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여교사' 리뷰

[한스경제 양지원] 누구나 살면서 열등감을 느낄 때가 있다. 자신보다 외모, 재력, 집안이 우월한 상대를 만났을 때 생기는 이 감정은 이 시대 계급주의 사회를 요약하는 단면이다. 영화 ‘여교사’는 사람의 가장 기본적인 감정인 열등감을 남녀 간의 치정, 거짓으로 얼룩진 관계를 통해 이야기한다.

‘’여교사‘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되고, 이길 수 있는 패를 쥐었다는 생각에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 뺏으려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질투 그 이상의 문제작이다.

효주는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계약직 여교사다. 남학생에게도 “진짜 선생도 아닌 주제에”라는 말까지 듣는다. 이사장 딸이라는 이유로 정규직 교사로 부임하고, 남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는 혜영은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그런 효주에게 상황을 반전시킬 기회가 생긴다. 효주는 이를 이용해 혜영을 압박하고, 혜영이 아끼는 재하마저 노린다.

영화는 번지르르하게 성공하지 못한 30대 여성의 무기력한 삶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10년 사귄 남자친구(이희준)는 무책임하기 그지없고, 학교에서는 계약직 여교사가 임신할 시 퇴교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압박한다. 같은 학교 교사들마저 이사장 딸인 혜영에게 쓴 소리 한마디 했다고 눈치를 준다. 아등바등하게 살아가는 효주에게 혜영의 애인인 재하는 가장 탐나는 존재다. 재하를 만나면서 반짝반짝 빛나는 효주의 모습은 짠내를 풍긴다.

철저히 먹이사슬로 얽힌 효주와 혜영의 관계가 영화의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혜영의 약점을 잡고 자신만만했던 효주가 다시 혜영에게 무릎을 꿇는 모습이 절로 한숨짓게 한다. 여기에 거짓으로 얼룩진 효주, 혜영, 재하의 관계 변화 역시 흥미진진하다. 영화 속 남녀의 사랑과 꼬인 관계가 흡사 드라마 ‘사랑과 전쟁’을 떠올리게 하기도 하지만, 치정 그 이상의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을 파고드는 듯 한 김태용 감독의 날카로운 연출력과 섬세한 감성 돋보인다. 고급스러운 사운드와 음악이 영화의 생동감을 더한다.

늘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를 연기한 김하늘의 어두운 연기는 신선하게 다가온다. 순수한 듯 속을 알 수 없는 재하 역을 맡은 이원근 역시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옷을 입었다. 사람의 본능과 감정을 깊게 파고든 영화를 보고 싶은 이들에게 추천한다. 2017년을 여는 문제작임에 틀림이 없다. 러닝타임 96분. 1월 4일 개봉. 사진=필라멘트픽쳐스 제공 

양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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