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림식품이 카카오프렌즈와 계약 종료 후 새 파트너로 라인프렌즈를 선택했다. 왼쪽부터 삼립 브라운의 리얼브라우니 샌드, 삼립식품 경기 시흥 본사, 샤니 튜브의 우리동네 땅콩꿀호떡. 네이버·삼립식품·다음카카오 제공

이제 더 이상 카카오 스티커가 들어있는 빵을 살 수 없다. 계약기간 만료로 생산 및 판매가 중단된 것. 삼립식품은 네이버의 ‘라인프렌즈’와의 계약으로 새로운 제과류를 출시했다. 카카오의 흥행을 라인이 이어갈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재계약 만료? ‘샤니 카카오프렌즈’ 역사속으로

SPC 그룹의 제과 계열사 삼립식품이 ‘샤니 카카오프렌즈 빵(카카오빵)’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2일부터 네이버의 ‘삼립 라인프렌즈 빵(라인빵)’을 출시하며 새로운 파트너십의 서막을 알렸다.

삼립식품은 지난 1999년부터 포켓몬스터, 케로로, 원피스 등 일본 애니메이션 원작의 콘텐츠와 빵을 접목시켜 큰 성공을 거뒀다. “스티커를 사면 빵은 덤”이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였다. 이후 삼립식품은 지난해 7월 국내 캐릭터로는 최초로 다음카카오의 ‘카카오프렌즈’를 차기 파트너로 정한 바 있다.

카카오빵은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 친숙한 캐릭터 스티커를 전면에 내세웠다. 출시 한 달여만에 하루 평균 10만개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인기를 이어나갔다. 중고 거래사이트에서 카카오프렌즈 스티커를 장당 1,000원에 거래할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은 뜨거웠다.

그러나 출시 1년 후 삼립식품은 돌연 새로운 파트너를 선택했다. 그것도 다음카카오의 경쟁사 네이버다. 일각에서는 협력사 변경을 두고 재계약 과정에서 금액 차이가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다음카카오 관계자는 “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파트너십 해제”라며 “재계약 논의도 없었으며 당초 1년 프로젝트로 생각했던 아이템”이라고 말했다.

■ 네이버, ‘라인프렌즈’ 통한 캐릭터 푸드계 진출

업계의 시선은 네이버로 쏠리고 있다. 예정대로 이날 삼립식품은 라인빵을 선보이며 새로운 파트너를 공개했다.

라인빵은 미니초코롤, 리얼브라우니샌드, 사각치즈머핀 등 총 8종의 상품으로 구성됐다. 브라운, 코니, 샐리, 제임스 등 총 9가지 캐릭터의 스티커 40종은 빵 속에 포함되어 있다. 삼립식품과 네이버는 3개월에 한 번씩 새로운 스티커를 추가하기로 합의했다.

네이버는 최근 자회사 라인을 통해 식음료 사업 진출을 앞두고 있다. 라인의 자체 캐릭터 ‘라인프렌즈’를 분사해 캐릭터와 식음료를 접목한 퓨전 푸드 마케팅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삼립식품과의 전략적 제휴도 이에 따라 이뤄진 졌다고 네이버는 설명했다.

실제로 라인프렌즈는 이달 중순 중국 상하이에 ‘라인 프렌즈 카페&스토어’를 열 계획이다. 카페를 중심으로 한 이 매장은 핫케이크, 마카롱, 컵케익, 쿠키, 조각케익 등 제과와 음료 등을 판매한다. 라인프렌즈 캐릭터 상품 역시 주력 상품으로 판매될 예정이다.

네이버의 관계자는 “라인프렌즈를 통해 식음료 사업에 대한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며 “삼립식품과의 캐릭터 마케팅이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 카카오프렌즈 열기, 라인이 이어갈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삼립식품의 파트너 선택이 흥행으로 이어질 지에 대해 의문을 표했다.실제로 포켓몬스터, 케로로, 원피스 등 기존의 삼립식품이 내세웠던 제과류는 월 평균 500만개의 판매량을 보였다. 국내에 친숙한 만화 캐릭터와 스티커의 만남이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낸 것이다. 마니아층으로 하여금 구매 욕구를 이끌기 충분했다.

바톤을 이어받은 카카오프렌즈 빵 역시 월 평균 400만개 이상의 판매고를 올리며 성공가도를 이어갔다는 평가다. 국내에서 3,800만명이 이용하면서 친숙해진 캐릭터 이모티콘이 판매에 결정적 영향을 끼친 셈이다.

그러나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의 국내 이용자 수는 1,400만명이다. 단순 비교했을 때 카카오톡 이용자보다 두 배 이상 적은 수치다. 라인 메신저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많이 쓰이는 모바일 메신저다. 상대적으로 카카오 캐릭터보다 지명도가 낮은 편. 때문에 월 평균 400만 판매고의 카카오프렌즈 빵을 넘어선다고 해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업계의 관계자는 “포털간 캐릭터 사업이 식음료 분야까지 확장되면서 더욱 치열한 전개가 펼쳐지고 있다”며 “카카오는 내수용, 라인은 대외용이라는 이야기가 있을 만큼 두 서비스 간 성격과 타켓층이 다르다. SPC의 선택이 흥행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지는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성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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