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최지윤] 악녀가 이렇게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쇼핑왕 루이’ 백마리는 금수저로 태어난 철부지 공주병 캐릭터다. 똑똑한 척은 혼자 다 하는데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남자들한테 매번 차였을 뿐만 아니라 시골뜨기 촌닭 고복실(남지현)에게마저 밀렸다. 시청자들은 이런 마리의 허당 매력에 푹 빠졌다. 더불어 임세미는 오대환과 ‘더럽’(The Love) 커플로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임세미에게 귀여운 악녀 마리의 모습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인터뷰 내내 너무 진지했다. 
 
-첫 악역 도전이었다.
“신경이 많이 쓰였다.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랑 상반돼서 ‘잘 어울릴까’ 걱정했다. 혹여 나를 아는 대중들이 이질감을 느끼지 않을까 고민도 됐다. 촬영을 하면서 부담감은 점점 사라졌다.”
 
-악녀인데 사랑스러웠다.
“처음에 마리 역할을 맡았을 때 욕먹을 각오하고 시작했다. 마리가 이렇게 사랑스럽게 변할 줄은 몰랐다. 철없는 캐릭터였는데 많이 사랑해줘 감사하다. 작가님 인터뷰를 봤는데 제 실제 성격을 반영해서 마리 캐릭터를 귀여운 악녀로 바꿨다고 하더라. 좋게 봐준 것 같다. 이 드라마는 ‘도대체 악역이 누구냐’는 댓글을 봤다. 그만큼 모든 배역이 사랑스러웠다.”
 
-마리 역할 맡았을 때 든 생각은.
“처음에 마리 캐릭터 설정을 보고 ‘뭐 이렇게 완벽해?’라고 생각했다. 보면 볼수록 귀엽고 허당기가 있더라. 야망 있는 캐릭터인데 모자란 부분도 많았다. 나도 마리처럼 되게 덜렁댄다.”
 
-촬영하면서 야외활동 금지령을 받았다고.
“마리는 부잣집 딸이라서 곱게 자란 느낌이지 않냐. 자전거 타다가 다칠까 봐 감독님이 걱정하더라. 전작 ‘제왕의 딸 수백향’ 때부터 자전거에 빠졌다. 당시는 사극이라서 피부가 까매지는 것 빼고는 문제가 없었다. 워낙 근육이 잘 생기고 탄력이 강해서 ‘운동 선수냐’는 말도 많이 들었다.”
 
-몸매 비결은 자전거냐.
“야외활동을 좋아하고 유산소 운동을 즐겨 한다. ‘쇼핑왕 루이’ 찍기 전에는 연관 검색어가 자전거가 있었다(웃음).”
 
-서인국, 윤상현, 오대환 등 세 남자와 호흡을 맞췄다.
“모두 훌륭했다. 누구를 1등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다들 재미있고 위트가 넘쳤다.”
 
-마지막회에서 차중원에게 마음을 드러냈는데.
“반전이었다. 14부까지 모든 배우들이 마리가 인성과 연결될 줄 알았다. 마리는 사랑만 받으면서 자란 친구이지 않냐. 아름답게 마무리된 것 같다.”
 
-짝사랑 전문 배우로 유명하더라.
“유독 짝사랑을 많이 했다. ‘투윅스’에서 이준기씨를 짝사랑했고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김강우씨를 사랑하다가 실종됐다. 항상 누군가를 격하게 사랑하면 큰일이 나더라(웃음). 앞으로는 사랑 받을 일이 많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현실에서는 짝사랑을 안 해봤다. 성격이 좀 소심해서 적극적으로 연애를 해본 적이 없다.”

-차중원이냐 조인성이냐.
“차중원은 츤데레 같은 매력이 있다. 극중 회식에서 ‘내가 낼 거야’라며 카드 던지고 가지 않았냐. 까칠하지만 여자들을 설레게 하는 매력이 있다. 조인성은 여자가 창피한 모습을 보였는데도 배려해줬다. 차중원과 조인성을 섞은 캐릭터가 이상형이다.”
 
-조인성은 백마리의 미모에 반해 어쩔 줄 몰랐다.
“마리는 만화에서 막 튀어 나온 캐럭터 같다. 난 실제로 그런 적이 한 번도 없다. 일단 마리처럼 사랑스럽지 않다. 패셔니스타처럼 옷을 잘 입지도 않는다.”
 
-금수저 역할을 맡아 비싼 옷 많이 입었겠다.
“모스키노 등 명품을 많이 입었다. 스타일리스타가 비싼 옷이라고 주의 해달라고 하더라. 마리의 패션 중에서는 치마형 트렌치코트가 예뻤다. 요즘 유행하는 벨벳 소재여서 더 돋보였다. 부잣집 딸이니까 특이하면서도 강렬한 스타일의 옷을 많이 입었다.”
 
-조인성이 차 안에서 대변을 참지 못하는 장면은 폭소를 유발했다. 오대환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연기했다는데.
“맙소사. 진짜 싫다. 당시 너무 웃겨서 NG를 많이 냈다. 해가 지기 전까지 찍었다. 국도에서 왔다 갔다 하느라 여러 번 반복해서 찍어야 했다. 정말 웃음을 참느라 힘들었다.”
 
-마리가 방귀를 참지 못하고 실수하는 장면도 있었다.
“좌절했다. 여자로서 ‘내 인생은 망했구나’ 생각했다. 예상 외로 시청자들이 사랑스럽게 봐줬다. 실제로 이런 일이 생기면 너무 당황해서 밤잠도 못 이룰 것 같다. 이 신 찍을 때 되게 부끄럽고 숨고 싶었다. 너무 리얼하게 표현하니까 ‘너 진짜 방귀 꼈지?’라고 하더라. 보조출연자들도 진짜 방귀 냄새 나는 것처럼 실감나게 연기해줬다.”
 
-시청률 꼴찌를 하다가 1위로 올라섰다.
“시청자들이 같이 만들어줬다. 정말 행복했고 더 열심히 하는 원동력이 됐다. 대중들이 많이 지쳐있었던 것 아닐까 생각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촬영장 분위기는 좋았다. 시청률 1위 했을 때는 축제 분위기였다. 몇 분 동안 환호성이 흘렀다. 계속 꼴찌하기도 했고 매번 밤새고 촬영해서 더 보람 있었다.”
 
-벌써 데뷔 10년 차다.
“빨리 주목 받고 싶거나 초조해하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데 보조출연을 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 때 불안했고 고민을 많이 했다. ‘어떻게 하면 가슴을 울리는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왜 나는 안 될까’라는 고민이라기보다 좋은 연기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캔디vs악역 연기 중 잘 맞는 건.
“처음엔 캔디 역할이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변에서 마리을 연기했을 때‘대박’이라고 하더라. 나다워 보인다고 했다. 마리보다 밝고 톡톡 튀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나에겐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 다중이다(웃음).”
 
-악렬한 악녀 연기 도전하고 싶지 않나.
“마리와는 또 다른 악녀 연기를 하고 싶다. 어떤 역할이라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설레는 것 같다. 인연이 있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작품을 하던 연인처럼 열렬히 사랑하고 싶다.”

사진=이호형기자 leemario@sporbiz.co.kr

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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