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주인공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배우 박민지는 ‘다시 시작해’로 드라마 첫 주연을 맡았을 때만 해도 각오가 남달랐다. 의욕만 앞서 눈물을 흘릴 때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서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며 격려해줘 큰 힘이 됐다. 지나고 보니 다 약이 되고 살이 되더란다. “벌써부터 주인공 하고 싶지 않았다”고 투정도 부렸지만 지금은 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크다고 했다.

-올해 열 일했다.

“많이 바빠 보인 것도 있다. 지난해 찍은 영화 ‘계춘할망’이 올해 개봉했다. ‘치즈 인더 트랩’(치인트)은 사전제작이었는데 올해로 넘어와서 방송이 됐다. 다양하게 활동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올 한해는 ‘다시 시작해’에만 몰두했다.”

-첫 주연을 맡아 각오가 남다르다고 했다.

“부담감이 많았다. 주인공은 생각했던 것보다 할 일이 많고 책임감이 막중하더라. 촬영 초반에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의욕이 앞서서 울기도 했다. 좋은 선배, 동료들을 만나서 잘 마무리했다. 감독님이 잘 이끌어줬다.”

-시청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나.

“초반에 기대보다는 반응이 약했다. 시청률은 마지막에 점점 올라서 웃으면서 끝났다. 내가 타이틀 롤이 돼 이끌어 가야 하는 압박감이 있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모자란 점이 많았다.”

-나영자 캐릭터와 잘 맞았나.

“닮은 면이 있었다. 영자는 씩씩하고 건강하다. 난관을 만났을 때 잘 털어내고 이겨내는 부분이 닮았다. 영자는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고 지혜로워 본받으려고 했다.”

-영자는 본인 삶을 개척하는 캐릭터였다.

“다들 신데렐라, 캔디 이야기라고 하는데 영자의 성장물이라고 생각했다. 영자가 성숙해지고 단단해지는 과정을 그리지 않았냐. 촬영하면서 나도 함께 자란 것 같다. 주인공은 단순히 분량만 늘어난 게 아니었다. 다른 사람의 기회에 부응해야 하고 다른 캐릭터들도 신경을 써야 했다. 스텝, 배우들도 챙겨야 했다. 많이 배웠다.”

-감독님이 캐스팅 한 이유는 뭘까.

“나라는 인간 자체의 매력 때문 아닐까(웃음)? 내가 가지고 있는 씩씩하고 긍정적인 이미지가 좋다고 했다. 미팅 때 내가 살아온 이야기를 들려줬다. 꿋꿋하고 씩씩하게 살아온 나의 삶의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팀워크가 좋다고 소문났다.

“주인공 네 명이 정말 친했다. 자연스럽게 팀워크로 나온 것 같다. 넷이서 촬영 끝나고 회식도 많이 했다. (박)선호는 막내여서 우리가 되게 귀여워했다. 동료들을 잘 만난 것 같다. 이런 복이 또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선생님들은 모자란 부분이 있으면 따뜻하게 격려 해줬다.”

-김정훈은 전형적인 AB형 남자라고 했는데.

“초반에는 오빠를 몰라서 신비롭게 봤다. 이제 어떤 타입인지 정확하게 알았다. 오빠는 그냥 남자다. 외모가 서글서글하게 생겼는데 보기보다 시원시원하고 재미있다. 반전 매력이 있다고 할까.”

-미니시리즈와 일일극 차이는 없었나.

“‘치인트’는 사전 제작돼서 영화 찍는 기분이었다. 일일극은 빨리 찍어서 현장감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주인공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호흡 자체가 길었다. 그만큼 각별해지고 배우들끼리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단순히 일 하러 나오는 기분 이상이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분량이 많아서 고생했겠다.

“분량이 많으면 준비할 시간이 더 필요할 거라고만 생각했다. 주인공은 분량만 느는 게 아니었다. 힘들어 할 때마다 주변에서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는 말을 많이 해줬다. 이 말을 항상 마음에 품고 힘을 냈다.”

-‘치인트’는 기회라고 했다. ‘다시 시작해’는 어떤가.

“여러모로 나를 많이 키워준 작품이다. 현장에서 태도와 책임감을 많이 배웠다. 긴 호흡의 드라마를 하면서 지구력도 생겼다. 무궁무진한 발전을 한 건 아니지만 전에 비해 생각이 넓어졌다.”

-주인공 다시는 안하고 싶나.

“지금은 ‘나 이제 (주인공) 안 해’라는 마음은 없다. 처음에는 ‘나 벌써 주인공 하고 싶지 않았어. 돌아갈래’라는 마음이 들었다. ‘치인트’ 끝나고 적당히 좋은 역할 하면서 나를 키우고 싶었는데 약간 급 코스를 밟아 벅찼다. 돌이켜보면 잘한 선택이었다. 다음 작품을 할 때 뭘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하는지 생각하게 해 준 작품이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은 욕심은 없나.

“욕심을 내기에는 아직 겁이 나고 무섭다. 열심히 하다 보면 점점 쌓이지 않을까 싶다. 일일드라마 주연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인지도를 높일 수 있겠지?’라며 반응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는데 중반 넘어가면서 알아보는 분들이 많이 생겼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120부작을 무사히 마쳤다. 이제 뭐할 계획인지.

“당분간은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스케줄 짜인 것 없이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싶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썼다. 이후에 ‘다시 시작해’ 1회부터 다시 볼 생각이다.”

사진=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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