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퇴근길이 마냥 즐겁지 않은 이유는 늦으면 주차할 곳을 찾아 헤매야 하기 때문이다. 2중, 3중으로 세워진 차들 사이에 빈자리를 만들어서라도 주차하면 운이 좋은 날이다. 1991년 이후에는 아파트 지하 주차장 건설이 의무화되었지만 주차 형편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매년 차량이 약 50만 대 증가하는데 신축건물의 법정 주차 대수는 변함이 없는 탓이다. 도로변이 주차장이 된 지도 오래다.

주차 전쟁은 승용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본래 사업용 화물차의 허가 조건은 유료주차장, 공영차고지, 화물터미널 등의 지정된 장소에 주차하도록 ‘차고지 증명’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는 거주지와 상관없이 멀리 떨어진 외곽 공터를 등록지로 한다. 서류에만 존재하는 유령 차고지인 셈이다. 그러다 보니 주택가 대로변까지 대형 화물차가 불법 주차하면서 차량의 흐름을 방해하고, 세워둔 대형 화물차의 뒷부분을 미처 보지 못해 생기는 추돌사고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62년부터 화물차뿐만 아니라 승용차도 차고지 증명을 받아야 자동차를 살 수 있다. 이 제도는 주차할 공간을 확실하게 확보해야 자동차를 살 수 있는 매우 합리적인 제도다. 60년 전 자동차 등록 대수가 가구당 0.2대일 때 만들어 놓은 제도이기도 하다. 만약 주차공간을 확보할 수 없다면 거주지에서 2km 이내에 차고지가 있어야 차량을 살 수 있다. 제도 시행 후 지금은 가구당 2대꼴인 1억2,000만대인데도 불법주차를 찾아볼 수 없다.

우리나라는 2007년부터 제주도에 2,000㏄ 이상 대형 승용차에 차고지 증명 제도를 시행했고, 내년에는 1,600㏄ 이상 중형 승용차까지 확대 시행한다. 2020년부터 제주 전 지역에 경차와 전기 자동차를 제외한 모든 차량에 차고지 증명제를 시행할 예정이다. 하지만 차고지를 창고로 쓰거나 정해진 주차장 대신 가까운 골목에 차를 주차하는 경우가 여전하다. 그래서 차고지 증명제 불이행 시 과태료 부과와 번호판 보관이 가능하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다.

서울시의 작년 기준 불법 주정차 단속 건수는 1일 평균 7,000여 건에 과태료는 2억6,000여만원이 부과되었다. 단속 차량은 180대에 800여 명의 인원이 매일 동원된다. 불법주차로 인한 교통 혼잡도 증가하고 있고, 교통사고도 매년 1만5,000건이 넘는다. 이처럼 성숙하지 못한 이기주의는 남을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래야 ‘주차질서는 선진문화’라는 인식에서 불법 주정차가 근절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5위 자동차 강국으로 발전하는 양적 성장에 주력해 왔다. 이와 더불어 삶의 수준이 높아진 만큼 성숙한 주차문화의 질적 향상에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주차는 지정된 장소에 주차해야 한다’라는 상식선에서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상대방의 불법주차에 분통을 터뜨리기보다 정작 자신은 차고지가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자. 주차로 인한 사회문제는 ‘차고지’부터 확보하는 소유자의 온전한 몫이란 생각이 무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 김홍근은 호서대학교 교수(창업보육 센터장)이자 (사)한국벤처 창업학회 부회장, 자동차부품제조업체 드림텍 대표이사다.

[한국스포츠경제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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