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전기차 대세 가운데 ‘운전 재미’ 주는 경량 스포츠카에 눈길
쉐보레 ‘콜벳’ 수입 소식 아직… 닛산 철수로 선택지 더 줄어
포르쉐 스포츠카 '911 GT3(왼쪽)'와 전기차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 /사진=포르쉐코리아
포르쉐 스포츠카 '911 GT3(왼쪽)'와 전기차 '타이칸 크로스투리스모'. /사진=포르쉐코리아

[한스경제=김정우 기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본격적인 전기차 전환기를 맞으면서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입지는 좁아졌다. 특히 고성능을 무기로 앞세운 스포츠카들은 친환경 중심 시장 흐름과 전기차의 월등한 가속성능에 가려 존재감이 옅어지고 있다. 반면 전기차가 갖지 못한 가벼운 기동력과 감성을 지닌 스포츠카 시장은 여전히 남아있다.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내연기관 차량 대비 월등한 가속력을 발휘하는 것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2017년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모터트렌드가 실시한 드래그 레이스(직선주로에서 벌이는 가속력 경주)에서 테슬라의 대형 세단 ‘모델S P100D’ 전기차가 페라리 ‘488 GTB’, 포르쉐 ‘911 터보 S’ 등 쟁쟁한 슈퍼카를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끈 이후 이는 더 이상 놀랍지 않은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시판 중인 전기차 다수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 시간이 5초 안쪽의 준족이다. 플랫폼을 공유하는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6’, 제네시스 ‘GV60’는 공식 발표된 성능상 약 3.5초 만에 시속 100km까지 가속이 가능하며 테슬라가 공개한 고성능 전기차 ‘모델S 플레이드’의 경우 2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2000년대 후반 300마력대 국산 스포츠카의 대중화를 이끈 현대 ‘제네시스 쿠페 380GT’가 약 5초의 기록을 가진 데 비하면 성능의 상향평준화가 뚜렷하다.

전기차는 가속페달을 밟으면 전기모터가 구동해 즉각적으로 최대 토크(구동력)를 발생시킬 수 있는 동력 특성상 가속력이 뛰어나다. 내연기관의 경우 폭발행정이 일어나면서 엔진 회전수 상승과 함께 마력과 토크를 끌어올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순발력이 떨어진다. 여기에 최근 많은 전기차가 접지력을 최대로 끌어올리는 4륜구동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절대적 성능 향상에 영향을 줬다.

이 같은 이유로 전기차의 대중화가 시작된 이래 시장에서 스포츠카의 입지는 좁아졌다. 내연기관 스포츠카들이 공기역학과 무게 배분을 위해 낮은 차체에 좁은 실내공간을 감수하고 스포츠 성향의 휠타이어를 장착해 연비 효율과 승차감을 희생해야 했던 반면 전기차들은 차체 바닥에 가장 무거운 배터리를 깔아 무게중심을 낮추고 기존 구동계통이 차지하던 공간을 활용함으로써 스포츠 쿠페형이 아닌 일반 세단이나 크로스오버 차제를 가지고도 가속력 뿐 아니라 거주성과 실용성을 함께 만족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쉐보레 '콜벳 Z06'. /사진=쉐보레
쉐보레 '콜벳 Z06'. /사진=쉐보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자동차 애호가들은 여전히 내연기관 스포츠카를 선호한다. 가장 큰 이유로는 우선 전기차에서 느낄 수 없는 엔진·배기음, 엔진 회전과 기어 조작을 통해 출력을 제어하며 ‘스포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는 재미를 꼽는다. 절대적인 가속력이 떨어지더라도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기계의 감각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아직 전기차 충전소 인프라 부족이나 긴 충전시간 문제가 충분히 개선되지 못했으며 리튬이온배터리 특성상 낮은 온도에서 주행가능거리가 줄어드는 등도 아직 전기차로 갈아타지 않는 이유다. 수입차 브랜드에서 드라이빙 인스트럭터로 활동하는 A씨는 “(전기차가) 빠르고 좋긴 한데 아직은 내 차로 갖고 싶지는 않다”며 “배터리 부분이나 여러 기술적인 면에서 더 개선이 이뤄지고 나서 구매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성능 전기차의 등장으로 고출력 내연기관 차의 매력은 다소 줄어든 반면 경량 스포츠카의 매력은 여전히 이런 소비자를 자극한다. 배터리 무게 때문에 차량 중량이 2톤을 쉽게 넘어가는 전기차에 비해 엔진을 최대한 차량 중심에 배치하는 등 무게 밸런스를 맞추고 경량 소재와 단단한 하체 세팅으로 민첩한 거동을 추구하도록 다듬어진 차들이다. 고유의 저중심 설계와 낮은 시트 포지션 등으로 체감 속도와 운전 재미 면에서 운전자를 만족시킨다.

