계열사로 복귀하는 형식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래전략실장은 최지성 부회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대외업무 등을 총괄하는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이 2인자로 꼽힌다. 재무를 담당하는 김종중 전략팀장(사장)은 사실상 삼성그룹의 인수합병(M&A)을 총괄하고 있으며 정현호 인사지원팀장(사장), 성열우 법무팀장(사장)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다.

■ 예상치 못한 미래전략실 해체 선언에 삼성 ‘당황’

이재용 부회장이 약속함에 따라 미래전략실 해체를 위한 기능 재편 작업에 곧 착수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축소해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 하부조직으로 흡수 통합하는 방식, 그룹 전반의 경영현안과 리스크 관리를 맡을 위원회 형태의 별도 조직으로 재편하는 방식 등이 다양하게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미래전략실의 해체가 계획됐었던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이번 이 부회장의 미래전략실 해체 발언을 놓고 예상하지 못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기 때문.

7일 열린 삼성 사장단 회의에 참석했던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 팀장(부사장)은 ‘미전실 해체가 예정됐던 것이냐’는 물음에 “아니다”라며 “나중에 구체적으로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룹의 총수가 미래전략실 해체를 선언한 만큼 이번 삼성그룹 사장·임원 인사도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인사는 매년 12월 초에 이뤄졌다. 하지만 ‘최순실 사태’로 인해 삼성 인사는 최소한 12월 중순 이후로 늦춰졌다.

또한 이번 미래전략실 해체를 계기로 삼성이 지주회사 전환에 한층 더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미 주주환원 정책 발표를 통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 검토를 공식화했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이 미래전략실의 대안이 될 것으로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 등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그룹 금융부문은 중간 금융지주가 될 삼성생명 아래로 모이는 등의 그룹 재편이 가속화하면 자연스럽게 미래전략실 기능이 지주회사 쪽으로 흡수될 것이다.

다만 재계 내부에서는 그룹의 장기비전과 전략과 함께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수립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조직을 한순간에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임서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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