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 Mr . 마켓 <83회> 글·김지훈

탐욕은 아름다운 것이 아니지만, 이드의 탐욕에는 우아함이 있었다.

이드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를 가장 비싼 값에 사들여, 가장 값이 낮을 때, 되팔았다.

자본주의 시각에서 본다면, 명백한 자살행위였지만, 아무런 타격도 받지 않았고, 오히려 만족스러워 보였다.

그는 유럽중앙은행의 창설 멤버였고 …. 권력과 재산은 무한하다.

소금이 영원히 나오는 마법 맷돌 …. 중앙은행 …. 그것을 소유한 …. 이드.

그가 손해 보는 투자방식은 ….

“균형을 맞추려는 거지. 이 세상에는 바보가 필요하거든.”

이드는 어두운 서재에서 희미하게 웃었다. 책상에는 불가타 성경이 놓여 있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든 벽에 책장이 세워져 있고 …. 책장에는 벽돌처럼 두꺼운 책들이 정리되어 있다.

“어둡군요. 이곳은 …. 책으로 둘러싸인 무덤 같군요.”

“무덤을 연상하다니 …. 자네도 많이 늙었군. 영생을 받으면 알게 되겠지만 …. 눈이 밝아진다네. 하지만 …. 손님을 불편하게 할 순 없지.”

서재는 밝아졌다. 그가 되찾은 젊음과 건강은 너무나 당당하고 아름다웠다. 짝짓기에 나선 청개구리처럼 …. 윤기가 흘러넘쳤다.

“유럽은 늙었어. 많은 사람이 희망을 잃고, 서로 미워하며, 추악하게 늙어갈 뿐이야. 우리는 그들에게 살아갈 이유를 말해줘야 하지.”

그는 말을 잠시 멈췄는데, 나의 반응을 살폈다.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명이야말로 진정한 권력이지. 그중에서도 젊음은 가장 완벽한 권력이지만 …. 다듬지 않으면 아주 위험하지. 세상은 젊음을 길들이며 발전해왔어. 그들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가르쳐주며, 이끌어왔지만 …. 요즘 젊은이들은 세상에 대한 존경심이 없어. 나약하고 비겁해. 아무것도 하려 하지 않아. 이대로 간다면 …. 유럽은 힘을 잃고, 제3국가로 추락하게 될 거야.”

내 생각은 이드와 조금 달랐지만, 이드의 본심을 알려면, 조용히 기다려야 했다.

“사람에겐 삶의 목표가 필요해. 모두가 탐낼 만한 무엇을 보여줘야 하지.”

“뭘 도와드릴까요?”

“이곳에는 세상에서 가장 큰 입자 가속기가 있지. 세계에서 가장 큰 영생의학 센터를 건립하고 싶네.”

“미국과 중국도 같은 제안을 했습니다.”

“그들의 제안은 관심 없어. 자네의 대답을 듣고 싶어.”

“ …. 영생 심리 분석 보고서를 보셨나요?”

“그따위가 걸림돌이 될 수 있나? 자네에게 중앙은행 그림자 멤버 자격을 주겠네.”

나는 나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중앙은행 그림자 멤버는 …. 말 그대로 원하는 만큼 돈을 뽑아 쓸 수 있는 특권이다. 유럽 경제와 정치는 복잡해 보이지만, 먹이사슬을 거슬러 올라가면, 가장 위에는 그림자 멤버들이 있다.

“영생은 값비싼 기술입니다. 영생자 한 명이 일 년 동안 사용하는 자원과 에너지는 …. 천 명이 일 년 동안 사용량과 같습니다.”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게 아닌가?”

이드는 이를 드러내며, 밝게 웃었다. 과거 그에게서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저 표정이 진심이라면 …. 지금 그의 탐욕은 위험하다.

물질이 생명으로 진화하는 과정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이론은 없었다.

판타지늄의 생체 효과를 연구하던 유진은 …. 판타지늄 간섭으로 물질이 생명으로 진화했다는 것을 아주 간단하게 증명했다. 아세톤 따위의 화학 약품에 미량의 판타지늄을 섞어서, 생명체가 발현되는 것을 보인 것이다 …. 21세기에 재현된 오파린 실험.

이로써 판타지늄은 다섯 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만들어냈다.

판타지늄은 기본적으로 플라스마 상태에서 급작스러운 온도변화와 특수한 상황에서 발현되는 반딧불 같은 금속이다.

종류도 여러 가지이고, 그 작동 방식은 다양하다.

안정된 판타지늄은 세포 노화를 예방하는 정도가 아니라, 세포 자체를 새롭게 한다.

세포의 칼슘 채널을 조절해서, 잃어버린 데이터 …. 뇌세포의 정보량까지 복원해낸다.

이집트와 중세에서 연금술사들이 그토록 찾아 헤맸던, 생명의 돌 …. 판타지늄.

그러나 판타지늄의 반감기는 매우 짧다.

“생명은 판타지늄의 빈자리를 메우는 방식을 개량하면서, 진화한 거죠.”

유진은 노벨상 수상 소감을 말하며, 짤막하게 자신의 이론을 설명했다.

한국스포츠경제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