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서연] “뒤숭숭합니다. (희망퇴직을 받는다는) 문서가 뜬지 얼마 안됐어요. 대리까지 희망퇴직 대상이 되니…직원들 사이에서는 앞으로도 꾸준히 인력감축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요. 희망퇴직으로 나가면 많이 준다는 인식이 있어서 나간다는 분도 있지만 제 주위는 보통 임금피크제 때문에 지점장을 하셨던 분들이 고민을 많이 하시는 것 같아요.” (KB국민은행 A은행원)

올해 겨울에도 어김없이 금융권에 ‘감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몇 년째 연말·연초에는 은행권과 보험업계를 중심으로 희망퇴직·명예퇴직 바람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입사 10년차 이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 퇴직을 실시한다. 이는 전체 은행원(9월 말 기준 2만540명)의 3분의 2에 달하는 규모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7월에 이어 두 번째 희망퇴직을 노조에 제안한 국민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에 만 55세 이상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 외에 만 45세 이상 일반 직원도 대상에 포함시켰다. 지난해에는 영업점 업무 혼선 우려로 일반 직원은 만 45세 이상으로 신청 자격을 제한했었다. 올해는 희망퇴직 대상을 크게 확대해 부·점장급과 부지점장·팀장급뿐만 아니라 2007년 이전 입행한 과·차장, 계장·대리급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거나 내년부터 새로 적용받는 직원은 퇴직금과 위로금을 합쳐 최대 27개월치, 일반 직원은 최대 36개월치 급여를 지급받는다. 이는 지난해 희망퇴직 때보다 3~6개월치 급여를 더 얹어주는 조건이고, 희망퇴직 신청자는 자녀 학자금 지원금과 재취업 지원금(최대 2,400만원)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지난 2010년 3,244명이 희망 퇴직한 이후 6년 만에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이번 국민은행의 희망퇴직이 윤종규 회장의 임기를 1년 남겨둔 상황에서 희망퇴직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리기에 본격 돌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은행은 그동안 경쟁 은행들보다 영업점과 직원 수가 많아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런 인력 구조조정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신한은행도 내년 초 임금 피크제 대상이 되는 은행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한다. 내년 3월에는 우리은행이 통상적인 희망퇴직을 시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NH농협금융과 농협은행이 농협금융지주 차원에서 1960년생 임금피크제 대상자와 4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명예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지난해 대규모 희망퇴직을 시행한 SC제일은행도 올 연말에 약 200명을 대상으로 추가 희망퇴직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렇게 은행권이 인력감축에 나서는 이유는 ‘인력 효율성’이 가장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핀테크(금융+기술)의 확산, 내년 초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 등으로 조직이 비대해서는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은행권의 호실적은 은행 입장에서 오히려 희망퇴직을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계기가 된다. 수익성이 좋아지면 수천억대의 퇴직금 부담을 감수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올 3분기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벌어들인 당기순이익은 2조1,000억원 규모로, 전년 동기대비 무려 1조1,000억원이나 급증했다. 그러나 이는 수익증가보다 최근 줄어든 대손비용이 순익 증가에 큰 영향을 미쳐 ‘일회성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은행권에서 1,450여명의 직원이 줄어들었고, 연말 추가 희망퇴직이 끝나고 나면 감축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상반기 금융감독원 집계에 따르면 은행권 직원 수는 13만2,170명으로 2008년말(13만990명) 이후 약 10년 만에 가장 적은 수준까지 내려갔다.

보험업계에서도 여름부터 재개된 인력 감축이 연말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AIA생명이 지난 2011년에 이어 5년 만에 희망퇴직 절차에 들어갔고, 농협금융지주 계열사인 농협생명과 농협손해보험도 지난달 명예퇴직 신청을 받았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월에 이어 10월 이례적으로 1년간 두 차례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바 있다. 은행권과 마찬가지로 보험업계에서도 앞으로 상시적인 인력 구조조정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김서연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