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개발자 수요 늘지만 대기업 인재 쏠림 현상 가속
공공SW 예산 수년째 제자리…“사업 맡아도 매출 안 나와”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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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김재훈 기자]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디지털 전환으로 ICT 기술 수요가 급증하며 시장은 날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국내 IT 시장의 시작에 있던 스타트업, 중소기업들은 인력난과 공공사업 지원 감소 등으로 생존 위기에 몰려있다.

코로나19로 가장 큰 성장을 맞이한 게임업계를 시작으로 개발자들의 연봉 인상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넥슨이 지난해 2월 초임 개발자 연봉 800만원 인상 카드를 꺼내든 이후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등 국내 주요 게임사는 물론 중견 게임사들까지 연봉 인상을 통해 개발자 영입 경쟁을 벌였다.

여기에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은 연봉 인상은 물론 인재 양성까지 나서며 대규모 신입 개발자 채용을 진행했다. 이후 메타버스, 인공지능(AI) 등 ICT 산업 성장으로 모든 산업군에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 되자 자동차, 금융, 증권, 유통 등 전통 산업계에서도 개발자 영입 경쟁에 뛰어들었다.

대기업들이 높은 연봉과 복지를 앞세우자 경제력에 밀릴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 및 중소기업의 개발자 인재 유출은 가속화되는 양상이다. 억대 연봉을 제시하는 몇몇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도 있지만 대기업과 경쟁이 쉽지 않다.

이 때문에 경쟁에서 밀린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은 당장의 인력난이 극심해졌다.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는 AI·빅데이터 등 주요 IT 산업에서 부족한 인력 규모를 지난해 9453명으로 추정했으며 올해엔 약 1만5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한 IT 업계 관계자는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건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회사가 강제로 막을 순 없는 일”이라면 서도 “하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니 대기업 경쟁에서 밀린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는 인력난이 심화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몇 년째 제자리걸음 중이거나 감소한 공공SW 사업지원 예산도 중소‧스타트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중소기업계에선 인력난은 물론이고 높아진 인건비에 사업 예산까지 줄어들면 사업 매출은 물론 생존도 영위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풍연 SWICT총연합회 회장은 “지난해부터 정부가 진행 중인 차세대 공공SW 사업들만 봐도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30%까지 예산이 축소됐다”며 “사업 지원 예산이 10년간 두번에 걸쳐 11% 인상됐다고 하지만 현지수당, 교통비, 숙식비 등 각종 비용이 현실화되지 않아 업체들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절박함에 빠진 중소기업계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지속 요청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디지털혁신대전환위원장과 간담회'에서는 ▲디지털경제 활성화를 위한 ICT 고급인력 양성 ▲디지털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SW 공공시장 보호 ▲중소기업 스마트공장 확산 및 고도화 등을 담은 업계 현안 12건을 건의하기도 했다.

정부도 내년 상반기까지 개발자 5000명 양성을 목표로 ‘벤처스타트업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등 정책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개발자 수요를 따라가기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한국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향후 5년간 SW 분야 신규 인력 수요는 35만3000명으로 정규 교육과정과 정부 사업을 통해 배출되는 32만4000명과 비교했을 때 약 3만 명이 부족하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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