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재웅] 산업계 최고 화두인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사업. 최근 IT 업계가 잇따라 도전장을 내밀면서 자동차-IT 업계간 격전지로 떠올랐다. 특히 내년초 전장업체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IT 업체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각각 출품을 예고하면서 본격적인 이종간 경쟁이 펼쳐진다.

 

▲ 현대자동차는 지난 여름 아이오닉 미디어 시승회 당시 자율주차 기능을 선보이면서 조만간 자율주행 기술도 소개하겠다고 약속했었다. 6개월만에 약속을 지킨 셈이다. 김재웅기자 jukoas@sporbiz.co.kr

◆ ‘라스베이거스 모터쇼’ 된 CES, 이번 주인공은 전장기업

CES에 완성차 업체들이 뛰어든 것은 비단 올해뿐이 아니다. BMW가 리모트 키를 이용한 자율 주차를 선보였던 것도 2015년 CES였다. 지난 1월 CES에서도 쉐보레 볼트 EV를 비롯해 폭스바겐과 패러데이 퓨처의 전기차 콘셉트가 전시됐다. CES를 ‘라스베이거스 모터쇼’로 부르자는 농담이 나올 정도다.

이번에도 비슷한 모습이 예상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바로 전장 업체들이다. 지난 CES 까지는 완성차 업체를 중심으로 미래 자동차의 대략적인 모습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면, 이번에는 전장업체들을 중심으로 하는 구체적인 미래 기술들이 직접 시연될 예정이다.

가장 기대가 높은 분야는 바로 자율주행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많은 전문가들로부터 CES 2017 핵심 키워드로도 언급되고 있기도 하다. 완성차 업체도 그렇지만 특히 전장 업계에서는 친환경차와 함께 전력을 다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분야다.

▲ 지난 CES에서는 시뮬레이션으로만 진행됐던 현대모비스의 자율주행 기술. 이번에는 이 기술이 상당수 반영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이 직접 라스베이거스 시내를 달릴 예정이다. 현대모비스 제공

현재까지는 현대자동차가 시연할 자율 주행 기술 시연 일정이 가장 구체적이다. 현대자동차는 15일 CES 2017에서 자율주행차로 라스베이거스 시내 주행 시연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는 이미 지난 CES에서 현대모비스가 공개했던 자율주행 기술이 상당수 반영된 것이다. 현대모비스는 당시 5G 통신망을 이용해 빠른 길을 검색하고 다양한 외부 통신 기기를 이용해 알아서 주행하는 자율주행을 선보인 바 있다. 이번 CES에는 이 기술이 중심이 된 현대차 아이오닉으로 시연이 진행된다.

아직 공개된 것은 아니지만 콘티넨탈도 이런 기술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인 전장기업인 콘티넨탈은 최근 들어 전장사업부 인력, 연구 시설 등 규모를 늘리고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등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콘티넨탈은 차량 액세스 분야에서도 앞선 기술력을 증명하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콘티넨탈 코리아는 14일 미디어 행사를 통해 1994년 세계 최초로 자동차 키에 이모빌라이저를 도입한 콘티넨탈이 미래에도 ‘스마트 액세스’ 분야에서 앞서가겠다는 포부를 밝힌바 있다.

콘티넨탈 관계자는 “콘티넨탈도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분야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같다”며 “하지만 스마트 액세스는 콘티넨탈이 확실히 앞서있다고 자신한다”고 말했다.

 

◆ IT 업계는 모터쇼로

▲ 엔비디아는 이미 지속적으로 자사의 자율주행 기술 시연 영상을 대중에 선보여왔다. 유튜브 엔비디아 채널 캡처

CES에서 자율주행을 선보일 기업 중에는 PC 하드웨어 업체인 엔비디아도 있어 눈길을 끈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PC 그래픽 카드로 친숙한 엔비디아는 앞서 첨단 GPU(그래픽 처리 장치)기술을 테슬라를 비롯한 자율주행차에 공급하며 전장 사업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이번 CES에서 엔비디아는 단순히 자율주행차의 일부 기술이 아니라, 자사가 개발한 완전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일 예정이다. CES 공식 행사에 앞서 진행되는 미디어 데이에서는 직접 시승까지 제공한다. 시판된 완성차가 아니라 자사가 개발한 새로운 모델을 선보일 가능성도 있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CES뿐이 아니다. IT업계는 CES와 비슷한 시기, 비슷한 장소에서 열리는 디트로이트 모터쇼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자동차, 전장 업계와 제대로 한 판 붙어보겠다는 계획을 나타냈다.

가장 주목받는 곳은 단연 삼성이다. 올 하반기 전장 업계에서 가장 화제를 모았던 사건은 역시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한 일이었다.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는 삼성전자와 하만이 모여 어떤 시너지를 낼 지 예측해볼 수 있는 첫 무대가 될 수 있다.

다만 변수는 있다. 삼성전자는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공식적으로는 부스를 차리지 않는다. 하만 인수 작업까지 6개월여가 남아서 아직은 한 회사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삼성전자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재용 부회장도 모터쇼에 불참할 예정이어서 아직은 본격적인 전장사업에서의 삼성전자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하만 부스는 개설되는 만큼, 여기에서 삼성전자의 흔적을 볼 수 있지 않을지에 대해 업계 관심이 쏠린다.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삼성전자가 하만과 이런 논의를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가 돌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와 하만의 컬래버레이션 가능성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인수 작업이 끝나지는 않은 만큼 이번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다만 전장사업은 삼성전자의 신성장 동력이며, 모바일 기반을 활용한 커넥티드카 개발에 중심을 두고있다”고 소개했다.

LG그룹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 참가해 전장사업에서의 입지를 다진다. 전자와 화학, 이노텍뿐 아니라 디스플레이, 하우시스까지 총출동한다.

이미 오랜 기간 전장 분야에서 활약한 LG그룹인 만큼 분야도 다양하다. 이미 전기차 배터리로 유명한 LG 화학은 더 많은 거래처를 만나는 노력을 기울일 예정이다. LG이노텍도 차량통신과 차량용 카메라 등 첨단 자동차 부품 홍보에 나선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면서 체면을 구긴 LG전자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제품을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할 계획이다. LG 디스플레이는 전장사업에서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LG 하우시스도 인테리어 원단 소재와 경량화 복합소재 등을 소개하기로 했다.

김재웅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