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 F&F, 한섬 제공 

 

[한스경제=고예인 기자] 국내 패션업계의 매출 1조 클럽 서열이 급변하고 있다. 패션대기업들의 위상이 떨어지고 휠라. 한섬, F&F가 패션계 신흥 명가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공격적인 인수합병(M&A), 확실한 브랜드 정체성 등으로 MZ세대를 중심으로 국내 패션계를 장악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빈폴, 갤럭시, 로가디스 등 자체 브랜드 중심으로 국내 최고의 전성기를 누려온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매출 1조클럽 1호로 가입하기도 했다. 2010년 제일모직의 매출이 1조3912억원에 달했으며 당시 유명 브랜드를 수입 및 사업 포트폴리오 강화 등으로 삼성물산패션부문은 국내 최고의 패션명가로 올라섰다. 그러나 영광도 잠시 지난해 삼성물산 패션부문 매출은 1조5455억원으로 2011년(1조6189억원) 10년 전과 비교해볼 때 오히려 지지부진한 움직임으로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다. 
 
다른 대형 패션업체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코오롱FnC는 토종 아웃도어 시장을 개척해 2011년 1조 클럽에 가입했으나 수년간 실적 침체 터널에 머무르고 있다. 아웃도어 시장이 한풀 꺾이면서 수익성에 막대한 타격을 입은 데다 MZ세대를 사로잡을 만한 모멘텀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코오롱FnC의 지난해 매출은 8680억원, 영업손실은 107억원이다. 
 
LF는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LF의 지난해 매출은 1조6105억원으로 LF 10년 전 매출 1조4393억원 대비 여전히 1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업계에서는 LF가 발 빠른 사업 다각화로 라이프 스타일 사업 확장을 지속해왔다는 점에서 성장 정체 상황을 모면할 수 있었다는 의견이다. 
 
반면 MLB, 디스커버리 브랜드 발굴로 급성장한 기업도 있다. 패션기업 F&F는 2010년 2071억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8376억원으로 네 배가량 늘었으며 올해 3분기는 3289억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957억원을 기록하며 매출 1조 클럽 가입을 예약해둔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100만원이 넘는 목표주가를 연이어 내놓으면서 황제주 탄생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아지고 있다. F&F는 MLB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면서 중국 사업의 고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실적 전망은 밝다. 4분기 중국 전력난으로 인한 일시적 매장 셧다운 등의 악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4분기는 전통적인 성수기인 만큼 사상 최대 실적이 기대된다. 특히 아웃도어 브랜드인 디스커버리의 실적 기여도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섬은 지난 10년 새 세 배 가까이 덩치를 키우며 오는 2030년까지 ‘매출 2조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내비치며 성장 페달을 밟고 있다. 한섬은 2010년 4474억원에 머물렀으나 지난해에는 1조 1959억원을 달성하며 올해 사상 최고 실적이 예상된다. 한섬은 코로나19 시대에 적극 맞서면서 온라인 사업부를 강화하고 브랜드 별 고급화를 꾀하면서 미래성장동력을 꾸준히 키워왔다. 또한 라이브방송에 이어 웹콘텐츠 제작까지 직접 뛰어들면서 MZ세대를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 밖에도 타이틀리스트 어패럴로 급성장한 휠라 역시 올해 매출이 4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외형으로는 국내 패션업계 1위나 다름없다.
 
이처럼 기존의 대형 패션업체들의 실적이 저조해지고 신흥 브랜드들이 뜨는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전문가들은 국내 대형 패션기업들이 자체 브랜드력을 믿고 수년 간 노력을 하지 않은데에 대한 결과라고 말한다. 10년 전만 해도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았던 국내 대형패션기업들의 자체브랜드가 신흥 해외 브랜드에 점차 밀리면서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이에 국내 패션업체들은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해외 브랜드 발굴에 총력을 쏟고 있다. 업체들은 해외에서 알려진 브랜드를 선점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패션 계열사 한섬은 처음으로 외부 인사인 박철규 전 삼성물산 패션부문 부문장을 해외패션부문 사장으로 영입하면서 해외 브랜드 발굴에 적극 뛰어들었다. 박 사장은 삼성물산 패션부문 재직시절 해외 브랜드인 톰브라운, 꼼데가르송, 아미, 르메르, 메종키츠네 등을 수입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한 인물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그동안 꾸준히 해외 패션사업의 규모를 키워왔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국내 판권을 확보한 해외 패션 브랜드는 셀린, 마르니, 메종 마르지엘라, 아크네 스튜디오 등 약 40개에 이른다. 올해는 질샌더와 릭오웬스의 사업권을 가져왔다. 또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사 온라인 몰 에스아이빌리지를 통합 고급 온라인 패션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코로나19에도 흔들림없는 모습을 보였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역시 톰브라운, 아미, 메종키츠네, 르메르 등의 매출이 100% 이상 신장하면서 해외 브랜드 확장에 더욱 주력하는 모습이며, LF는 O2O가동, 온라인 브랜드 육성과 미디어커머스 구축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고 움직이고 있다. 더불어 골프웨어~캐주얼 등 MZ 세대들이 새롭게 열광하는 장르에서 온라인 브랜드를 새롭게 론칭해 육성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국내 패션대기업들이 카테고리를 확장하고 해외 브랜드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고액 연봉을 주고서라도 M&A인력을 서로 영입하려한다”고 말했다. 고예인 기자 yi4111@sporbiz.co.kr 
 

 

고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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