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경기 출전한 선수에 신인왕 1위표 던져 눈살
사태 인지하고도 침묵한 KBO도 문제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결과에는 이견이 없었으나 올해도 역시나 기이한 투표가 이어졌다. 매년 반복되는 이 사태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29일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시상식에서 두산 베어스의 외국인 투수 아리엘 미란다(32·쿠바), KIA 타이거즈의 이의리(19)가 각각 최우수선수(MVP)와 신인상을 수상했다. 두 선수는 모두 수상 자격이 충분한 선수였지만, 투표에 참가한 115명의 선택을 받진 못했다.
MVP와 신인상 투표는 현장을 취재하는 한국야구기자회 소속 언론사 기자들과 각 구단 연고의 지방언론사 기자들에게 주어진다. 문제는 이해 가능한 투표를 하지 않은 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먼저 MVP를 수상한 미란다에게 1~5위 표까지 한 표도 주지 않은 기자가 19명이나 된다. 분명 생각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2관왕(탈삼진, 평균자책점) 수상에 리그 최초 대기록까지 작성한 선수에게 표를 주지 않는 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이의리와 최준용(20·롯데 자이언츠)은 올해 신인왕의 유력한 후보였다. 제3의 후보가 나오더라도 두 선수가 1~3위 표 중 한 장이라도 가져가는 게 정상적으로 비쳤다. 하지만 이의리는 득표수 99로 한 장도 주지 않은 이들이 16명에 달했다. 오히려 총 득표는 최준용이 100으로 더 많았다. 최준용에게 1장도 주지 않은 기자도 15명이나 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사태의 심각성은 더 크다. 미란다를 포함해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 강백호(22·KT 위즈), 오승환(39·삼성 라이온즈), 최정(34·SSG 랜더스) 등 올 시즌 눈에 띄는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상위권에 포진했다. 그러나 ‘표를 받아도 되나’라는 의구심이 드는 선수도 나오고 말았다.
올 시즌 도중 퇴출설이 제기되며 내년 시즌 재계약이 희박해진 KIA의 외국인 타자 프레스턴 터커(31·미국)가 2위 표 1장을 받았다. 또 김태훈(31·SSG), 하주석(27·한화 이글스), 이용찬(32·NC 다이노스) 등이 MVP 1위 표를 받았다. 모두 노력한 건 맞지만 MVP 후보로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신인상 투표 역시 마찬가지다. 김건우(19·SSG), 김주원(19), 최정원(21·이상 NC), 권휘(21·두산), 구준범(26·삼성)가 1위 표를 얻었다. 투수 구준범은 단 한 경기밖에 소화하지 않았다. 지난 6월 2일 인천 SSG전(8-7 승)에 선발 등판해 2이닝 2피안타(2피홈런) 1탈삼진 3볼넷 5실점을 한 것이 전부다. 평균자책점이 무려 22.50에 달한다.
슬프게도 MVP와 신인왕 투표에 대한 논쟁은 매년 이어졌다. 올해 역시 다르지 않다. 선수들에게는 가장 가치 있는 자리가 돼야 하는데, 투표권을 가진 이들이 스스로 시상식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있다.
투표권을 부여하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역시 책임을 피해 가기 어렵다. 매번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음에도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투표인단을 축소하거나 인원수 조정이 어렵다면 실명제를 도입하는 등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한 해 동안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을 위한 시상식이 더 이상 논란으로 얼룩지지 않기를 바란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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