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대구서 처음 열린 올스타전
4쿼터 되자 치열해진 승부 양상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MVP를 차지한 허웅(왼쪽)이 기념 촬영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MVP를 차지한 허웅(왼쪽)이 기념 촬영을 하고있다. /연합뉴스

[대구=한스경제 박종민 기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방송 코멘트가 나오자 코트 위에 있던 선수들이 일제히 동작을 멈췄다. 이어 “아이솔레이션 공격을 하라”는 주문이 나오자, 공을 갖고 있던 허웅(29·원주 DB 프로미)은 재빠르게 상대팀 허훈(27·수원 KT 소닉붐)의 수비를 뚫고 골 밑 슛을 성공시켰다.

16일 오후 3시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는 정규리그 경기 땐 볼 수 없는 진풍경들이 연출됐다. 프로농구 올스타전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취소돼 올해 2년 만에 팬들과 만났다.

◆대구서 처음 열린 올스타전

프로농구 올스타전이 대구에서 열린 건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체육관 3300석은 앞서 10일 한국농구연맹(KBL)이 입장권 예매를 시작한 지 3분 만에 매진됐다. 올스타전이 열리기 2시간 전인 16일 오후 1시부터 체육관 주변은 입장하려는 관중으로 가득 찼다. 올스타전을 보러 온 팬들은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체육관 입구에 길게 줄을 섰다. 줄은 어림 잡아 200~300m 길이는 돼 보였다. 경기장 입구에서 만난 20대 여성 김세라 씨는 “허웅 선수를 응원하러 왔다”며 “농구를 잘하는데다가, 얼굴도 잘 생겼다. 자기관리를 잘하는 선수라 응원하고 있다. 동생인 허훈 선수도 멋있지만, 개인적으론 허웅 선수를 더 응원한다”고 웃었다.

이번 올스타전 대결 구도는 팬 투표 1, 2위를 차지한 허웅과 허훈을 중심으로 한 ‘팀 허웅’ 대 ‘팀 허훈’으로 꾸려졌다. 허웅 팀의 베스트5로는 김선형(34·서울 SK 나이츠), 김종규(31·원주 DB), 이대성(32·고양 오리온 오리온스), 라건아(33·전주 KCC 이지스)가 선정됐고, 허훈 팀에서는 이정현(35·전주 KCC), 양홍석(25·수원 KT), 최준용(28·서울 SK), 문성곤(29·안양 KGC인삼공사)이 선발로 나왔다. 과거 대구체육관을 홈 구장으로 사용했던 대구동양 오리온스(현 고양 오리온) 선수 출신인 김병철(49) 팀 허훈 코치는 “대구에서 이렇게 많은 관중 앞에 선 건 선수 시절 이후 처음인 것 같다”고 감격해 했다.

올스타전은 시작부터 볼거리가 넘쳤다. 허웅과 허훈의 아버지인 ‘농구대통령’ 허재(57) 전 감독은 ‘특별심판’으로 모습을 드러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허재 특별심판의 진행으로 이뤄진 점프볼 상황에서 허웅-허훈 형제는 아버지와 농담 섞인 대화를 주고 받으며 관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3쿼터까지는 스코어보단 코트 위 선수들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중의 시선이 쏠렸다.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허웅(왼쪽)과 허훈(오른쪽)이 신경전을 벌이자 허재(가운데) 특별심판이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16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올스타전에서 허웅(왼쪽)과 허훈(오른쪽)이 신경전을 벌이자 허재(가운데) 특별심판이 미소를 짓고 있다. /연합뉴스

◆4쿼터 되자 치열해진 승부 양상

표정에 웃음꽃이 가득하고, 움직임엔 장난기가 가득했던 선수들은 4쿼터가 되면서 사뭇 진지하게 바뀌었다. 3쿼터까지 94-89로 리드하던 팀 허웅은 4쿼터 초반 이우석(23·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잇따른 득점으로 근소하게 앞서 나갔다. 팀 허웅은 4쿼터 3분 15초를 남겨두고 팀 허훈의 이정현에게 3점슛을, 하윤기(23·KT)에게 덩크슛을, 양홍석에게 또 다른 득점을 허용하며 2점 차로 추격당했다.

종료 42초를 남겨두고 팀 허웅은 상대 최준용에게 득점을 허용하며 118-117, 1점 차까지 추격당했지만 24초전 라건아의 결정적인 득점으로 결국 3점 차 승리를 거뒀다. 올스타전 최우수선수(MVP)는 21득점 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끈 허웅이 차지했다. 그는 기자단 투표 71표 가운데 62표를 쓸어 담았다. MVP 상금 500만 원을 손에 넣은 허웅은 “많은 팬 분들이 찾아와주셨다. 많은 사랑을 받은 것 같아서 감사하다. 앞으로도 한국 농구 발전을 위해 관심을 가져달라”고 소감을 전했다.

팀 허훈의 최준용(24득점 9리바운드 6어시스트)은 베스트엔터테이너상과 함께 상금 100만을 탔다. 팀 허훈의 캡틴 허훈은 22득점 4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활약했지만, 팀 패배로 빛이 바랬다.

한편 KBL 최고의 슈터를 가리는 '포카리스웨트 3점 슛 콘테스트'에서는 창원 LG세이커스의 가드 이관희(34)가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결승에서 19점을 기록해 DB 가드 허웅(12점)을 꺾고 최고의 3점 슈터 자리에 올랐다. 이관희는 우승 상금으로 200만 원을 받았다. 'KCC 덩크 콘테스트'에서는 국내 선수 하윤기와 외국인 선수 오마리 스펠맨(25·안양 KGC)이 챔피언을 차지했다. 덩크퍼포먼스상은 최주영(24·대구 한국가스공사 페가수스)이 거머쥐었다. 하윤기와 스펠맨은 200만 원씩, 최주영은 100만 원을 수령했다.

박종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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