페라리, 람보르기니, 맥라렌 등과 같은 수억을 호가하는 슈퍼카 브랜드를 제외하면 국내 시장에서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인’ 스포츠카 차종은 다소 제한적이다.

전통적인 스포츠카 브랜드인 포르쉐는 엔진 회전수를 9000rpm까지 끌어올려 503마력을 발휘하는 ‘911 GT3’ 등을 본격적인 레이싱 성향 차량으로 내세우고 있다. 포르쉐의 다른 스포츠카에 비해서도 레이싱의 재미에 무게를 둔 차량이다.

아우디는 람보르기니 ‘우라칸’과 태생을 공유하는 미드십 차량 ‘R8’을 시판하고 있다. 5200cc 자연흡기 V10 엔진으로 610마력을 발휘하며 4륜구동 시스템으로 시속 100km까지 3.1초 만에 도달한다. 포르쉐 911과 함께 슈퍼카의 경계에 있는 차종이다.

로터스의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카 '에미라'. /사진=로터스
로터스의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카 '에미라'. /사진=로터스

경량 스포츠카 브랜드인 로터스는 전기차 전환을 앞두고 마지막 내연기관 스포츠카 ‘에미라’를 선보였다. 벤츠 AMG에서 공급 받은 4기동 슈퍼차저 엔진으로 약 400마력에 달하는 출력을 내며 차량 중량은 약 1400kg에 불과하다. 전통적인 로터스 차량에 비해 다소 무거워졌지만 포르쉐 911 GT3와 같이 프론트 서스펜션까지 더블 위시본 방식을 채택해 레이싱 수준의 운동성을 확보했고 운전 재미를 위해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운 유압식 스티어링 시스템을 적용했다.

이밖에 재규어 ‘타입F’ 시리즈와 포드 ‘머스탱’, 쉐보레 ‘카마로’ 등이 스포츠카 감성을 찾는 소비자를 공략하는 차종으로 시판 중이며 토요타는 BMW와 협업을 통해 1990년대를 주름잡았던 스포츠카의 명맥을 잇는 ‘수프라 GR’을 국내에 한정 수량 판매했다.

미국산 머슬카로 불리는 카마로를 시판 중인 쉐보레는 자사의 최상위 스포츠카 ‘콜벳’의 8세대(C8) 모델을 아직 국내에 들여오지 않아 아쉬움을 사고 있다. 최근 쉐보레는 이번 세대부터 미드십 엔진 배치를 채택한 콜벳에 고회전 8기통 엔진을 얹은 고성능 버전 ‘Z06’를 공개했지만 국내 출시 계획은 아직이다. 앞서 쉐보레는 6세대 콜벳을 뒤늦게 들여와 국내에 판매한 바 있다.

또 반일감정이 거셋던 2020년 닛산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면서 ‘350Z’, ‘370Z’ 등으로 국내 시장에서도 인기를 끈 스포츠카의 후속 모델인 신형 ‘Z’도 국내 시장에서 공식적으로는 만나볼 수 없게 됐다. 닛산의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도 발을 빼면서 ‘Q60’ 쿠페 등도 국내 판매가 중단됐다.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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