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한 인천공항 면세점 /사진=연합뉴스
한산한 인천공항 면세점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박슬기 기자]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궁'이 국내 면세시장을 점령했다. '따이궁' 의존도가 90% 이상인 데다 이들을 유지하기 위한 송객수수료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도 따이궁 의존도가 높다는 이유에서 한국 시내 면세점 철수를 검토하면서 '따이궁' 싹쓸이로 인한 피해가 늘어가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면세점은 지난해 고객 유치를 위해 송객 수수료 2조 원을 훌쩍 넘겼다. 2020년 9000억 원을 사용한 것과 비교하면 약 2.5배가 늘어난 셈이다. 송객 수수료란 여행사와 가이드에게 지급하는 알선수수료로, '따이궁'에게 돈을 주고 매출을 늘리는 것으로 돈을 벌기 위해 쓰는 구조다. 
 
4대 면세점 대부분 3분기 실적에서 적자폭을 줄이는 데 성공했지만 그럼에도 수익성 악화는 계속되고 있다. 송객 수수료에 비용을 쏟아 부으면서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 때문에 면세점을 방문하는 비중이 거의 '따이궁'이다. 그 비율이 99%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업계끼리 경쟁이 심화되기 때문에 올해 송객수수료가 높을 수 밖에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국내 면세점은 '따이궁'에게 의존할 수 밖에 없는 동시에 피해도 함께 보고 있다. 수수료가 높아 수익의 대부분을 쏟아 붓는 데다 유명 명품 브랜드들도 면세점에서 빠져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글로벌 3대 명품인 루이비통은 롯데면세점 제주점 매장 영업을 중단했다.  아울러 올해 안으로 신세계와 신라면세점 등 시내 면세점 철수 작업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이면서 업계는 위협을 느끼고 있다. 
 
루이비통은 영업 중단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박히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는 루이비통이 따이공 매출 위주의 시내 면세점이 브랜드 가치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우려해 이 같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따이궁'이 대량으로 구매한 제품이 중국 소매시장에서 불법 유통돼 브랜드 가치를 훼손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따이궁'이 국내 면세업계를 독점하는 이유는 장기간 격리 때문이다. 국내 격리기간이 10일인 만큼 해외에서 입국하는 사람도 없을뿐더러 해외로 출국하는 사람도 없어 면세 매출이 부진할 수 밖에 없다. 
 
면세업계 먹구름이 지속되자 정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달 '역직구'를 허용했다. 외국인이 국내 입국하지 않고도 온라인 면세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임재현 관세청장은 "(역직구는) 면세업계뿐만 아니라 제조업 등 관련 산업의 활로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K-면세점의 경쟁력을 이용한 국산품의 온라인 해외 판매를 통해 관광객이 급감한 상황에서 면세업계는 새로운 매출처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청은 후속조치에 착수해 마케팅과 시스템 구축 등이 필요한 면세업계와 협의해 '보세판매장 운영에 관한 고시'를 개정하고 세부 시행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이르면 2~3개월 내 고시 개정작업이 끝나고 시내 면세점 국산품 온라인 해외 판매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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