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의 이름은.'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꿈에서 다른 사람과 서로 몸이 뒤바뀐다면 어떤 기분일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당황스럽고 놀랄 것이다. 그런데, 그 시간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어쩌면, 그 사람의 삶을 조금 더 살만하게 하기 위해, 서로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까. ‘너의 이름은.’은 이러한 과정을 기적 그 이상의 판타지로 풀어낸다.

‘너의 이름은.’은 꿈 속에서 몸이 뒤바뀐 도시 소년 타키(카미키 류노스케)와 시골 소녀 미츠하(카미시라이시 모네), 만난 적 없는 두 사람이 만들어가는 기적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담았다. 일본 홍콩 태국 대만 중국 관객들을 사로잡으며 일찌감치 흥행에 성공한 영화다.

아시아를 사로잡은 영화답게 ‘너의 이름은.’은 메시지를 풀어놓는 과정이 탄력적이다. 산골짜기 시골마을 여고생인 미츠하는 늘 도쿄에서 살기를 원했고, 소원이 이뤄진다. 오로지 꿈 속에서 이뤄진 그 소원은 자신이 아닌 타키와 몸이 뒤바뀐다는 전제조건 하에 이뤄진다. 서로 공통점이라고는 찾을 수 없는 두 사람은 각자의 몸에 들어 서로의 인생을 알아가고, 삶을 뒤바뀌어 놓는 기적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동안 남녀의 몸이 뒤바뀐다는 설정은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었다. ‘시크릿 가든’의 하지원과 현빈, 개봉을 앞둔 ‘사랑하기 때문에’ 등만 봐도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의 이름은.’이 신선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세 가지다. 첫 번째가 현실이 아닌 혜성으로 인해 확장된 세계관, 일본 신앙적 문화의 바탕, 풋풋한 10대 청춘의 사랑 등이 그렇다. 그 중 가장 큰 감동은 시간을 되돌려 죽거나 사라진 것을 되돌리려는 타키와 미츠하의 고군분투다.

마냥 어리고 때묻지 않은 이들이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쓰는 과정은 보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원인 모를 눈물을 흘리는 두 사람처럼, 어느 새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그동안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찾을 수 없던 ‘무스비(むすび)’라는 단어도 자주 등장한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이 영화를 왜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단어다. 인연으로 맺어진 두 사람은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된다는 감독의 바람이 담겨 있다.

차세대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만큼 뛰어난 연출력이 장관이다. 다른 세계에 사는 두 사람의 다름과 이어짐을 통해 생겨난 ‘거리’의 드라마를 압도적인 영상미와 스케일로 그려낸다. 실사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아름다운 도쿄 풍경, 정취가 담겨 있는 이토모리 마을 등 황홀한 배경이 눈을 즐겁게 한다.

굳이 마침표를 찍은 제목만 봐도 감독이 영화에 얼마나 많은 의미를 부여했는지 알 수 있다. 그동안 잊고 살았던, 놓치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들어 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의자에서 일어나고 난 뒤에도 여운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 러닝타임 106분. 1월 5일 개봉. 사진=메가박스(주)플러스엠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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