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건설과 현대글로비스 선수들. /대한럭비협회 제공
포스코건설과 현대글로비스 선수들. /대한럭비협회 제공

[한스경제=이정인 기자] 한국 럭비가 의미 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

대한럭비협회가 주최한 2022 OK 코리아 슈퍼럭비리그 2차 대회가 7일 3라운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에는 대학A 고려대, 연세대, 경희대, 단국대 4개 팀과 일반부 한국전력, 현대글로비스, 포스코건설, 국군체육부대 4개 팀이 참가했다. 대학A 1위 결정전에선 고려대가 연세대를 누르고 우승했고, 일반부 1위 결정전에선 한국전력이 현대글로비스를 꺾고 정상에 올랐다.

럭비협회의 혁신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협회는 기존 관행에서 탈피해 파격적인 시도를 했다. 가장 큰 변화는 리그제 도입이다. 과거엔 짧은 기간에 여러 차례 경기해 부상자가 발생하고, 엔트리 구성 자체가 어려워 기권하는 팀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라운드마다 4경기, 총 24경기가 치러졌다. 과거와 달리 주말에만 경기가 열렸다. 선수들은 다쳐도 회복할 시간을 얻었고, 코칭스태프는 전술과 전략을 세심하게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자연스럽게 선수들의 경기력과 리그 수준이 높아졌다. 최재섭(40) 럭비협회 부회장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선수가 부족해서 한 팀이 참가를 포기하면 1년에 몇 경기 하지 않고 시즌이 끝나버리곤 했다. 예전에는 단기 토너먼트 식이었다면 이제는 주말에 정기적으로 경기를 뛸 수 있게 했다. 앞으로는 예측할 수 있는 일정과 최대한 많은 경기 수를 보장해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을 꾀하려 한다"고 밝혔다.

럭비 팬들이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대한럭비협회 제공
럭비 팬들이 경기를 관전하고 있다. /대한럭비협회 제공

유료 관중 입장도 눈에 띄는 변화다. 협회는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입장권 유료화를 시도했다. 티켓 가격은 1만 원이다. 리그의 가치와 품격을 높이기 위한 결정을 내렸다. 이번 대회 누적 관중은 약 3600명이다. 인기 프로스포츠에 비하면 초라해 보이지만, 한국 럭비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숫자다. 

또 협회는 아프리카TV와 업무 협약을 맺고 이번 대회 전 경기 고화질 생중계를 진행했다. '스포테이너'로 유명한 럭비 국가대표 안드레 진(31)은 이번 대회에서 해설위원으로 활약했다. 팬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돋보였다.

최윤(59) 럭비협회 회장은 “야심 차게 준비한 2022 OK 코리아 슈퍼럭비리그는 끝났지만, 아시아럭비챔피언십(ARC)와 각종 국내대회를 비롯해, 남아공 럭비월드컵, 항저우 아시안게임 등 우리 한국 럭비의 저력을 보여줄 대회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하반기 2022 OK 코리아 슈퍼럭비리그 3차 대회 개최 검토 등 우리 선수들이 더 많은 경기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앞으로도 한국 럭비 발전 및 저변 확대에 아낌없는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정인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